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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10년' 최악 사건…진상 조사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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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10년' 최악 사건…진상 조사 급선무"

피격 사건 의문점 여전…北 협조가 관건

11일 금강산 관광특구에서 남측 관광객이 피살된 사건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10년간 금강산에서 발생한 22건의 사망 사고(북한 사람 사망 포함)는 병사(17건)이거나 단순 사고사(5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북한군 초병이 남측 관광객을 총으로 쏘아 사망하게 한 것으로 북한 지역 관광에 잠재된 위험성을 비극적으로 보여줬다.

이에 따라 금강산·개성 관광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아울러 그렇잖아도 냉랭한 남북관계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피격 경위 설명은 '일방적'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해 온 바에 따르면, 사망한 박왕자 씨가 장전항 북측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에서 총격을 받은 때는 새벽 4시 30분에서 5시 사이.

북측 초병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군경계지역에 진입한 박 씨를 발견하고 정지 명령을 내렸고, 이에 놀란 박 씨가 도주하자 경고사격을 한 뒤, 그래도 멈추지 않자 조준사격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 현대아산 관계자가 금강산 피살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추정일 뿐이다.

박 씨가 발견된 북측 군사보호구역으로 들어가려면 2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쳐진 관광통제선을 넘어야 한다는 점, 경고를 들은 박 씨가 1km를 도주했다는 점, 북측의 통보가 사건 발생 4시간 후에나 이뤄졌다는 점 등 북한의 설명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또한 이날 일출 시간이 5시 21분이었던 사실로 미뤄볼 때 조준사격 당시 박 씨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북측의 대응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씨가 비무장의 중년 여성이었고, 북한군도 그가 관광객일 것이라고 충분히 추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만의 하나 스파이 목적으로 갔다 하더라도 출입국사무소에서 철저한 검색을 받았기 때문에 무장상태일 리 없다는 걸 북한 병사도 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수칙을 따른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칙이 있었더라도 그걸 실제 적용하는 건 서해상 충돌 같은 데서나 있는 일"이라며 "일단 잡아서 현대아산에 연락하고, 심문하고, 문제될 게 있으면 따지고, 정부가 개입해 협상을 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진상 규명 불가능할 수도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선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설령 북측의 설명에 신빙성이 있더라도 과잉대응이 아니었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사건의 진상을 독립적인 입장에서 규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이미 사망했고, 사건 전모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폐쇄회로 TV가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닐뿐더러, 현재까지는 목격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남북 정부 당국간의 대화 채널이 꽉 막혀 있고, 북측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 규명에 충분히 협조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식별 가능한 낮 시간에 그랬다면 북한이 옹색해질 수 있지만 야음에 첩자가 침투해서 그랬다고 우기면 남쪽에서도 대응하기 어렵다"며 "남북이 서로 버티면 사태가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한 유감표명 있어야"

그러나 경위야 어찌됐건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점에서 북측의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이번 사건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화해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에서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건 북한의 사과가 필요한 일"이라며 "정부가 관광을 잠정 중단한 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기관의 한 전문가도 "사람이 죽었으니 북은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이 철저한 방지시스템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현대아산도 관광객들에게 관광 주의사항을 보다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통령 사태 대응 안일"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사건 소식을 듣고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면적 남북대화 재개'를 언급함으로써 사태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이 대통령의 이번 대화 제의는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한 존중'이라는 북측의 요구사항을 어중간하게 수용한 것으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엔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사건을 인지했던 이 대통령이 유감의 말 한 마디 없이 총격 사건과 대화제의를 별개로 간주함으로써 그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를 강요해 왔던 보수층들의 목소리만 키워준 셈이 됐다.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대처는 보수층이 대북 규탄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그나마 '전향적'이었던 대북 메시지를 대통령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진상 규명 작업을 조속히 진행하되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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