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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걱정 말라"더니 3주 후 "나가라"는 준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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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계약 걱정 말라"더니 3주 후 "나가라"는 준공공기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전화상담원 집단 해고 논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하 개발원, 원장 이봉화)에서 일하던 계약직 상담전담요원 43명이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집단 계약만료됐다.

특히 개발원 측이 계약만료 확정통보를 고용계약 종료일을 사흘(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앞두고 한 까닭에 준공공기관이 새해를 앞두고 일방적 해고를 자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 43명이 나가고 생긴 빈자리를 개발원 측이 3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새로 채워 넣고 있어, 준공공기관이 앞장서 고용불안을 부추겼다는 논란도 일 전망이다.

8일 해고 상담원들은 "정당한 해고사유도 없이 쫓겨날 수 없다"며 개발원 신규인력 채용을 위한 면접장소에서 농성을 벌였다. 일자리를 잃은 상담원 중 개발원에 항의하며 함께 행동하는 이는 13명이다. 이들은 개발원이 고용계약을 연장할 때까지 농성 및 시위 등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 8일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전화 상담원들이 '고용계약 연장'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걱정하지 말라" 해놓고 3주 뒤, "나가라"

해고 상담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6일 개발원으로부터 고용계약만료를 서면 통보받았다. 당시 통보를 받은 상담원들이 재계약 가능성을 묻자, 경영기획본부장은 "계약만료 통보는 재계약을 위한 형식적 절차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는 취지의 대답을 했다고 해고 상담원들은 주장했다.

해고 상담원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 직접고용 단기 계약직 형태로 개발원에서 근무했다. 매년 12월 31일에 고용계약이 만료되면, 의례적으로 바로 재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게 해고 상담원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 상담원들은 올해 상반기에 새로 바뀌는 전산 시스템에 대한 사전 교육까지 이미 이수한 터라, 고용 계약이 실제로 만료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8일, 개발원은 계약만료 통보서를 받은 이들 중 일부를 불러 구두로 계약만료를 확정했다. 이날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사실상 고용계약 만료일(31일)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한 셈이다.

이에 해고 상담원 봉혜영(48) 씨는 "이렇게 대책 없이 사람을 내쫓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며 "이렇게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쫓아낸 자리에 3개월 초단기 계약직 신규채용 공고…왜?

더욱이 개발원 측이 이번 집단 계약만료를 진행하는 동시에, 해당 자리를 채우기 위한 3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직 채용공고를 낸 상황이라, 해고 상담원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발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상담전화요원 35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번에 신규 채용되는 이들은 고작 3개월 후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대해 해고 상담원 유금복(46) 씨는 "업무에 숙달한 이들이 멀쩡히 있는데, 그런 우리를 쫓아내고 왜 새로운 사람을 뽑는 건가"라며 "고용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개발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전화 상담원이 가장 바쁜 시기가 1월에서 3월까지"라며 "하필 이 시기에 새로운 인원을, 그것도 3개월 일하고 나가야 할 사람들을 뽑아서 전화 상담을 맡기면, 업무에 반드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른 피해자는 결국 전화상담을 해오는 각종 복지시설과 개발원이 해오던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해고 상담원들의 반발에 대해 개발원 측은 계약만료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으며, 3개월 계약직 채용은 필요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개발원 인재개발부 이어연 부장은 "처음부터 비정규직(계약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사람들 아니냐"라며 "정해진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3개월 초단기 계약직 채용과 관련해서는 "지금이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이니, 젊고 똑똑한 우수인력(대학생)들이 신규채용에 상당수 지원하리라 판단해 3개월 단위 계약 방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갈 길 멀다"

이 같은 개발원 측의 설명에도, 이번 집단해고는 준공공기관이 앞장서 비정규직을 사용, 고용불안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문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법규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7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중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서 2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다.

박 법규국장은 "상담 전화 업무야말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라며 "개발원의 이번 집단해고는 보건복지부 산하 준공공기관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시대 흐름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개발원 운영지원부 정해선 비서실장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인력수요와 조직운영 방침 등을 종합해 고용형태(비정규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원은 2009년 9월에 만들어졌다. 이봉화 개발원장은 2010년 초대 원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개발원을 이끌고 있다. 이 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역임한 인사다. 이 원장은 2008년 쌀 직불금 수령 논란으로 보건복지부 차관 자리에서 물러난 후, 2010년 초대 개발원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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