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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라"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65> 독도 둘러싼 일본의 얄팍한 속셈

한반도 여름 더위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는 소식이 들려온다. 봄에는 미국 쪽에서 오더니 이번에는 일본 쪽이다. 7월 14일 일본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중학교 사회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내놓아 한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는 '미친 쇠고기' 수입 반대에 이어 제2의 촛불 시위를 낳을 만큼의 폭발력을 지닌 사안임이 틀림없다.

2012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문제의 해설서에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문구는 없지만, 일본이 러시아와에 대해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해온 홋카이도 북방 네 개 섬과 같은 차원으로 독도(일본이름으로는 '다케시마')문제를 끌어올려 교육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문제이기도

그렇다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우파들의 속셈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독도가 한일 사이의 '분쟁 지역'이라는 인식을 한일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널리 퍼뜨려 이득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다툼 문제를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다 끌고 감으로써 발언권을 강화하고, 앞으로 언젠가는 이뤄질 독도 주변해역 자원개발에서 일본의 지분참여 폭을 넓히고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보인다.

일본은 잊을 만하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꺼내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을 어지럽혀 왔다. 오죽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가 나와 한국인들의 애창곡이 됐을까.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 사회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으나, 독도문제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둘러싼 갈등이기도 하다.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은 해안으로부터 200마일(약 320km)까지를 연안해역이라 보고, 그 범위 안에서는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탓이다.

독도 인근에서 무력충돌 일어나면...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 한일간에 무력충돌로 번질 경우다. 일본 순시선이 독도 주변을 어슬렁거려 우리 해군이 출동한 일은 여러 번이지만, 실제로 무력충돌이 일어나 사상자가 생겨난다면 어찌될까. 이것이 바로 일본의 노림수라는 생각이 든다.

독도 주변에서의 무력충돌로 사상자가 생겨난다면, 일본은 그 문제를 걸고넘어질 것이고 '독도는 국제분쟁지역'이란 인식을 국제사회에 퍼뜨릴 게 틀림없다. 애당초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진실을 잘 알고 있는 일본이다. 그래서 독도문제가 어떻게 풀린 다해도 잃을 게 없는 일본이다. 속된 말로 한번 찔러보고 뭔가 이득을 챙겨보려는 얄팍한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 남중국해의 해저유전 채취 현장.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영유권을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언제라도 터질 휴화산처럼 긴장상태다. ⓒ프레시안

남중국해 분쟁에서 힌트?

일본이 거울로 삼고 있는 지역이 동남아시아 남중국해 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독도 주변의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듯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들도 같은 문제로 긴장상태다. 동남아시아에는 섬들이 많아 사실상 200마일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형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영유권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져 온 것도 그런 사정에서다.

남중국해는 페르시아 만 지역이나 카스피 해 지역보다는 면적이 훨씬 넓다. 남중국해 북쪽으로는 중국과 타이완(대만)이, 남쪽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동쪽에는 필리핀, 서쪽에는 베트남이 자리 잡고 있다.

남중국해 밑에는 꽤 많은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탐사작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수준이라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의 지질 및 광물자원부는 남중국해에 묻힌 석유자원이 유럽과 남미의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1300억 배럴쯤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추정이 맞다면 실로 엄청난 양이다.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도 풍부하게 묻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남중국해의 해저자원이 어느 나라에 속하느냐에 대한 해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중국과 이해 관련 당사국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여 영유권을 내세우고 있다. 필요할 경우 무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래서 때때로 무력시위와 유혈충돌이 벌어지곤 했다.

남중국해에서 무력충돌

남중국해에는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작은 섬들이 퍼져 있다. 썰물 때가 돼야 제대로 윤곽이 드러나는 400개의 작은 섬들, 암초, 모래톱들로 이뤄진 이 지역을 중국은 난사(南沙) 군도라 부르며, 필리핀 같은 영어권에선 스프래틀리 군도로 이 지역을 표기한다. 이 군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나라는 모두 여섯. 중국과 타이완은 당(唐)나라 이래로 군도를 다스려 왔다는 역사적인 연고를 내세워 난사 군도 전체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 필리핀은 군도의 중요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등은 2백 마일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들어가 있는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이들 국가들은 저마다 난사 군도의 작은 섬들을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폭력적인 충돌을 마다하지 않았다. 섬이라 해봤자 대부분 무인도이지만 난사 군도에는 모두 5개국(중국,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이 군사기지를 세웠다. 큰 그림에서 보자면, 일단 중국이 난사 군도의 영유권 다툼에서 무력을 앞세워 선제권을 잡은 모습이다.

중국이 난사 군도를 비롯한 남중국해 근접지역의 모든 해전자원이 중국의 영유권에 속한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1992년이다. 중국의 최고권력기관인 국가인민회의 상임위가 '영해와 인접지역에 관한 법'이란 이름 아래 발표한 이 영유권 선언은, 외국의 공격이나 점령으로부터 난사 군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군대(인민해방군)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남중국해에서 무력충돌과 갈등은 매우 잦은 편이다. 1988년 난사 군도의 존슨 산호초 지역에서 중국 해군과 베트남 해군이 교전을 벌여, 여러 척의 베트남 해군함정이 침몰되고 72명이 죽었다. 그 뒤로도 거의 해마다 무력충돌이 빚어졌다. 2005년 1월에는 중국 해안경비대가 통킹 만에서 조업하고 있던 베트남 어선 두 척에 총격을 가해, 베트남 선원 9명이 죽고 6명이 다치는 사건도 벌어졌다.

현대적인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거대한 원양함대를 거느린 중국 인민해방해군(PLAN)은 '적극적 근해 방어' 전략에 따라, "무력충돌을 빚는 한이 있더라도 남중국해에서의 석유 이권을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돌리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중국은 또한 해상방어를 위한 공군력 강화에도 힘써 왔다. 남중국해를 바라보는 하이난 섬 공군기지에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27 편대가 배치된 점도 남중국해 영유권을 향한 중국의 의지를 짐작하게 한다.
▲ 중국 해군 소속의 구축함. 중국은 난사군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곤 해왔다. ⓒ프레시안

희생 치른 뒤 '공동개발' 지분 얻어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여온 중국이지만, 이즈음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남중국해 에너지 자원 개발에 관심을 지닌 국가들과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윈윈(win-win) 전략에 따라 이해 당사국들과 분쟁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2006년4월 중국 하이난에서 개최된 아시아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고관들은 "아시아의 협력은 불가피한 추세이며, 우리는 남중국해 에너지 협력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중국은 난사 군도의 영유권은 어디까지나 중국에 있다는 전제 아래서의 공동개발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중국해 개발과 관련해 중국이 파트너로 꼽고 있는 나라는 필리핀과 베트남이다. 중국-베트남-필리핀 세 나라는 2005년 들어 남중국해 난사 군도의 해저자원을 공동 탐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중국해에 관심을 보이면서 일부 영유권을 주장해 온 타이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세 나라는 빠졌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중국으로부터 '공동개발'의 파트너로 꼽히기까지는 크고 작은 충돌로 그만한 희생을 치른 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이 독도에서 무리수를 두려는 것도 '양국 간의 물리적 충돌→사상자 발생→협상을 통한 양보'의 수순을 밟으려는 전략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남중국해 분쟁을 보며 일본이 나름대로 얻어 낸 얄팍한 교훈일 것이다.

일본, '일단 시비 붙고 보자'

일본은 바로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서 나름대로 전략적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것을 독도에다 들이대는 모습이다. 일단 시비를 붙여 국제사회에다 그 지역은 국제법상 영유권을 다투는 지역이고 따라서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벌여 사상자를 낼 경우 뭔가 양보조치를 받아 낼 수도 있다는 속셈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재판소에 '분쟁사안'으로 끌고 가지 못하도록 신경을 써 왔다. 2006년 4월 노무현정부의 외교통상부는 유엔 해양법 협약상 강제 분쟁해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문서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유엔 해양법 협약 분쟁해결 절차의 선택적 배제〉 선언서라는 문서는 독도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에 대비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무력충돌 소식 들리면...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끼리 영유권 다툼 등 각종 분쟁이 일어날 경우 어느 분쟁 당사국 한쪽이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한쪽이 응소를 해야 재판이 이뤄진다. 이에 비해 유엔 해양법 협약은 한 분쟁 당사국이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한쪽은 재판을 바라지 않더라도 이에 따라야 하는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 해양법 협약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선택적 배제'를 내용으로 하는 선언서를 유엔 사무국에다 기탁하면 굳이 바라지 않는 재판에 나가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과 독도를 빌미로 일본이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이에 맞대응해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를 지지 않게 된다.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을 비준한 149개국 가운데 이번 독도 경우처럼 강제 분쟁해결 절차의 배제를 선언한 나라는 모두 25개국에 이른다. 지구촌 곳곳에서 적지 않은 나라들이 영유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말해 준다.

독도는 엄연히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땅이다. 따라서 영유권 분쟁이란 잣대를 독도에 들이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 우파들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독도)' 점거는 국제법상의 근거도 없이 행해진 불법점거"라고 주장해왔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독도 인근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 사상자가 생겨났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우리는 일본의 전략적 음모를 떠올리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 덧붙임: 위의 글은 필자의 책 『석유, 욕망의 샘』(프로네시스, 2007년)에 실린 관련 글을 바탕으로 새로 정리한 것입니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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