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臼(구)/凶(흉)/心(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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臼(구)/凶(흉)/心(심)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64>

한자의 유래 얘기를 듣다 보면 이것저것 참 시시콜콜히도 상형을 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실물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스런 대상이기는 하지만, 곡식을 찧거나 빻고 떡을 치는 데 쓰는 절구는 臼(구), 공이는 午(오)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림 1>이 臼의 옛 모습이다. 절구라면 단면도인 셈이다. 凵 부분은 절구의 윤곽이고 안에 양쪽으로 그려진 네 개의 금은 쌀을 찧을 때 도움이 되도록 홈을 파 놓은 모습이라고 한다. <설문해자>는 그것이 쌀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형은 미덥지 않다. 臼자의 아래 가로획 중간을 끊어 놓은 형태, 즉 臼자를 좌우로 분리해 놓은 글자를 '양손 국'이라는 별개의 글자로 보고 있는데, 이 '국'과 '구'는 결코 다른 글자가 아니다. 발음이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은 받침이 떨어져나간, 한자에서 아주 흔한 발음 변화의 결과일 뿐이다. 손의 모습을 그린 것이 又(우)고 <그림 2> 같은 그 모습은 彐 형태로 변하기도 했는데, 臼의 오른쪽이 바로 그 모습이고 왼쪽은 그것을 좌우로 뒤집은 것이다. 臼는 두 개의 손의 모습을 합친 것이어서 중간이 끊어진 것이 본래 모습이고, '절구'라는 뜻은 가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두 손의 모습은 또 廾(공)이라는 별개의 글자로 남아 있다. <그림 3>이 그것이다. 이 그림은 양쪽에 又가 있는 모습이 분명한데, 지금 모습 으로는 廾과 臼로 많이 달라졌고 발음도 '구/국'과 '공'으로 조금 달라져 별개의 글자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廾과 臼는 같은 글자에서 갈라진 것이다. 같은 구성의 글자가 별개의 글자일 수는 없다.

齒(치)는 윗부분 止(지)가 발음을 나타내고 아랫부분은 이의 모습을 상형한 것이라고 한다. <그림 4>가 齒의 아랫부분, 즉 그 본래자라고 하는데, 아주 그럴듯한 상형설이다. 그러나 <그림 5>를 보면 아랫부분은 <그림 1>과 똑같다. 臼다. 어쩌다 그런 모양이 나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모양이 매우 많고 아예 아랫부분만으로 된 글자꼴도 있다. 齒는 臼를 가차해 '이'의 뜻으로 썼다가 그 의미에 맞추어 모양을 <그림 4> 같이 꾸몄고, 나중에 발음이 멀어지자 발음기호 止를 보강한 글자인 것으로 보인다.

凶(흉)은 짐승을 잡기 위한 함정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凵 부분이 구덩이고, 乂 부분은 짐승이 빠지면 찔려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뾰족한 도구다. 그것을 함정에 빠진 상태를 나타내는 지시부호로 보기도 한다. 매우 주관적이어서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다.

지금 남아 있는 의미는 '흉하다'라는 추상적인 것이어서 짐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凵(감)과 乂(예)의 두 요소로 보자 해도 설명이 난감하다. 그런데 臼가 凵 안에 빗금이 들어 있는 모습에서 변한 것임을 떠올려 보자. 乂는 그 빗금들이 방향을 달리해 재정리된 것으로 보면, 凶은 臼의 변형일 수 있다. 臼가 두 개의 又의 변형이었으니 乀 부분이 반대 방향으로 겹쳐 乂가 될 수 있다. 발음은 臼의 다른 모습 廾의 '공' 발음과 비슷하다.

<그림 6>을 보자. 凶의 변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자는 <그림 7>을 거쳐 지금의 心(심)자로 변화한 글자다. 이렇게 더듬어 올라가 보면 心은 凶의 변형이다. 心은 심장의 모습을 그렸다 해서 심실-심방이니 판막-대동맥이니 하며 끌어다 붙이기에 여념들이 없는데, <그림 8> 같은 모습에 현혹된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 역시 <그림 7>과 <그림 6>을 거치면 凶의 변형이라는 설명에 무리가 없다.

心이 凶의 변형임은 의미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이 가능하다. 胸(흉)은 '가슴'의 뜻인데, 이런 복잡한 형성자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凶을 가차해 썼을 것이다. 心은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의미지만 그 전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슴'이었을 것이다. 心이 凶의 변형이라는 얘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발음에서 초성 ㅅ/ㅎ과 받침 ㅇ/ㄴ/ㅁ이 가까운 발음임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心은 해부학자의 상형 작품이 아니라 凶의 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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