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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虫(충)/巴(파)/白(백)/回(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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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모)/虫(충)/巴(파)/白(백)/回(회)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58>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 女(녀)가 바로 그런 모습을 그린 글자라고 한다(<그림 1>). 그리고 거기에 점을 두 개 찍어 넣은 것이 母(모)자로 설명된다. 그 두 점은 아기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는 '부착식 우유병'이다. '여자'에서 '어머니'로 탈바꿈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라는, 깊은 철학성이 담긴 글자 만들기다.

지금은 글자 모양이 다소 변형돼 쉽게 알아볼 수 없지만, <그림 2>(女)와 <그림 3>(母)의 소전체를 비교해 보면 점 두 개를 뺀 나머지 부분이 완전히 같다. 위의 설명이 더욱 솔깃한 이유다. 물론 두 점이 그런 상형적 요소가 아니라 女자와 구별해 다른 글자를 만들기 위한 구별부호라는 설명도 있긴 하다. 어느 쪽이든 母는 女자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글자라는 얘기다.

그러나 글자 만들기가 이런 고도의 철학적인 작업이었을까? 필자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위의 설명은 아주 잘 짜여진 소설이다. 그런 의문을 품고 <그림 4>와 <그림 5>를 비교해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림 4>는 母의 옛 모습이고, <그림 5>는 '벌레'의 뜻이라는 虫(훼)자다. 虫는 우리가 보통 蟲(충)의 약자로 써서 '충'이라 읽지만, 본래 발음은 '훼'다. 초기 한자에서 ㅎ/ㅁ 겹자음이 있었다는 설을 떠올리면 母와 虫는 같은 글자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虫는 뱀을 그린 글자라고 한다. 살무사라는 머리가 큰 뱀이라는데, 그런 까닭에 머리가 크게 그려졌고, 두 점은 눈인 셈이다. 우리는 '벌레'라면 곤충류 정도로 생각하는데, 한자에서 虫=蟲으로 표현되는 벌레는 거의 모든 동물을 가리킨다. 포유류는 毛蟲(모충), 조류는 羽蟲(우충), 어류는 鱗蟲(인충)이고 심지어 사람도 裸蟲(나충)이라 한다. 그러나 한자의 생성 과정을 볼 때 虫는 원래 이 부류들을 뺀 잡다한 동물들을 의미했던 듯하다. 특히 뱀 같은 파충류를 가리키는 말이었겠다.

虫는 母 이외에도 여러 글자로 분화해 나간 듯하다. 우선 巴(파)가 있다. 巴 역시 뱀을 그린 것으로 설명되지만 종류는 虫와 다른 것이라고 한다(<그림 6>). 뱀을 종류별로 따로따로 그려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믿기는 어렵고, 같은 글자가 두 가지로 변형된 것이라고 봐야겠다.

白(백)은 기원에 관해 수많은 설이 난무하고 있는 글자다. 엄지손톱 모양이라는 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데, '엄지'이니 '우두머리' '맏이'가 본뜻이고 거기서 '희다'의 뜻으로 가차돼 쓰인 것이라고 한다. 그 밖에 껍질 벗긴 쌀, 햇빛, 도토리 열매, 흰 뼈, 촛불 모양, 그릇 모양 등 가지가지다. <그림 7>과 같은 모습만 보고 이리저리 상상력을 발휘한 것인데, <그림 8>과 같은 모습도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받침의 들고남을 생각하면 발음도 巴와 비슷하다. 글자 모양에서 꼬리 부분이 간략화돼 없어진 것이다. 白 역시 虫=巴의 변형으로 보인다.

回(회)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거기서 '빙빙 돌다'의 뜻을 끌어낸다. 그런데 그런 소용돌이의 모습을 그렸다는 게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 역시 <그림 9> 같은 옛 모습이 <그림 6>이나 <그림 8> 등과 흡사함이 눈에 띈다. 발음은 虫와 거의 같다. 回도 그 변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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