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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에 '말(言)폭탄'…'조·중·동' 각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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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PD수첩>에 '말(言)폭탄'…'조·중·동' 각본대로?

[현장] 방통심의위 <PD수첩> 오류에만 집중 …'언론 자유' 뒷전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가 광우병 위험에서 안전한가' 1, 2편 심의는 그간 조·중·동이 제기한 온갖 의혹과 논란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특히 정호식 MBC 시사교양국장과 조능희 <PD수첩> CP를 상대로 진행한 의견 진술에서 이들은 영상 편집, 자막, 음향 효과 등 <PD수첩> 프로그램 내부의 오류를 밝혀내는 데만 집중했으며 <PD수첩>이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음을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 결정이 언론의 자유를 심대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이도 없었다.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PD수첩> 심의에 항의해 퇴장한 이후 남은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특히 <PD수첩>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박명진 위원장은 "<PD수첩>의 모든 오역은 '미국소는 광우병소다', '아레사 빈슨은 인간광우병으로 죽었다'고 느껴지도록 굉장히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이뤄졌다"며 "때문에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있는지, 의욕이 넘쳐서 알면서도 오역한 것이 아닌가 의혹이 들 정도"라고 했다.

박천일 위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보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 광우병 쇠고기다' 라는 대전제를 깔고 시작한 것은 아니냐"며 "방송에서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동영상을 내보내고 한쪽 방향의 의견만을 과잉되게 공급해 공포감이나 초조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너무나 불순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박정호 위원도 "어떻게 오역이 이렇게 특정 방향에서만 일어났느냐"며 "프로그램 전개상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오역이 일어나 뒷부분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왜곡시킨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호식 국장은 재차 "미리 정해놓은 방향성이나 의도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부인했고 조능희 CP도 "이명박 대통령 방미, 휴메인소사이어티 동영상 공개, 미국의 인간광우병 의심환자 발생 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사프로그램 연출가나 기자라면 누구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며 "이를 두고 불순한 의도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송일준 PD 한 마디가 전체 규정했다"?

또 이들 심의위원들은 <PD수첩> 진행자인 송일준 PD가 진행 중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결정적 오류"라며 <PD수첩> 제작진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호식 국장은 "프로그램에서 14~15번은 '광우병 의심 소'라고 말하다 생방송 중에 스튜디오에서 '광우병 걸린 소'라고 한번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명진 위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진행자가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말한 것을 우연한 실수였다고 하면 당황스럽다"며 "대 공영방송의 대 진행자가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가. 그러고도 실수를 몰랐나. 그 실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생각해봤나"라고 따지면서 "대답해달라"고 압박해 정호식 국장으로부터 "객관적인 질문이 아닌듯하다", "목소리를 높일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송일준 PD의 '광우병 걸린 소' 발언을 크게 해석하면서 "앞의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이나 아레사 빈슨의 사례 등 충격적인 장면 이후에 송 PD가 '광우병 걸린소'라고 말함으로써 전체 내용을 틀지우게 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미국소는 광우병 소'라고 오인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정 국장은 "위원장이 말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다가오는 실수였다면 그 다음날이라도 화제가 됐을 텐데 한참 뒤에야 논란이 됐다"며 "위원장처럼 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반박했고 조능희 CP도 "방송이 이뤄지던 시점과 지금은 다르지 않느냐"고 했다.

"아레사 빈슨 죽음이 충격적인가, 부실 협상이 충격적인가"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PD수첩> 영상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더 문제"라는 식으로 나왔다. 박 위원장은 "(<PD수첩>측은) 실수라고 했지만 진행자 발언의 앞 화면, 휴메인 소사이어티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영상 등으로 인해 전체 효과가 컸다"며 "솔직히 말해서 전체 효과는 굉장히 크지 않았느냐"고 했다.

박정호 위원도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가 시청자들이 공포심이나 애절한 감성 등에 압도당해서 뒷부분에 나온 쇠고기 협상 관련 문제들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 아니냐"며 "후반부에 가면 한국인의 94%가 광우병에 더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손태규 부위원장은 "시사프로그램에서 음향 효과의 문제는 크다"며 "전반부에는 강렬한 음악이 나오고 한명숙 전 총리가 나올 쯤에는 굉음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감정의 충동을 일으키는 부분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에 정호식 국장은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다우너 동영상'은 지난 2월부터 많이 공개된 것고 뉴스에서 다룬 것이라 사람들이 충격적이라 생각지 않고 익숙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무엇을 먼저 배치하느냐의 편집권은 상식과 양식, 자율성의 측면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만 그렇게 해야할 객관적이고 충분한 이유가 있었느냐의 문제 아니냐"고 반박했다.

조능희 PD는 "아레사 빈슨의 죽음이 충격적이었다고 하나 국민들은 몰랐던 것을 아는 충격이 더 컸을 것"이라며 "정부 관료 99.9%가 안전하다고 하는 비과학적이고 정치적 화법에 거의 10일간 묻혀있다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충격이 더 컸다고 본다. 만약 <PD수첩>이 호도하고 과장해서 (촛불 시위 등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그것은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PD수첩>이 사과했으면 국민들이 검찰 수사 지지하지 않을 것"?

한편, 이날 몇몇 위원들은 기상천외한 논리와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규칠 위원은 "정부는 심각한 자세로 사과를 두 번인가 했는데 공영방송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만약 5월 13일에 사과해버렸으면 검찰 수사 안받았을 것이다. 혹시 받는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이 그렇게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능희 CP는 "국민 여론이 검찰 수사를 지지하느냐"고 되물었고 김 위원은 "보다 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잘못이 있었을 때 신속하게 시정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박명진 위원장은 심의를 시작할 때에는 "심의위는 심의 규정에 따라 방송 기법과 방법을 평가한다"고 하고는 심의 와중에는 <PD수첩>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을 게재히면서 '제목'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다가 정호식 국장이 "출처에 제목까지 밝히라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규정에 없는 내용까지 지적하면 곤란하다"고 하자 "규정이 아니라 상식이고 원리"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날 조능희 CP는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검찰 수사를 받고 방통심의위 심의도 받으면서 과연 후배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후배들이 보기에 정부 비판하면 검찰 소환 당하고 자막 해명해야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두렵다. 과연 정부 비판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는데 밤을 새가며 일할까 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소회를 토로했다.

이에 박명진 위원장은 "이리 저리 불려다니지 않을 '팁'을 드릴까요"라며 "공정성을 지키시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서포트해 드릴 것입니다"라고 한수 가르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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