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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청와대는 외교 문제 평론가인가?

ARF-독도 파문에 '남의 일 얘기하듯'…외교부는 '물타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 '금강산 사건'과 '10.4 정상선언' 관련 문구가 담겼다가 한국의 요청으로 모두 삭제되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27일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남의 일'처럼 대하자, 국정의 최고사령탑이 외교적 파문에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평론이나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 '엽기적인' MB외교 ; "분노는 정책이 아니다")

청와대가 말할 입장 아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싱가포르에서) 돌아가는 정황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결정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

이 참모는 이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현지에서 외교장관이 알아서 결정한 일에 대해 청와대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ARF 대응에 대한 평가마저 거부했다.

이같은 대응은 청와대가 "금강산 문구 외에 10.4선언이 함께 포함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을 싱가포르 현지 대표단에게 제시했다는 <중앙일보>의 26일 보도 등으로 제기된 청와대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남북관계 경색, 쇠고기 파동, 독도 문제, 금강산 피격 사건 장기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대외 악재로 '외교적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을 보호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고유 영역인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나오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외교부는 '북한 역할' 강조로 탈출 시도

반면 외교통상부는 전적으로 유명환 장관이 지시한 일이라며 '총알받이'를 자처하는 한편, 북한도 의장성명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싱가포르 외무차관을 만나 의장성명 수정을 요구하는 등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는 파문이 커지자 이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실에 들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금강산 문구 포함 여부는 현지 대표단의 재량에 따른 것"이었다며 외교부의 단독 플레이였음을 강변했다.

또한 이 차관보는 "북한이 회의 초반부터 10.4선언 관련 문구를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려 강력히 노력했다"는 등의 말로 이번 사태가 한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외교부가 '북한의 노력'을 들고 나오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은 27일 <교도통신> 보도 이후부터였다. 이 통신은 ARF 참가국 소식통을 인용해, 금강산 문구 삭제는 북한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외교부가 매도당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를 통해 북한도 금강산 문구를 빼려고 노력한 만큼 '10.4선언 문구를 빼려면 금강산 문구도 빼자'는 싱가포르 측의 제안은 남북 모두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차관보나 외교부 당국자들의 해명, <교도통신>의 보도 등은 "한국이 싱가포르에 10.4선언 문구를 빼자고 했고, 싱가포르가 '그럼 금강산 문구도 같이 빼자'고 역제의해 한국이 받아들였다"는 이번 사태의 줄거리를 바꾸진 못한다. 그것은 외교부 당국자가 25일 의장성명 수정 사실을 처음 알리며 했던 말 그대로다.

이에 따라 한국이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고, 북한에 10.4선언에 대한 강한 거부의 신호를 보냈으며, 남북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것이고, 금강산 문제의 해결도 요원해졌다는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독도 파문에도 '격노'할 입장인가?

한편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 귀속 국가의 명칭을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반응도 '평론가'적인 것이었다.

<연합뉴스>는 청와대 한 참모의 말을 인용해, 휴가중인 이 대통령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이 대통령이 사태의 책임을 관련 부처나 참모들에게 떠넘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 외교전문가는 "국민들이 대통령의 안이한 독도 대응에 격노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격노하고 나선 건 앞뒤가 바뀐 처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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