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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봉쇄' 비웃은 촛불, '행진 또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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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봉쇄' 비웃은 촛불, '행진 또 행진'

[현장] 촛불은 끝없이 움직인다

경찰의 원천 봉쇄를 비웃듯 12일 촛불 집회에 참여한 약 1만 명(시민단체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3300명)의 시민들은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 버스를 동원해 서울 시내 곳곳을 봉쇄했지만 시민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보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한나라는 딴나라로" 등을 외치며 평화 행진을 이어갔다.

12일 오후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을 출발한 시민은 을지로와 종각 등을 거쳐 오후 8시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계사 앞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구속자를 석방하라, 수배를 해제하라", "수배자 힘내세요, 사랑해요" 등을 외쳤고 7명의 수배자들은 앞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쏟아지는 폭우로 대부분의 시민은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었다. 부부동반으로 나온 김윤욱 씨는 "예전엔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팻말을 만들어 나왔지만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귀머거리' 정부라는 것을 알게됐다"며 "내가 보기에 오늘 시위는 '이명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최윤정 씨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시민이 굳이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하지 않는 것도 '그럴 가치가 없다'는 표현 아니겠느냐"며 "흔히 하는 말로 '질긴 놈이 이긴다'고 하는데 시민들은 의지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진을 시작하는 시위대. ⓒ뉴시스

▲조계사 앞에 모인 촛불 소녀. ⓒ뉴시스

▲촛불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와 강기갑 의원. ⓒ뉴시스

실제로 시민들은 조계사에서 안국동으로 나와 청와대 방면이 경찰 버스로 막혀있는 것을 확인하자 되돌아서 종로 쪽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종로 낙원상가를 지나 종로 5가, 동대문, 을지로를 거쳐 시청 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찰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2개 차로를 막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촛불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기식 씨는 "촛불 집회에 계속 나오는게 피곤하긴 한데 체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의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시민들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런 날씨에 나온 것을 보라.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다. 오히려 단단해진다"고 했다.

그는 "촛불 집회가 다른 이슈로 번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촛불 집회로 시민들은 정치, 구조적 문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을 받게 된다. 촛불은 쇠고기를 넘어서 계속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봤다.

주말마다 촛불 집회에 참석해온 김미경 씨도 "개인적으로 처음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시위에 참석했지만 시위가 계속되면서 대운하 문제, 민영화 문제 등 많이 공부하게 된다"며 "시민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되면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렇게 촛불 집회가 오래 이어지도록 제도권 정치에서 아무런 대안도 보여주지 않아서 불만"이라며 "여당은 제정신이 아니고 야당은 등원을 왜 했는지 국민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도 결국 아무런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오후 11시 30분 현재, 시민들은 숭례문 쪽으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 폭우 속 행진을 이어가는 시민들. ⓒ뉴시스

조계사 앞 "문화제" VS "행진" 논쟁 벌어져

이날 조계사 앞에서는 '정면 돌파'를 요구하는 일부 시민들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논쟁은 촛불의 진로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민대책회의는 "시청을 막은 이명박 정부에게 촛불을 끌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자. 이곳에 있는 수배자들과 함께하자"며 조계사 앞에서 행진을 멈추고 촛불 문화제를 열자고 제안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수배 해제 당장 하라", "촛불이 승리한다, 이명박은 각오하라" 등의 구호도 선창했다.

그러나 앞서 안국동 쪽으로 행진해 나갔던 일부 시민은 대책회의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대책회의 스피커 차량을 둘러싸고 삿대질과 거친 말 등을 섞어 왜 행진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들은 대책위 관계자에게 "왜 멈춰 서느냐, 대책위를 홍보하기 위해 우리가 온 것이 아니다. 왜 여기다 잡아 놓느냐"고 격렬히 항의했다. 이기환 씨는 "시민들의 억압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공권력에 몸으로라도 대항해 우리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대책위가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나 투쟁의 의지가 더 높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위를 옹호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들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무리한 공격으로 역효과를 내면 안된다. 물리력으로 막으면 우리는 돌아가면 된다. 촛불의 힘은 '이어지는데 있는 것'이다"라고 맞섰고 시위대는 군데군데 무리지어 토론을 벌였다.

조계사 맞은 편에 세워져있던 경찰 버스 1대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는 "전경을 무장해제 해야 한다"며 버스를 흔들었고 다른 시민들은 "조·중·동에게 빌미 줄 것 있느냐"며 예비군을 불러 전경 버스 안에 있는 전경들을 안전하게 인도해 시위대 밖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앞으로"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대책회의 관계자의 마이크 소리보다 커지면서 대책회의 관계자는 "그럼 행진을 계속하자"고 선언했다. 시민들은 안국동 쪽으로 이동했으나 이미 청와대 방면 차로는 전경버스로 봉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종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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