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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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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강철구의 '세계사 다시 읽기'] <50> 산업혁명과 비유럽세계의 탈산업화 ①

산업혁명이란

산업혁명은 보통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급격한 산업생산력의 증대를 의미한다.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과 기계가 결합하며 그 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생산력의 증대를 가져온 것이다.

18세기까지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사람이나 가축의 힘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것은 식량이나 사료를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면 유지될 수 없었다. 무한정한 확대는 불가능했다.

풍력이나 수력도 이용할 수는 있었으나 그것은 장소의 제한을 받았다. 풍력은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서나 가능했고 수력은 수량도 많고 개울물의 낙차가 커야 이용할 수 있었다.
▲ 수력을 이용하는 물레방아 (18세기 프랑스)

또 연료로 사용하는 나무도 쉽게 고갈되었으므로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유럽의 많은 대장간들은 근대 이전에 일년 중 몇 개월밖에 가동을 못했는데 그것은 쇠를 녹이려고 해도 숯을 생산할 나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활동에 원천적인 제약이 가해졌다.

그런 점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증기기관의 발전과 새로운 기계의 결합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석탄만 있으면 필요한 곳 어디서든지 동력을 만들어내어 공장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의 공장들은 오늘날 같지 않아서 여러 대의 기계들이 굴대와 벨트를 통해 증기기관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돌아가는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곳이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공장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18세기 말 면직공장의 모습. 여러 대의 방직기들이 증기기관과 연결된 굴대(천정에 붙어 있는)와 벨트로 연결되어 구동된다.

1851년에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는 만국박람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철골로 뼈대를 만들고 유리로 지붕을 씌워 오늘날의 대형 온실과 같은 모양을 한 전시실들에는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완수한 영국이 그 동안 발명한 대규모의 기계들을 포함하여 온갖 공산품들이 자랑스럽게 전시되었다.

영국인들은 이것을 구경하기 위해 막 개통된 철도를 이용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에 영국이 이룩한 성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많은 외국인들도 이를 구경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크리스탈 팰리스.

178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1830년대에는 인접한 벨기에와 프랑스로 퍼지고, 1850년대에는 독일, 1860년대에는 남북전쟁을 끝낸 미국으로도 확산되었다. 일본과 러시아는 뒤늦게 1890년대에 이에 합세하며 점차 전 세계가 그 물결에 휩싸이게 되었다.

산업혁명에 의해 가능해진 거대한 생산력은 국가들의 힘까지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유럽의 변두리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인 영국은 이제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유럽 강대국도 자기혁신을 하지 못하면 낙후하게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1860년대에 농노해방을 비롯한 대대적인 정치, 사회개혁에 나섰다. 반면 제대로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 인도, 중국, 튀르크 같은 아시아의 대국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산업혁명은 세계사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서양이 중심이 되는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근본적인 힘이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제국주의는 바로 그 현격한 힘의 차이를 국제정치에 투사한 결과물인 것이다.

산업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산업혁명이 서양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 냈으니 서양인들이 이에 대해 갖는 시각은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것이 인류의 물질적 생산능력을 크게 확장함으로써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좌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맑스는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공장제도가 가져오는 노동착취 등 비인간화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것이 생산력을 크게 확대하여 인간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대체로 이런 태도를
따르고 있다.

서양학자들은 산업혁명의 원인을 위대한 발명가들, 앞선 과학기술, 선행 운동으로서의 농업혁명, 축적된 자본 등에서 찾는다. 그들은 또 산업혁명을 통한 이 시기의 자본주의적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유럽의 흥기를 서유럽의 효율적인 경제조직, 제도적 변화, 재산권의 발전, 자본주의에 우호적인 독특한 정신문화 속에서도 찾는다.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조건 만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조건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혁명은 유럽에서만 발전할 수 있었고 그 원인도 유럽 내부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2세기 동안 기술적 변화와 산업발전을 위한 문화적 조건은 서유럽에만 있었다'라는 주장이나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단순히 기술혁명은 아니다. 그것은 산업화한 최초의 나라들이 영국과 문화적, 사회적으로 매우 닮은 나라라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라는 말은 이런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도 여기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서양사 개설책의 하나를 보면 그것을 프랑스혁명과 함께 유럽 근대사회 확립의 가장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고 그것이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 일어난 이러한 생산력의 비약적인 증대가 인류의 삶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산업혁명의 원인으로는 18세기에 서유럽은 지구상의 어느 지역보다 부유했고, 초기 형태이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했으며, 상공업자와 금융업자 등 기업가 계층이 전례 없는 사회적, 정치적 활력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르네상스 이래 싹튼 사물에 대한 합리적 태도와 사회 및 자연환경에 대한 무한한 통제 및 지배 욕구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또 17세기 후반 이후 영국에서의 농업혁명도 중요하다. 그러니까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위에서 말한 온갖 좋은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자연스럽게 가능했던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는 오류도 포함되어 있으나 문제는 부분적인 오류가 아니라 이런 주장의 배후에 있는 잘못된 인식체계이다. 그런 주장이 유럽에는 여러 좋은 조건들이 있어서 산업혁명이 가능했고 비유럽지역에는 그런 것이 결여되어 있어 불가능했다는 이분법적, 결정론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은 당연히 유럽을 우러러 보고 비유럽세계를 폄하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산업혁명이 그런 시각으로는 절대로 잘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인의 과학적 사고, 기계의 발명, 경제조직이나 제도의 변화, 농업혁명 등 유럽 내부적인 요인만으로 결코 설명할 수 없다.

여기에서 빠진 것은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정치·군사적인 요인들, 원료 조달의 문제, 물건을 내다 팔 시장 같은 것의 문제이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당연히 비유럽세계와의 관련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산업혁명은 영국과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눈을 세계사적인 차원으로 돌리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식민지의 약탈과 노동착취, 그리고 비유럽세계의 탈산업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산업혁명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면직산업이 기초를 마련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먼저 영국 산업혁명의 요인에 대한 논쟁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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