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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차 해고자들 위한 '평범한' 직장인들의 '가벼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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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차 해고자들 위한 '평범한' 직장인들의 '가벼운' 연대

<의자놀이> 프로젝트 기획한 문은지 씨 "죽음의 연쇄 막는 힘 되고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평범한' 사회인들이 뭉쳤다. 공지영 작가의 책 <의자놀이>를 선물 받아 읽고, 다 읽은 후엔 지인에게 새 <의자놀이>를 선물해주는 일을 연쇄적으로 하는 '착한 다단계'가 시작된 것.

직장인 문은지(26) 씨와 자영업자 김규상(30) 씨 등은 약 3주 전부터 '의자놀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 '깨알' 같은 연대를 벌이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 '함께 어디까지 가봤니'(☞커뮤니티 바로 가기)를 통해 '의자놀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라벨을 받는다. 그리고 책 <의자놀이>에 라벨을 끼워 넣고 지인에게 선물한다.

문 씨는 6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한 명이라도 더 쌍용차 사태의 진실을 알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의자놀이> 판매 수익금이 전액 쌍용차 해고 노동자에게 전달된다는 점도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한 이유가 됐다.

▲ '의자놀이 프로젝트' 설명 ⓒ커뮤니티 '함께 어디까지 가봤니?'(GOING-TOGETHER.COM) 제공

문 씨는 며칠 전 다니는 회사의 사장에게 책을 선물했다. 다행히도(?) 사장은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프로젝트에는 벌써 20여 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이는 커뮤니티를 통해 집계된 사람의 수일 뿐이다. 다단계의 특성상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를 알 길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 씨 등이 생각한 방법은 '인증 사진'이다. 문 씨는 "인증샷이 많이 모이면 책으로 묶어 출판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쌍용자동차 그런 것 몰랐다…나처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많을 것"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회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파업이나 노동자라는 단어에 알 수 없는 거리감도 느꼈다고 문 씨는 말한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도, 문 씨는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었다"고 했다. 그런 문 씨가 쌍용차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강연을 듣고 나서다.

문 씨 등은 지난해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에서 주최한 청년리더십아카데미에서 김 지도위원의 강연을 듣게 됐다. 문 씨는 특별히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법륜 스님을 좋아했다. 문 씨는 "김 지도위원 강연을 들으며 울다 웃다 했다"며 "쌍용차에서 23명이 죽었고,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당시 "'내가 여태까지 이런 걸(쌍용차 사태 등) 왜 몰랐지'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며 "다른 참석자들도 비슷한 반성과 미안함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회적 '자각'을 함께한 이들은 곧 대한문 앞 분향소를 함께 찾았다. 그리고 자신들처럼 쌍용차 사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부담 없는 참여 통로"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 '의자놀이 프로젝트' 기획자 문은지(왼편) 씨와 김규상 씨의 인증사진. ⓒ커뮤니티 '함께 어디까지 가봤니?'(GOING-TOGETHER.COM) 제공

실낱같던 기대 한 번에 무너뜨린 새누리당, "대선을 위한 쇼였나"


쌍용차 사태에 관심을 두면서부터, 문 씨 등은 다른 노동 현안과 각종 정치 사안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에서 쌍용차 사태에 관심을 내비칠 때에는 "기대 아닌 기대"도 했다고 문 씨는 말했다.

그러다 지난 4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이 평택 쌍용차 송전탑 농성장을 방문해 보였던 모습은 문 씨 등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겨줬다. 문 씨는 "(새누리당이) 대선 전에는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나"라며 "방문해서 내려오라고만 했다는 얘기를 듣고, '대선을 위한 쇼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송전탑 아래 천막에 모인 농성자들 앞에서 단호하게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내보였다. 지난달 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서 180도 달라진 태도다.

문 씨는 "박근혜 당선인을 100%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실낱같은 기대를 했었다"며 "그러나 이번 방문으로 그런 작은 기대마저도 사라졌다. 슬프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만큼, 더욱 많은 사람이 쌍용차 사태를 향한 작은 관심을 더 표현했으면 좋겠다"며 "직장인들은 바쁘고 고되 농성장을 방문하는 등의 일은 잘 할 수 없지만, <의자놀이>를 읽는 '가벼운' 일은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문 씨는 "의자놀이 프로젝트가 23번의 장례 이후, 죽음의 연쇄를 끊어내는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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