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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구본홍, 갑자기 왜 서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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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YTN 구본홍, 갑자기 왜 서두르나?

기습 출근 이어 5일에도 출근 예고…노조와 정면 충돌할 듯

YTN 주주총회에서 날치기로 사장에 선임된 구본홍 씨가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도를 바꿨다. 구 씨는 그간 일종의 '타협안'을 내놓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왔으나 4일 기습 출근해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노조원과 5시간 이상 대치를 벌이는 등 전면전에 돌입했다. 구 씨는 이날 "내일도 정상 출근할 것"이라고 밝혀 5일 노조와 사측의 정면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구본홍 씨는 이날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피해 오전 11시께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로 나와 17층 사장실에서 임원, 실·국장 등과 함께 간부회의를 했다. 이날 구 씨는 YTN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는 동안 일절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5시간 내내 총무부장 등을 통해 "사장으로서의 예우를 해달라", "YTN 노조원들이 퇴거해달라", "외부 취재 기자를 내보내달라"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일종의 '퇴거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YTN 노조원들은 "신변의 안전은 보장하겠다. 그러나 사장이 나가기 전까지 이 자리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다"고 대응했다. 결국 구 씨는 '외부 인사 면담이 있다'며 노조원의 빗발치는 야유 속에 앞뒤로 경영진을 줄세워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노조원은 "두번 다시 오지마라"를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물리력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이날 구 씨는 사장 선임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장실에서 나오기 직전 홍보팀을 통해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오늘 오전 회사 집무실에 정식 출근했다"며 "구 사장은 집무실에서 임원과 실·국장 전원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구체적인 업무 지침을 내렸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지시하기도 했다.

KBS 전에 YTN부터 정리해야 한다?

YTN 노조는 예상치 못한 구본홍 씨의 기습 출근에 당황하는 모습이었으나 이날 구 씨의 기습 출근 자체가 청와대와 구 씨의 '조급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의지를 다졌다.

YTN의 한 노조원은 "청와대나 정부는 YTN을 KBS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전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며 "오늘의 기습 출근은 오는 7일 KBS 임시이사회 전에 YTN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무리수"라고 말했다. 그는 "YTN 노조로서도 현재와 같은 비상체제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계산을 염두에 두면 이 사태가 장기전으로 흘러갈 경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때문에 YTN 경영진은 이번 주 내에 결판을 내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구 씨는 이날 "5일에 8시 30분 조찬 모임 이후 정상 출근 할 것"이라고 밝혀 5일 오전 YTN 사측과 노조 간 큰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일 오전 YTN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서울 남대문경찰서 사복 경찰들이 다수 보여 5일 구 씨의 출근을 두고 노조가 몸싸움을 벌일 경우 경찰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사장실 옆 감사실에도 서울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자리를 지키며 연좌농성을 벌이는 YTN 노조원의 동태를 살폈다. YTN 경영진들은 구 씨의 퇴거를 요구하는 김선중 YTN 노조위원장 권한 대행과의 면담에서도 "사장은 노조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양새로는 못나간다. 노조가 밀어붙이려면 밀어붙여라. 그러면 우리는 경찰에 통보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쳐놓은 덫에 걸리면 안된다, 사측의 자극에 동요되면 안된다"고 다짐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한 노조원은 "지금 우리가 사장실로 들어가 구 씨를 끌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 된다"며 "'공정방송 지키기'를 위한 우리의 투쟁이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불법을 저지르는 쪽은 사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구본홍 씨가 들어간 YTN 사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원들. ⓒ프레시안

▲ 경영진을 앞세워 사장실을 빠져나가는 구본홍 씨. ⓒ미디어오늘 이치열

"YTN 민영화 주장은 노조 압박하기 위한 카드에 불과"

또 YTN 경영진은 이날 간부회의가 '청와대와 정부의 YTN 민영화 추진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도적으로 알렸다. YTN의 당면 현안인 '민영화' 문제를 끄집어 내어 YTN 구성원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분열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청와대와 문화관광부 등에서 YTN 민영화론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종면 노조원은 "정부 최고위층에서 '너희 자꾸 이러면 팔아버린다. 조선일보에는 안 판다. 그렇지만 분명히 다 판다'는 식의 말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이 취재 기자인 YTN 노조원들을 통해 정부 측의 '민영화' 주장이 숱하게 전달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날 YTN 노조원들은 '민영화' 주장은 사측의 압박 카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노종면 노조원은 "사측은 '민영화' 카드를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최고의 카드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민영화가 시급하니 노조가 신경쓰라"고 하는 식"이라고 했다. 그는 "조금의 경제 상식만 있는 사람이라면 알수 있듯 YTN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팔아버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민영화 주장은 '허언'에 가깝다"고 했다.

현덕수 전 지부장도 "일각에서 지금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7.6% 지분을 주식시장에 풀겠다는 설을 유포하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데 7.6% 지분을 판다면 주주 프리미엄을 얹어서 한번에 팔지 누가 쪼개 파느냐"며 "시장에 풀겠다는 것은 협박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했다.

"구본홍 비호하는 간부들은 각성하라"

한편, 이날 YTN 사장실 앞의 연좌농성장에서는 구 씨를 비호하는 간부와 이에 항의하는 후배들간의 갈등 상황이 심심치 않게 연출됐다.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중간간부들이 YTN 구성원들을 '구본홍 지키기'에 동원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다. 이날 사측은 경영기획실, 총무국, 전산실 직원 10여 명을 동원해 사장실 앞에 배치해 노조원들과 대치하도록 했다. 노조원들은 "사원끼리 대치시키는게 사장으로서 할 짓이냐", "15년 넘게 한솥밥 먹은 사람끼리 이래야 하느냐"고 반발했고 이에 천상규 총무부장은 "내가 시켰다. 사장 보위는 이들 본연의 임무다"라고 맞섰다.

이러한 발언은 노조원을 더욱 격앙시켰다. 노조원들은 "어떻게 총무부와 경영기획실의 업무가 사장 보위냐"고 반발하며 "이것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배치되는 것이다", "경영기획실 총무부 직원이라는 이유로 저렇게 있어야 하나", "차라리 후배들은 빼고 간부들만 남아 지켜라"고 따졌다. 이에 천 부장은 "총무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라"며 일단 상황을 정리했다.

또 현덕수 전 지부장은 진상옥 경영기획실장의 비굴한 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진상옥 실장은 지금은 경영기획실에 있지만 한때 보도국 실장이었으며 언론인이었다"며 "그런 사람이 10년도 넘는 후배들 앞에서 구본홍 씨의 차문을 열어주고 또 차에 탄 이후에도 구 씨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진 실장이 문을 닫아주기까지 기다리더라. 또 구 씨는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년 넘게 기자를 한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며 "구본홍 씨의 인간됨도 인정할 수 없고, 진상옥 실장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YTN 경영진은 사장실 앞 대치 상황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려 해 타사 기자들의 반발도 샀다. YTN 홍보팀은 기자들에 대해 '카메라를 들고는 들어올 수 없다'고 막는가 하면 취재 중인 MBC 기자에게 "출입증을 보자"고 따져 이를 지켜보던 노조원들이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와 기자들의 항의 끝에 YTN 경영진은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했다.
▲ YTN 직원들을 사장실 지키기에 동원한데 대해 항의하는 YTN 노조원들. ⓒ프레시안

YTN노조, 11~12일 새 노조위원장 선거

한편 YTN 노조는 전열을 가다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YTN 노조는 4일 오후 7시부터 집행부 회의와 비상대책위 회의를 결합해 '비상총회' 형식으로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투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YTN 노조는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후보 접수를 받은 뒤 11,12일 이틀동안 지부장 선거를 치러 13일 새 지부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YTN 노조는 박경석 전 노조위원장과 김인규 전 사무국장이 사퇴한 이후 직무 대행으로 오민철 수석부위원장을 지명해 임시 집행부를 구성했으나 오 부위원장도 지난 3일 새벽 사내게시판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부위원장은 기술국 소속으로 직무 대행을 맡는데 따른 사측의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조 공정방송 추진위원회 간사인 김선중 기자가 임시로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한 노조원은 "YTN 노조원들의 투쟁의 의지가 높을 때 박경석 전 위원장이 노조원들과의 논의도 없이 갑자기 '대화'를 들고 나와 한동안 '패닉' 상황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구본홍은 안된다'는 여론이 여전히 다수인만큼 최선을 다해 싸워나갈 생각"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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