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발간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저서에서 2000년부터를 '세계화 버전 3.0'시대라고 정의했다. 세계화 버전 3.0 시대에서는 이른바 '보통 사람들'이 세계화의 주역으로서 사람들의 긍정적, 생산적인 상상력의 발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상상력이란 현실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복잡한 외교 문제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창의적 상상력은, 현재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대일 외교전략에도 절실하다 아니할 수 없다.
조용하다 싶더니, 독도문제가 또 다시 한일 관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정말이지 과거사나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정계 일부의 행태는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분노와 역정, 그리고 뒷북치기 외교 정도로만 일관해 온 우리의 대처자세도 현명했다고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 소모성 분노의 표출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은 대응방식대로라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필자는 차제에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창의적 발상을 토대로 더욱 다각적으로 접근해 나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일본인들 스스로가 자국의 전근대적 정치 행태에 일대 변혁을 초래할 수 있도록, 그들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해 나가자는 것이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오늘날, 일본의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 처신은 더 이상 일본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왜곡된 역사 교과서, 국기(히노마루), 국가(기미가요)를 둘러싼 일본 내의 반목과 대립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침묵하는 일본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대일 전략에 과감한 수정을 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일본 전문가가 있지만 현행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자세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기만 하는 것 같다.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우리 국민 가운데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나 국내의 일본 전문가들은 독도에 대한 한ㆍ일 양국의 자료들을 시종일관 우리들에게만 제시하며 일본을 성토하는 데 급급하다. 독도문제에 대한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어도 한국 국내에서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데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자료들을 정작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독도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접할 자료조차 거의 없는 일본인들, 그리고 한·일 양국 사이의 독도문제에 관심을 지닌 타국 사람들이 아닐까? 이를 고려, 독도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접근하도록 하자.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지성과 이성, 판단력 등은 그 어느 나라 국민들 못지않게 성숙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독도에 대해 아직도 무지하거나 혹은 지엽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만큼 관심도 없지만, 관련 자료에의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이러한 그들이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측 주장의 정당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겠는가. 이 점은 바로 우리가 반성하고 우리의 향후 노력과 지원을 새로이 수정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즉 우리는 독도에 관한 한ㆍ일 양측의 기존 자료들과 새롭게 발견되는 자료들을 일본인들이 직접 접하고 사고하는 가운데 그들 스스로 독도 문제에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이들 일본인들에게 독도를 포함한 양국 현안에 최대한 잘 다가갈 수 있도록 한ㆍ일 양국의 자료와 주장을 있는 그대로 제공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사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하자. 일본인들과 일본사회의 양식에 직접 호소하며 나아감으로써 일본인들 스스로 일본정부의 잘못된 행태에 직접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는 한국 정부의 지원에 의한 관련 자료의 일본어판 발행 및 일본 국내외 일본인들에게 그 발행본을 배부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는 한ㆍ일 관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웃 일본의 밝은 미래를 우리 국민들도 염원하고 있다는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모금을 제안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일본인들이 우리의 '진심(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제로-섬이 아닌, 미래를 위한 윈-윈 전략이라는 점)'을 오해하지 않도록 잘 대처함으로써 일본인들의 또 다른 협력 관계를 다져 나갈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모금 의도와 배경 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독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세계적으로도 더욱 굳건히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에게는 지향해야 할 한가지가 있기도 하다.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우리의 단호한 수호 결의와 사수 의지는 필요하며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대해 마치 '무비판적 세뇌 교육'으로 비춰지기 십상인"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 제창과 함께 "와!" 하며 일본대사관에 이물질을 던지며 나라 전체가 끓어 오르는 듯한 모습도 이제는 '촛불 시위' 와 같은 성숙함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 독도가 한국 영토이므로 한국 영토라고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일본 정계에서도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온갖 자료를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마다 자기 삶에 바쁘기만 한 국제 사회가 과연 얼마나 많은 적극적인 관심으로 양국의 주장 및 근거에 대해 알려고 노력할까? 우리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며 울분을 토하는 그 시각에, 일본은 소수이기는 하지만 집요하게 논리를 개발하고 갈고 닦아 세계 각국에 자기들의 주장과 근거를 홍보하고 있음을 간과해서 안 된다. 온 국민이 분개하여 성토하는 우리와 끈질기게 개별 국가나 국제사회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며 지지를 요청해 들어가는 일본, 과연 국제 사회에 대한 홍보와 지지 요청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기존의 대일 외교전략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협력하여 미국에 독도의 '결자해지'를 촉구하자!
한편 대부분의 문제에는 원인이 있는 법. 독도 문제 또한 그 원인과 배경을 돌아보면 그 해결에 대한 실마리도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독도문제에 대한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국제법적 고찰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할 수 없다. 독도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접근,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의 일본 영토 규정에 관한 연합국 측의 몇 가지 문서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의 기술상의 차이,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빚어지게 된 경위와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의도를 알게 되면 독도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찾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음을 참조해 보자;
* 1945년의 포츠담 선언(제8항)
카이로 선언의 제 조항은 이행될 것이며 일본국의 주권은 혼슈, 홋카이도, 큐슈, 시코쿠와 우리들이 결정하는 제 소도(小島)에 국한될 것이다.
*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제2조)
일본국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반도의 모든 권리, 권한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
연합국은 위 포츠담 선언(…우리들이 결정하는 제 소도에 국한…)에 의거,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전까지 이와 관련한 몇 가지 문서를 작성했다. 그중의 하나가 1949년에 발행한, 바로 '연합국의 구 일본 영토 처리에 관한 합의서'다. 이곳의 제3항은 "한반도 본토와 그 주변의 모든 섬을 한국에 반환한다."고 규정하고, 그 안에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와 더불어 독도를 지칭한 '리앙쿠르트 락(Liancourt Rocks)도를 정확히 명기하였다. 이와 같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문안을 위해 1945년부터 1951년까지 6년여 동안 작성된 연합국 측의 문서 대부분은 거문도, 울릉도와 함께 독도를 일본이 한국 측에 반환해야 할 섬으로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조약문 작성을 위해 준비하던 마지막 문서에서도 일본이 반환해야 할 영토로 일관되게 규정되던 독도가, 정작 중요한 샌프란시스코 본 조약문에서는 '돌연' 자취를 감춰 버렸다. 이렇다 할 이유나 설명도 없이 독도라는 명칭이 삭제된 것이다. 이후 독도는 한ㆍ일 양국의 잦아들지 않는 불씨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 돌연 삭제를 둘러싸고 "일본의 로비에 의한 독도라는 명칭의 실종"(한국)이라는 주장과, "더욱 철저한 조사 결과 일본 영토임을 알게 되었으므로 조약문에서는 정당하게 삭제한 것"(일본)이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독도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을 명확히 하게 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한ㆍ일 간의 독도 문제는 조약상 독도라는 표기의 돌연 실종으로부터 기인된 바 적지 않으므로 당시 조약문을 작성한 미국 측이 왜, 어떠한 이유로 독도라는 명칭을 돌연히 누락시켰는가? 그것이 단순 실수였는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가 등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관련 자료 등을 공개하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은 독도 문제로 인해 우방인 한국과 일본 간의 마찰과 반목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필요할 때면 양국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갈등의 씨앗으로 남겨 둔 것"이라는 '미국 의도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니 차제에 독도 문제의 해결을 통한 한ㆍ일 두 우방국의 결속 강화를 위해서라도 미국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해명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일본에 의한 '독도 망언'이라는 반복적인 현상에만 분노하지 말고 불씨를 제공한 미국에 대해 일본과 공동으로 관련 자료 공개와 해명을 요구하는 등, 더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미국에 대해 공동으로 결자해지를 촉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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