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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검찰 "<PD수첩> 의도적 오역·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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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흥분한 검찰 "<PD수첩> 의도적 오역·왜곡이다"

오류투성이 140쪽짜리 문건 발표…美 검역 시스템 '안전' 주장

검찰은 29일 문화방송(MBC) <PD수첩>이 방송 내용 중 19군데에 의도적 왜곡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PD수첩> 제작진에 140쪽에 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검찰 "공부 열심히 했다"

검찰은 이날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다우너 소 동영상과 송일준 PD의 발언 등으로 '다우너 소를 광우병소'라고 각인시켰다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어머니, 주치의 인터뷰 등을 왜곡, 오역했다 △미국 언론에서 특정 의견만 인용했다 등의 '잠정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검찰이 발표 직전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개 자료 제출 요구'로 형식을 바꾼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발표는 당사자 소환 조사나 자료 확보 없이 사실상 '수사 결과'부터 발표하고 나선 셈이라 발표 형식에서부터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30일 서울 교육감 선거와 연관지어 검찰의 결과 발표 시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자료 제출 요구'로 발표 성격을 바꾼 데 대해 "<PD수첩>이 근거로 삼은 자료를 보지 못한 이상 100%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최 차장의 설명과 달리 이날 검찰의 발표는 <PD수첩>의 오역과 왜곡 의혹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검찰 발표 내용 대부분은 그간 번역자 정지민 씨 등이 제기한 의혹을 짜깁기한 수준이었다. 검찰 발표 내용을 본 한 기자는 "오늘 발표 내용은 검찰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높지 않느냐"고 따졌고, 다른 기자는 "기소도 되지 않은 사안을 이렇게 미리 밝히는 것이 합당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를 맡은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고 있는 임수빈 형사2부장은 "검찰은 단정지은 적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자못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PD수첩>은 왜 이런 의견은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나는 공부 열심히 했다. 기자들도 공부 열심히 하고 잘 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무식하고 의도적인 왜곡 투성이"

이날 검찰의 발표에는 오류도 많았다는 지적이다. 임수빈 형사2부장은 <PD수첩>이 프로그램 초반부에 인용한 휴메인소사이어티 동영상을 두고 "이 동영상의 취지는 동물 학대 사례를 고발하면서 식용으로 유통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다우너 소의 원인은 59가지에 달하고 광우병은 아주 드문 경우인데, <PD수첩>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의도성'을 따졌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 다우너 소의 도축을 금지한 이유를 모르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국에서 다우너 소를 도축하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광우병 때문"이라며 "다우너 소의 발생 원인은 59가지에 이르더라도 광우병 때문에 도축을 금지한 것이다. 미국에서 다우너 소 도축 금지에 관한 법을 만들 때도 광우병 발생 직후이며 당시 보도 자료에도 이런내용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관해 언급하는 빈슨의 모친, 주치의 등의 인터뷰에서 CJD(크로이츠펠트-아코브병)을 vCJD(인간광우병)로 일관되게 바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로빈 빈슨은 의사로부터 MRI 진단 결과를 CJD로 듣고 진술하였으나 의사들은 vCJD 가능성에 관해서도 언급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며 나름의 '추론'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와의 인터뷰에서 'clinical picture'를 '임상 사진'으로 번역한 것을 두고 "원래 '임상 양상을 뜻하는 말을 MRI 사진을 뜻하는 것처럼 번역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clinical picture'를 '임상 양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식한 해석이며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우석균 실장은 "이 말은 임상 증상과 MRI, 뇌파 검사 등 임상 검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단어"라며 "아레사 빈슨의 경우 MRI에서 '시상베개'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임상 증상으로서 22세에 CJD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 때문에 더욱 vCJD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검찰이 도표까지 그려 CJD와 vCJD가 명백히 구분되는 병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도 완전히 틀렸다'면서 "vCJD는 CJD의 일종이지 완전히 다른 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vCJD는 CJD의 일종으로 설명하고 있다.

검찰의 '편파적, 일방적 보도' 질의서

또, 이날 검찰은 <PD수첩>에 대해 '보도의 근거가 뭐냐', '편파적, 일방적이다'라고 몰아붙였지만 이날 검찰의 발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지적이다.

최교일 차장은 "인터넷에 충격적인 의혹 제기가 있다"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글을 출처와 근거도 모른 채 <PD수첩>에의 자료제출 요구 근거로 삼기도 했다. 이는 <PD수첩>의 방송을 두고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에게 유도 질문을 했으며 주치의의 발언을 정반대로 해석해 번역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기자들이 "방송 원본으로 확인한 것인가"라고 묻자 "사실 확인이 안됐다"고 답했고 "새로운 팩트가 아니라 기존 방송 내용을 해석, 추론한 것인데 이를 근거로 삼을 수 있느냐", "동영상의 출처도, 올린 사람의 의도도 모르면서 이렇게 제시할 수 있느냐"고 따지자 "그만큼 <PD수첩>이 논란이 된다는 것"이라고 한발 뺐다.

그러나 이날 최 차장이 언급한 글은 동영상은 <PD수첩> 방송 동영상을 놓고 한 누리꾼이 악의적으로 분석한 것일 뿐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검찰이 <PD수첩> 방송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 신뢰할 만하다"

또 검찰은 이날 MBC <PD수첩>이 방송에 인용한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다우너 동영상'을 분석하면서 미국의 미국 농업통계국(NASS), 식품안전국(FDA), 국제수역사무국(OIE), 미국 농무부(USDA) 자료를 전문 그대로 싣는 등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은 신뢰할 만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의 이러한 주장은 <PD수첩>을 비판하는 대전제가 됐다.

특히 미국의 광우병 예찰 시스템에 대해 "이러한 검사는 미국 내 광우병 발생률을 극히 낮은 수준으로 만들고 광우병이 가축에게 전파되는 것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는 등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으나 이러한 평가를 누가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이 전체 도축 대상 소의 1%만 도축한다'는 비판에 대해 "미국은 단순한 검사 마리 수보다는 광우병 검색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 소를 검사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광우병 감염소를 색출할 수 있는 검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평가를 전했다. 치아감별법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고 객관적인 방법이라고 한다"는 평가를 전했다.

검찰 "2주 시간 준다" vs <PD수첩> "새로운 것 없다"

최 차장은 <PD수첩> 제작진의 기소 여부를 놓고 "이번 수사는 진실이 무엇인지 가리는 것이 목적"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무게가 그 쪽에 있다는 것이지 명예훼손 여부를 조사해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조사를 거친 다음 범죄가 있다고 판단되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PD수첩> 측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8월 13일까지 2주간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PD수첩>은 "검찰의 발표는 새로운 것이 없다"며 "이미 방송으로 밝힌 부분이 대부분이므로 공개 질의서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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