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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의 이점을 살려 좋은 성적을 내겠다"

[기자의 눈] 끝내 무산된 남북 공동입장

베이징 올림픽에서 두드러지는 중국과 대만의 화합의 몸짓은 가뜩이나 찌그러져버린 남북관계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8년만에 남북 공동입장이 사라진 채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악수를 했다는 게 기사거리가 되는 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중국-대만의 '샘나는' 밀월

자칭린(賈慶林)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7일 오후 올림픽을 구경하러 온 대만 국민당의 우보슝(吳伯雄) 주석에게 "이번 올림픽에서 '중화 타이베이' 야구팀은 분명히 메달을 딸 것"이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이에 우 주석은 "우리 중화 대표팀도 '홈팀'의 이점을 살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을 '홈'이라고 말한 우 주석의 재치에 동석했던 이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자칭린 주석이 언급한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도 눈에 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만의 공식명칭을 자신들이 주장하던 '중국 타이베이' 대신 대만이 원하는 '중화 타이베이'를 쓰도록 결정했다. 이들은 13일 열리는 대만 야구팀의 첫 경기를 함께 관람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나타나는 중국과 대만의 화합 모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올림픽 선수촌에는 대만산 과일 10톤이 공급되고, 야구팀을 비롯한 대만 선수단에는 베이징 시민들로 구성된 열성 응원단이 따라 붙는다.

개막식 식전행사에는 대만 원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가무단이 참가해 대만 소수민족의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대만의 인기가수 겸 음악가인 제이 주(주걸륜)은 개막식 본행사에서 공연을 했다.

우 주석의 '홈팀' 발언도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중국의 왕이(王毅)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이미 지난 5일 "우리는 대만 선수들을 위해 편안한 숙소와 입에 맞는 음식, 편리한 교통과 좋은 훈련 장소 등을 제공할 것"이라며 "어떤 종목에 나서건 베이징을 홈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었다.

왕 주임은 또 "중국과 대만 동포는 한 가족"이라며 "중국 동포들은 반드시 대만 선수들을 위해 응원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하는 장면 ⓒ연합뉴스

한반도기(旗)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대만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라는 왕이 주임의 말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후 달라졌던 스포츠 캐스터와 해설자들의 태도를 떠오르게 한다. 그들은 어느 샌가 '대놓고' 북한팀에 유리한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미국팀과 붙을 때건 일본팀과 싸울 때건 스스럼없이 북한 편을 들었다. 남북대결이 벌어질 때는 물론 남측에 유리한 중계를 했지만, 이겨도 그만이고 져도 그만이라는 투로 북한팀에 각을 세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중계 태도에 대해 시비를 거는 이들도 별로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사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공동입장은 본부석에 앉아 있던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벌떡 일어서게 할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남북의 공동입장은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2003년 대구 하게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7년 창춘 동계 아시안 게임 등 아홉 차례나 이어졌다.

그때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게 한반도기였다. 199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공식 등장한 한반도기는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화제를 모았던 북측 여성 응원단의 손에서도, 그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남측 사람들의 손에서도 펄럭였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된 것은, 그리하여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에서 한반도기를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래도 공동입장을 해야지 않겠냐'는 남측의 제안을 북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국면만 딱 잘라서 보자면 북한 책임인 것이다.

하지만 공동입장이 이뤄지던 때와 그렇지 않은 지금 변한 것은 남측 정부밖에 없다. 그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구상으로 북한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고, 이른바 '선제공격' 발언과 '핵문제 해결 없이 개성공단 확장 어렵다'는 말 등으로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다.

공동입장이 뭐 그리 대수냐고 '실용적으로' 생각해 버리면 될지 모르겠지만, 세계인의 축제라는 그 마당에서 한반도기를 볼 수 없게 됐다는 상징성만큼은 아쉬움이 남는다. 왜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는지를 따져 보는 것은 그런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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