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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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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상

김태규 명리학 <352>

정점에 서있는 사람은 그 자리가 정점인 줄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이제부터야말로 더 빛나는 영광의 문으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 다짐하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시작이다, 하지만 내리막길의 시작인 것이다.
  
  개인에게도 삶의 정점이 있지만, 조직과 단체 나아가서 나라에 있어서도 정점은 존재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정점은 어디였을까?
  
  그간 칼럼을 통해 누차 얘기해왔듯이 1994 甲戌(갑술)년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하고 묻는다면 답은 약간 다르다.
  
  정점보다 정점에 도달하기 얼마 전이 좋은 법이다.
  
  삶의 상황에서 친다면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앞길에도 많은 도전과 과제들이 놓여있지만, 이제 어느 정도는 숨을 돌려도 되고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어느 시점일 것이다.
  
  등산에 비유하면 팔부 능선을 넘을 즈음이 아닌가 한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남았지만 이제 시야에 확연히 들어와서 그저 얼마만 더 오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
  
  운세 흐름도 동일하게 계산할 수 있다.
  
  오름 30 년, 내림 30 년, 이렇게 60 년의 한 순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오름 30 년의 8 할인 24 년이 지난 시점이 가장 아름다운 시점이 된다.
  
  우리 국운은 1964 년에 바닥을 치고 일어났기에 24 년을 더하면 1988 년이 된다.
  
  그 해 우리는 전 세계 사람을 불러 자랑스럽게 올림픽을 개최했다. 대회 기간 중 날씨마저 맑고 푸르러 하늘도 우리를 축하해주었다.
  
  그랬다. 그 때가 한 철이었다.
  
  그 이후 정점에 달한 우리 대한민국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8부 능선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00 년이었다. 그간 외환위기 등의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임도 뜨겁게 확인할 수 있었던 해였다.
  
  아직 8 부 능선 근처라 바닥의 느낌보다는 정상 근처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한 해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분명히 하나였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내몰린 중년의 가장들과 그 가족들의 생활은 피폐해졌으며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던 젊은이들의 장래에도 큰 장애가 놓여졌다.
  
  당장은 집을 팔고 있던 자산을 처분하여 연명해갔지만 3년을 넘어서자 한계상황에 내몰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2001 년 무렵이었다. 양극화가 시작된 것이다.
  
  兩極化(양극화)란 '하나'가 여러 개로 갈라져간다는 말이다.
  
  내리막으로부터 12 년이 지난 2006 丙戌(병술)년이 되자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 역시 더 이상 분열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함을 알렸다.
  
  더 윤택해진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그보다는 생활이 피폐해진 자가 더 많았다.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좌파는 노무현 대통령이 우파가 보낸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하기 시작했고, 미래에 먹고살 것을 염려하는 우파는 노무현 정부의 분배 정책을 대중 영합주의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좌우 사이에 벌어진 거리를 끌어당겨 메우는 일에 한계를 보였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무능력보다는 우리 자체가 무수히 분열되고 쪼개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멀어져가는 원심력, 좌우간의 반발력이 대통령과 정부의 구심력과 견인력을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올해가 2008 년이다. 가장 즐거웠던 1988 년으로부터 20 년이 흘렀다. 내년이면 정점이었던 1994 년으로부터 15 년이 지나 하산 길의 절반을 지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우울하다.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15 년에 걸친 겨울은 암울을 넘어 고난과 시련의 세월이 될 것이기에.
  
  그러나 창밖을 보니 여전히 차도는 중대형차로 메워지고 있다. 언제까지 저렇게 갈 수 있을까?
  
  '사랑도 할부로 되는 카드가 있느냐'고 묻는 광고 카피가 아무렇지 않게 들리는 세상, 필자의 귓가에는 장차 어려워져서 할부 대금을 불입하지 못하게 되면 사랑도 깨어져야 한다는 말로 들려오건만.
  
  광고문구란 언제나 시절의 어떤 측면을 반영한다.
  
  기억나는지, 2002 년 초 '올해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고 하던 카피가. 신용카드 회사의 광고였고 큰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2003 년 가을부터 '카드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카드 남발로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어났고 사람들은 잠시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지불하지 않았던가.
  
  최근 '하면 되고' 라는 CM송 역시 마음을 편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은 마취효과가 아닐까?
  
  문제가 있어도 그 순간에만 모면하거나 넘어가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 그러다가 정작 문제가 커져서 피할 수도 모면할 수도 없는 상황과 만날 수도 있을 터인데. 모든 것이 문제이다 보니 정작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느껴지는 감각의 묘한 마비현상 같은 것은 아닐까.
  
  이제 좋은 세월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좋은 시절을 기다리다 보면 자칫 눈앞의 시간을 소홀히 보낼 수도 있기에.
  
  한편으로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기억만은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그런 일은 이미 나이가 있는 필자 생전에 다시 볼 수 없을 터이니 말이다.
  
  20 년 전, 1988 년 그 무렵이 한 철이었다.
  
  Those were the days, 노래 제목이다. 그 때가 한 철이었다는 뜻이다.
  
  비틀즈 멤버 폴 메카트니가 러시아 춤곡에 가사를 붙였고, 메리 홉킨스라는 여자 가수가 청순한 목소리로 불러 세계적인 히트를 쳤던 바로 그 노래의 제목이다.
  
  얼마 전 다시 듣다보니 가슴에 와 닿는다. 노랫말을 옮겨본다.
  
  예전에 술집 하나가 있었지
  그곳에서 우리들은 한두 잔 걸치곤 했었지
  기억나니? 웃으며 보냈던 그 시간들이
  뭔가 거창한 일을 하겠다고 다들 기염을 토하면서 말이야,
  
  그래, 그 때가 한 철이었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시절
  하루라도 빠짐없이 그리고 언제까지나 노래하고 춤추며 보낼 것이라고
  싸우면 결코 지지 않으리라고 여겼던 그 시절 말이야
  
  젊었기에 서로들 길을 잘 갈 거라 여겼던 그 시절 말이야,
  
  그리고 분주한 날들이 우리 곁을 스쳐갔지
  어느덧 별빛처럼 영롱하던 생각들은 간 곳이 없어져버렸지
  이제 우연히 그 술집을 지나다 너를 보게 되면
  그 때처럼 다시 웃고 얘기할 수 있을까?
  
  오늘 저녁 그 술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지
  모든 것이 변해있었는데
  유리창에 낯선 모습이 하나 비치기에 보았더니
  아니 그 외로운 여인이 과연 나란 말인가 싶었지,
  
  문틈을 통해 낯익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네 얼굴이 보이고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도 들렸지
  친구야, 우리는 나이만 먹었을 뿐 조금도 철들지 않았나봐
  가슴 속의 꿈은 여전히 그대로인 걸,
  
  친구야, 그 때가 한 철이었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시절
  하루라도 빠짐없이 그리고 언제까지나 노래하고 춤추며 보낼 것이라고
  싸우면 결코 지지 않으리라고 여겼던 그 시절 말이야,
  
  젊었기에 서로들 길을 잘 갈 거라 여겼던 그 시절 말이야,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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