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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정사가 대량학살보다 큰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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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정사가 대량학살보다 큰 죄?

[해외발언대]"美민주당 지도부, 오바마 실망이야"

최근 국내 정치판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관제여당'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 지도부도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당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올해 연말 미국의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마바 후보의 러닝메이트 후보에 올랐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혼외정사 추문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부통령 출마 후보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스티븐 쥰스 샌프란시스코 정치학과 교수는 12일(현지시간) 진보성향 웹사이트 <커먼드림스>에 기고한 글에 민주당의 왜곡된 윤리감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에드워즈가 이라크 전쟁에 적극 찬성했을 때는 우대하더니, 혼외정사가 언론에 보도되자 '높은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정치적 진로를 막아버리고 나섰다는 것이다.

쥰스 교수는 "거짓 근거에 입각해 대량살상을 초래한 침략전쟁을 적극 지지한 행위보다 혼외정사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냐"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역시 민주당 지도부와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왜곡된 윤리감각의 소유자'라고 맹비난했다.

다음은 이 글(
원문보기)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오바마가 지난 5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자신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우선순위 왜곡된 '높은 도덕적 기준'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2년전 저지른 혼외정사가 들통나자 민주당은 그가 부통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일축했을 뿐 아니라 8월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가 연설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돈 파울러에 따르면, 에드워즈는 더 이상 전당대회 행사에 연설할 인물에게 기대되는 '높은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004년 전당대회에서 에드워즈가 '높은 도덕적 기준'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사실은 알지 못했는가 보다. 에드워즈는 2002년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허위 근거에 입각해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결정할 때 결의안에 적극 찬성했다.

에드워즈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침략전쟁이 실행에 옮겨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2004년 전당대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서에 연설을 하도록 배려했으며, 그해 에드워즈는 미국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민주당은 미국을 거짓 구실로 일으킨 전쟁에 끌어들이고 수십만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만든 행위가 불륜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덜 한 문제로 보는 것 같다.

당시 대부분의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이후 에드워즈 자신도 인정하듯,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나 이를 운반할 무기를 오래 전에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미국이 국제법에 따른 미국의 의무를 거부하고, 유엔과 1945년 이후 국제법 질서를 무시하려들 때, 에드워즈는 당시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에드워즈는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미군이 국제법을 조직적으로 어기면서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전쟁에 대한 여론의 반대가 커져가는 와중에도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부시 행정부에게 막대한 전쟁비용을 지원하는 일련의 법안에 찬성했다.

민주당이 정치인의 윤리감각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이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에드워즈를 배제할 근거가 충분히 있었다.

서민과 중산층 옹호하고 나선 죄?

2005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그는 도덕적으로 크게 변신한 것으로 보였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는 달리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미국이 국제인권법을 더욱 존중하고 미국의 외교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클린턴과 민주당 기득권 세력이 옹호한 신자유주의적인 국제경제정책을 거부하고, 기업 엘리트들의 비리에 대해 성토했으며, 서민과 중산층의 이익을 옹호했다.

이런 변화는 국방부와 대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민주당 기득권 세력에게 문제가 되었다. 에드워즈가 오바마의 러닝메이트가 되거나, 전국에 TV로 중계되는 전당대회에서 서민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대기업의 공고한 이권을 규제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할 가능성을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에드워즈의 섹스 스캔들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소문이 떠돌았는데, 전당대회를 불과 2주일 앞두고 언론에 보도된 것은 미심쩍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듯, 오바마의 최측근은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 후보에서 이미 배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에드워즈가 또다시 부통령 후보가 되거나 전당대회에서 서민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를 박탈할 구실을 얻게 되었다.

또한 오바마가 집권할 경우 에드워즈가 정책에 관여할 자리를 갖게 될 기회도 배제할 구실이 제공됐다. 파울러는 "오바마가 집권할 경우 에드워즈가 맡을 역할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에드워즈보다 섹스 스캔들 측면에서 훨씬 정도가 심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요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또한 오바마는 자신이 집권할 경우,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클린턴이 중요한 자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2004년과 2008년 민주당 지도부가 에드워즈를 대하는 방식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이라크 전쟁 결의안을 열정적으로 지지했던 역할로 빚어진 결과로서 대학살의 보조자가 된 것보다 혼외정사가 훨씬 더 나쁜 것으로 믿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오바마 역시 에드워즈가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2004년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에게 찬사를 보낸 점으로 볼 때 이런 왜곡된 가치체계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윤리감각이 이렇게 도치된 당과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정말 승리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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