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5일 서울 삼청동 본관에서 연 감사위원회에서 KBS 이사장에게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정 사장의 해임 권고를 결의한 이유에 대해 주로 재정 악화와 방만 경영, 인사 전횡을 들었다. 그러나 '배임' 등 개인 비리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정 사장의 주된 비위사실로 든 △방만 경영 △인사 전횡 △사업 위법 및 부당 추진 등이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할 만한 '현저한 비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만 경영 등 재직기간 중 비위 현저"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은 재직기간 중 비위가 현저하여 KBS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감사원법 32조 제9항의 규정에 따라 KBS 이사회에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법 32조 9항은 '법령 또는 소속단체 등이 정한 문책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단체 등의 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은 과다한 지출예산 편성, 조직·인력 방만 운영 등에 따라 취임 이후 KBS 재정구조를 만성적 적자 구조로 고착화시켰다"면서 "원칙·기준에 어긋난 자의적 특별승격, 징계양정 부담 감경 등 인사전횡을 유발했으며 위법하고 타당성 없는 방송시설 사업을 무모하게 추진해 사업비를 낭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감사원은 방만 경영의 사례로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국세청 법인세 환급소송 조정 문제도 포함시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KBS가 법인세 환급소송을 중도포기한 것을 "본인이 공사 내에서 처해있던 위기상황에서 소송의 조기종결과 법인세 환급을 통해 2005회계연도의 적자 발생을 회피하려는데 치우친 것"이라고 봤다.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은 법인세 환급소송의 조기종결 방침 등을 이사회 등에 형식적으로 사후보고 했을 뿐 이사회의 심의 의결을 받지 않은 채 이를 처리했다"며 "정당한 의사 결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법인세 환급 소송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2004년 인사규정 개정으로 상위직이 과도한 기형적 조직구조 심화 △인력 감축 및 인건비 비중 축소 등 미추진 △징계 등에서 부당하게 감경 △감악산 중계소 신설 사업 부당 추진 등을 이유로 들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2004년 이후 4년 동안 KBS 감사를 실시하지 않아 기관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실시됐다"며 "감악산 중계소 신설 사업을 부당하게 추진한 관련자 등 3명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는 등 29건의 위법 · 부당사항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정 사장이 감사원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데 대해 검찰 고발 여부를 검토했으나 "감사원에서 발부된 질문서에 대해 정연주 사장이 직접 서면으로 모두 답변해줬고 답변서를 토대로 감사 결과를 처리하는데 큰 지장이 없어 별도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KBS 이사회, 사장 해임권한 없는데?
KBS 이사회는 오는 7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정 사장 해임 요구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S 이사회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KBS 사장을 제청하는 권한 외에 사장을 해임하거나 해임을 요청할 권한이 없어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방송법 50조 2항은 KBS 사장의 임명과 관련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해임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다. 특히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 대통령의 KBS 사장 '임면권'이 '임명권'으로 수정됐기 때문에 KBS 이사회는 물론 대통령에게도 사장을 면직할 권한이 없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은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 권한이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 7일 KBS 이사회는 직접 사장 해임을 결의하기보다 대통령에게 해임을 촉구하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가 해임촉구 건의안을 의결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들어 정 사장을 해임하는 시나리오다.
신재민 차관은 "당사자가 해임 사유가 부당하다 생각하면 법적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으나 정 사장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에 드는 기간을 생각하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법에 임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될 때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감사원은 KBS 감사원법에 따라 해임요구를 할 뿐이고, 이후의 절차는 KBS 이사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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