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만주벌판, 동북공정 그리고 만주국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만주벌판, 동북공정 그리고 만주국

김민웅의 세상읽기 <260>

요즈음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지요?
  우리 고대사에 대한 왜곡이다,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
  동북아 역사재단은 제대로 일하고 있기는 하나?
  이런 질타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백두산까지
  중국의 장백산으로 세계유산 등록이 될 판이라면
  사태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미 중국은 지난 1998년경부터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중국의 이른바 변강(邊疆)지역(자기들이 보기에 변방)에 대한
  역사적 정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동북공정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전지역에 대한
  중화주의적(中華主義的) 역사편찬의
  대대적인 국책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동북공정은 이른바 동북 3성,
  그러니까
  길림성(지린성/吉林省), 요녕성(랴오닝성/遼寧省),
  흑룡강성(헤이룽장성/黑龍江省)으로 이루어진
  중국 동북지역에 대한 역사적 논란을 확정짓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역사적 논란"이란,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사라져간 고대 국가들은
  모두 중국역사의 부분사로서
  변경의 지방정권 수준의 존재였다는 것을 주장하고,
  우리의 경우 고구려나 발해 등으로
  고대사에 대한 연고권을 내세울 생각일랑은 아예 말아라,
  하는 것 정도는 이제 다들 잘 알고 있는 바입니다.
  
  그런데 왜 중국이 이러는가 하는 점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좀 필요합니다.
  물론 전략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향후 영토분쟁이나
  소수민족 통제정책 등의 고려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여기에는 중국의 세계관과
  근대 역사의 비극이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첫째, 세계관의 문제로서는
  중국은 진시황 이래로
  천하(天下)라는 개념으로
  중원(中原)의 권력질서를 이해해 왔습니다.
  
  무수한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해 왔지만
  결국 그것은
  천하라는 거대한 틀을 짜기 위한 쟁투의 과정이었고
  이 중심에는 중국의 최고 권력자 천자(天子) 또는 천제(天帝)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민족국가의 개념이 근대의 소산이라면
  천하의 개념은 근대 이전까지 중국의 역사관을 형성해 온
  축이었습니다.
  문제는 민족국가의 시대를 거치고 나서도
  이 천하의 세계관이
  다시 중국의 역사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 천하의 세계관은
  중국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결국 현실에서는 소수민족에 대한 통합정책으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진시황이 세운 만리장성은 북경 바로 위에서
  이 동북부 지역의 비한족(非漢族)에 대한 경계망이었는데,
  이제 와서 비록 비한족 세력이 중국으로 통합되었지만
  이들의 과거사까지 한족의 역사로 만들어 둔갑시키는 것은
  어떻게 말해도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중국 천하에 소수민족의 역사까지 말살해버리는
  이러한 동북공정은 당연히 우리가 문제 삼고
  시비를 걸어야 합니다.
  이것이 현실에서 이 지역에 대한 고토의 연고권 주장으로 치닫는 것은
  삼갈 일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한족이 아닌 우리 자신의 역사가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은
  천하의 바보가 되는 겁니다.
  
  둘째, 중국의 근대사에서 발생했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동북 3성이 어디입니까? 바로 만주(滿洲)입니다.
  요사이는 만주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일제시기에
  우리 독립투쟁의 무대였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 고대사 복원의 열풍이 부는 바로 그 지역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만주를
  아무런 의문 없이 중국의 영토로 간주하지만
  사실 이 지역은 오랜 동안 중국의 오지로서
  제대로 개간되지 않았고 내버려진 땅처럼 되어 왔었습니다.
  풍요한 자원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땅이
  북경 아래
  이른바 중원에 집착했던 중국 자신의 정책으로
  만주와 간도 등은 도리어 우리민족의 개간지로 활력을 얻었습니다.
  
  만주와 남 몽골지역은 서로
  말하자면 중국의 변방이었지만
  동북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의 소유지였습니다.
  전략적으로도 미국과 러시아가 일찍 여기에 눈독을 들였고
  일본 역시 이 지역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1931년 이른바 만주사변이라는 것도
  남만주 철도를 경영하면서 이 지역을 병탐하려 했던 일본의 군부,
  특히 관동군의 독자적 침략으로 벌어진 일이자
  이후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역사입니다.
  
  일본은 만주족의 나라 청(淸)의 마지막 황제 부의를
  만주국의 수장으로 내세워 자신의 수하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를 세웠고,
  이를 기초로
  이른바 오족협화(五族協和)라고 해서
  일본, 조선, 만주, 몽골, 중국의 공동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서구 제국의 만주에 대한
  식민침탈은 중국의 근대사에서
  뼈아픈 역사가 됩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우리에게 있어서
  '비원(悲願)의 독립투쟁'이 벌어진 풍찬노숙의 현장이기도 하지요.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만주병탈과 중국 침략의 역사적 기억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러한 근대사의 비극과 연결시켜보면
  다시는 만주를 중국의 영토가 아닌 지역으로 빼앗기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민족의식의 발로라는 측면이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대사와 근대사의 내용이 서로 엇갈리면서
  지금의 중국의 아시아 전략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동북공정을 벌이는 것은,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화합을 이루어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대사는 고대사로 인정하고
  근대사에서의 아픔은 아픔대로 명확히 토로한다면
  아시아 전체의 패권쟁투의 역사를 접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지어나가는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한마디,
  우리의 자세와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고토 회복, 고대사 논쟁에는 그토록 열을 내는 우리사회가
  바로 이 만주지역, 또는 동북3성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조선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들 우리 만주지역 내지는 동북3성의 동포들과
  우리가 내면에서부터 진실로 하나가 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중국의 동북공정은 현실적으로 힘을 쓰기 어렵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더더욱 무리한 동북공정을 펼칠지는 모르나
  그건 그리 약발이 잘 먹히지 않을 겁니다.
  
  그에 더하여
  만주지역에서 그야말로 풍찬노숙의 독립투쟁을 했던
  우리 조상들의 역사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이를 우리사회의 교육의 근간으로 세워 왔다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 이토록 무력한 방식의 대응은
  아마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역사의식이 바로 서지 않는 민족은
  있는 것조차 빼앗기고 맙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질타에 못지않게
  우리 역사교육의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일본이 세운 친일정권 허수아비 국가 만주국의 경비대, 관동군에 소속되어 있던
  적극 친일인사들이
  다시 해방 이후
  이 나라의 주도권을 쥐고 대세를 움직여 왔다는 사실,
  이걸 제대로 직시하고 현실에서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비판을 아무리 해봐야
  우린 여전히 만주역사의 진정한 실체를 알지 못하는
  그런 수준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