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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관)/宣(선)/宮(궁)/宦(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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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관)/宣(선)/宮(궁)/宦(환)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60>

'벼슬'이라는 뜻의 官(관)은 윗부분이 집을 뜻하는 宀(면)이고 아랫부분은 낯설다(<그림 1>). 그것은 已(이)의 옛 모습이라고 한다. 소전체에는 그 부분이 師(사)의 왼쪽과 똑같은 모습으로 돼 있다. 언덕 위에 지어진 관리들의 '숙소'가 본뜻이라고 한다. '언덕'이 왜 나왔는지 의문스럽겠지만, 師의 왼쪽을 '언덕'의 뜻인 堆(퇴)의 본래 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이 부분을 '고깃덩어리'로 보는 사람들은 제사용 고기를 모셔둔 곳이라는 뜻에서 군대가 머무르는 곳, 관청의 뜻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어떻든 아랫부분은 불확실한 채로, 윗부분 宀과 지금 남아 있는 의미로 미루어 '관청' 비슷한 의미의 글자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일단 해두고 다른 글자부터 살펴보자.

'펴다'의 뜻인 宣(선)은 본뜻이 '궁전'이라고 한다. 宀이 의미 요소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마뜩찮다. 엷은 구름이 휘감기는 모습이라거나, 방 안의 화려한 회전무늬라는 식이다. <그림 2>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그림 3>을 보면 <그림 1>과 같은 글자였을 가능성이 있다. 아랫부분이 그런 엉성한 상형이 아니라 발음기호라고 보는 게 정석인데, 그 경우 같은 발음기호를 쓴 桓(환)과, 좀 구석지지만 官을 발음기호로 쓴 逭(환)을 보면 발음도 통한다.

역시 '궁궐'의 뜻인 宮(궁) 역시 <그림 4>의 두 口를 방으로 보면서 방이 연이어 있는 집 곧 '대궐'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창문을 뚫어 놓은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역시 宣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형으로 억지로 꿰맞춘 느낌이다. 획의 처리를 지금 관점에서가 아니라 옛날 관점에서 보면 좀더 융통성 있게 봐야 하고, 그럴 경우 <그림 4>는 <그림 1>과 큰 차이가 없다. 발음도 끄트머리만 약간 바뀌었다.

이 세 글자를 놓고 보면 宀이 의미 요소고 아래 발음기호 부분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것뿐이지 본래는 같은 글자였다고 볼 수 있다. 의미 역시 '궁궐' 같은 부분에서 접점이 있다. 宣의 '펴다' '베풀다'는 임금이 지시를 내리는 것을 말하는데, 그것은 '궁궐>임금>왕명'으로 의미가 옮겨졌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官도 '관청'이나 '벼슬' 이전에 '궁궐'이라는 뜻이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 글자들과 쉽게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 宦(환)이다. '벼슬'이라는 뜻은 官과 일치하고, 발음은 官과 宣의 중간쯤인 桓과 똑같다. <그림 5>가 옛 모습인데, 臣(신) 부분의 오른쪽이 약간 떨어져나가면 <그림 1>과 구분하기 어렵다. 결국 官=宣=宮은 宦의 변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자들의 발음기호는 臣이었고, 거기서 모양과 발음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별개의 글자로 분화한 것이다.

이번엔 <그림 6>을 보자. 擁(옹)·甕(옹)의 발음기호인 雍(옹)이라는 글자다. 이 그림을 보면 雍은 雝(옹)의 본래 모습이다. <그림 7>에서는 呂 부분이 邑(읍)으로 바뀌어 지금의 雝이 됐고, 雍에서 鄕(향)의 왼쪽처럼 된 부분은 본래 呂였다는 얘기다. 위의 亠 부분(雝에서는 巛으로 변한 부분)은 宀이다. 雍은 '새'인 隹(추)가 의미, 宮이 발음인 글자다. 따라서 지금 별개의 글자로 돼 있는 雝의 발음기호 邕(옹)은 바로 宮의 변형인 것이다. 宀이 亠나 巛으로 변했음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그림 8>처럼 아예 水(수)로 변한 것도 있으니 변화의 폭이 다소 컸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편 相(상)은 目(목) 부분의 옛 모습이 <그림 9>처럼 臣자로 보이는 요소여서 臣이 발음기호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木(목) 부분이 의미와 연결시키기 어려운데, 조금 복잡한 모양의 글자꼴들도 있어 木이 아닌 다른 글자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憲(헌)은 心(심)을 뺀 윗부분이 본래 글자라고 하는데, <그림 10>이 그 옛 모습이다. 아랫부분은 目 또는 臣으로 볼 수 있고, 윗부분은 <그림 11>과 비교해 보면 두 손의 모습인 臼(구/국)인 듯하다. <그림 10>은 의미 요소 辶=辵(착)을 더한 <그림 12> 즉 遣(견)의 본래자라고 한다. <그림10>과 <그림 11>은 같은 글자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憲과 遣은 같은 발음기호에 각기 의미 요소 心과 辶을 더한 형제 글자다. 그 발음 부분은 다시 臼가 의미 요소인 것으로 보아 憲의 본래자보다는 遣의 본래자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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