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豆(두)/覃(담)/旦(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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豆(두)/覃(담)/旦(단)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61>

말을 타본 적은 없어도, 말을 탈 때 그냥 풀쩍 뛰어서 올라탈 수는 없으리라는 것 정도는 짐작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鐙子(등자)다. 그걸 디디고 올라타는 것이고, 타고 나서는 또 그걸 굴러서 말에게 의사 표시도 한다.

수레에 오를 때도 그랬던 모양이다. 登(등)은 두 발의 모습인 癶(발)과 豆(두)로 이루어졌는데, 豆는 디딤판의 모습이어서 발로 이를 딛고 수레를 타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때로는 아래에 두 손인 廾(공)을 더한 모습도 있는데, 이건 그 디딤판을 하인이 손으로 받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豆가 제사그릇을 그린 것이 아님은 이미 얘기했지만, 그걸 제사그릇으로 보는 사람들은 제사그릇을 받들고 올라가(癶) 제단 위에 놓는다거나 음식이 가득 담은 그릇을 윗사람의 발아래 놓는다는 설명도 한다. 모두 '장면상형'이다.

그런데 옛날 모습을 보면 지금과는 좀 다르다. 登 밑에 廾이 더해진 형태 또는 <그림 1>처럼 癶이 없이 豆 밑에 廾만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요컨대 필수 요소는 豆와 廾이고 癶은 없어도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豆와 廾만으로 앞의 얘기들이 성립해야 하는데, 더욱더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림 2>는 또 다른 옛 모습이다. 보통 癶이 들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 艸(초) 또는 廾 같은 글자꼴이 들어 있다. 艸는 의미 연결이 어렵고, 廾이라면 아래 廾과 합쳐 네 손의 모습이 된다. 결국 이 글자는 豆와 廾(또는 같은 의미인 두 개의 廾)으로 이루어진 글자라는 것이다. 豆는 旦(단)이나 昌(창)과 같은 글자였다고 말한 바 있는데, '등'이라는 발음을 나타내기 위한 발음기호일 수 있다. 廾이 의미 요소여서 '바치다'의 뜻이 된다. 위의 설명 가운데 하나가 맞았지만, 발 얘기는 빼야겠다. '오르다'는 '바치다>올리다>오르다'로 의미가 변한 결과다.

潭(담)·譚(담)의 발음기호로 쓰이는 覃(담)은 <그림 3>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려 술단지 모양이라는 등 이상한 얘기들이 나오지만, <그림 4>의 윗부분을 보면 癶의 옛 모습일 가능성이 있다. 발음은 旦과 흡사하니, 覃이 登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覃의 윗부분은 다시 <그림 5> 같은 單(단)의 윗부분과 흡사하다. 그러고 보면 지금 글자꼴로도 覃과 單은 상당히 닮았다. 발음이야 말할 것도 없다. 單=覃임은 거의 확실한 듯한데, 그 單은 <그림 6> 같은 모습이 본래 형태로 일종의 사냥 도구를 그린 글자라고 한다. 갈라진 나무 끝에 돌을 매단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나 覃이 登의 변형이라면 이 어설픈 상형은 더 이상 고집하기 어렵다. <그림 7>은 또 하나의 單의 모습인데, 아래 呂 형태는 바로 豆=旦의 옛 모습과 일치한다. 單=覃은 登의 변형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獸(수)의 왼쪽 역시 登의 변형으로 봐야 한다. 보통은 사냥 도구로서의 單과 같은 글자라 해서, 사냥 도구와 사냥개(또는 사냥물)를 합쳐 '사냥하다'의 뜻을 나타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이 登의 변형이라면 登이 발음, 犬(견)이 의미 요소인 형성자가 된다. 초성 ㄷ/ㅈ은 처음에 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발음이었고, ㅈ은 ㅅ과 매우 가까운 음이기 때문에 登과 獸의 발음은 일치한다고 봐도 좋다. 받침이 떨어져나간 건 登의 발음 뿌리인 豆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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