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달아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의 각오로, 처음부터 민주당을 다시 바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 비대위원장은 먼저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도 정권교체에 성공하지 못했다. 선거 이후 숱한 노동자들이 죽음을 택했다"면서 "모두가 부족한 민주당 탓이다. 다시 한 번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문희상 신임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비대위의 중대 과제로 대선 평가와 전당대회 준비를 들었다. 그는 "우선 철저하고 냉정하게 지난 대선을 평가하겠다"면서 "전당대회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새 지도부가 당 혁신과 수권 정당으로서의 새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닦아놓겠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또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진심으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서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지만, 박 당선인이 민생과 대통합의 길을 간다면 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대 일정에 대해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그리고 당헌상 문제를 모두 고려해 비대위에서 결정하겠다"고 '3월 전대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전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며 "모두 참여해서 끝장토론해서 결론짓는 것과 함께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언급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문재인 전 후보가 나와 당 개혁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 있다"는 질문에 그는 "대선 패배의 결정적 책임이 후보에게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후보가 추구했던 새정치 욕망은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 그 높은 긍정적 높은 에너지를 흡수해서 같이 가야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 세력과의 통합 방안에 대해선 "비대위에서 착실하게 차곡차곡 결정하겠다"면서 "당 쇄신을 위해 언제든지 새로운 세력을 당에 보충하면서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것임을 드러냈다.
사무총장에 김영록-정책위의장에 변재일 내정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곧바로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김영록 의원, 정책위의장에 3선의 변재일 의원을 내정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당헌·당규상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 의결 사항이지만, 지금 최고위를 대신할 비대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내정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사무총장에 내정된 김 의원은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두고 있으며 강진군수, 완도군수를 거쳐 2006년 전남 행정부지사를 역임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4·11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원내부대표를 역임했다. 변 의원은 충북 청원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이다. 7대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냈고 17대부터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현재는 민주당 내 씽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다. 박 대변인은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 나머지 인선에 대해선 빠르면 다음날 오전 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
초스피드 인선에 '내정설' 돌기도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선출된 지 불과 다섯 시간 만에 1차 인선을 발표했다. 그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그는 인선과 관련해 실명을 거론하는 등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한때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소문에 대해 반박하며 "문 비대위원장은 초기에 원혜영 의원을 밀었고, 만일 원 의원이 선출될 경우의 인선을 머릿 속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 역시 회의에서 추대되는 그 순간 처음 알았다"며 "굉장히 얼떨떨해하다가 발언 중간에 수락할 뜻을 밝히셨다"고 말했다.
이날 문 비대위원장의 선출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후보군에는 속해 있었으나, 유력 후보로는 분류되지 않았던 게 사실. 박 대변인은 "박 원내대표가 상임고문들부터 시작해 당내 인사들을 만나면서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의견이 통일됐다"며 "합의추대를 말했고, 합의추대의 전제는 모두 다 아울러야 한다는 것이므로 '다선' 등 조건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의원과 조찬 뒤 오전 9시까지도 심중에 두 명의 후보를 놓고 고민했다. 그리고 연석회의 30분 전인 오전 10시에서야 최종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한 명의 후보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박 대변인은 "그건 모른다"고 밝혔다.
문 비대위원장 선출은 의원총회 시작 30여 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선출과정에 대해 박 대변인은 "박 원내대표가 의총 참석자들에게 '한 명을 추천하면 박수로 맞을 거냐, 표결할 것인가'를 물었을 때 박수가 나왔고, 발표 후 또 박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선출 과정이 '박수 두 번'으로 끝난 데 대해 그는 "박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2일 간 '묵언수행'을 한 끝에 이뤄낸 결과"라고 평했다.
한편, 초·재선과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던 3선의 박영선 의원은 당내 이견에 부딪혀 의총 직전 출마를 포기했다. 의총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현미 의원은 이날 오전 의총 시작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영선 의원을 추대하지 않기로 했다"며 "민주당 혁신과 새로운 출발을 만들려 했으나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당에 분란을 가져오는 것은 저희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패배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박영선 비대위원장을 만들려 했던 저희들이 안고 가겠다.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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