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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감)/曰(왈)/言(언)/告(고)/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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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감)/曰(왈)/言(언)/告(고)/古(고)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54>

甘(감)과 曰(왈)은 매우 비슷한 모양이다. 지금 모습으로 甘의 윗부분 획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다 뿐이지, 거기에 동원된 획과 그것이 놓여 있는 형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야 획 하나하나의 길이까지도 글자 구별의 기준이 되고 있지만, 초기 한자에서 그런 구별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그림 1>은 甘, <그림 2>는 曰의 옛 모습이다. 凵(감) 안쪽의 二 형태의 요소가, 위쪽 획이 긴지 아래쪽 획이 긴지의 차이고, 그런 정도의 차이는 옛날에 글자 구별의 기준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두 글자는 별개의 글자로 내려오고 있고, 유래 설명도 제각각이다.

甘은 입(口) 안에 지사부호(一)를 넣었다고 한다. <그림 1>에서 凵과 획이 이어지지 않은 작은 一이 지사부호다. 그것은 입속에 넣은 맛있는 음식, 날름거리는 혀, 단맛을 느끼는 부위 등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曰의 경우 <그림 2>의 역시 凵과 획이 이어지지 않은 위쪽 작은 一이 지사부호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상징했다는 등의 설명이다. <그림 3> 역시 曰의 옛 모습인데, <그림 2>의 지사부호가 一에서 ㄴ자로 구부러진 것이다.

甘과 曰이 같은 글자였다고 보면 이 글자는 凵의 발음을 이어받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甘의 발음이 凵의 발음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曰의 발음 역시 甘의 발음에서 초성 ㄱ>ㅇ, 받침 ㅁ>ㄴ>ㄹ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얘기를 더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舌(설)자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舌의 갑골문이 <그림 4>인데, 입에서 혀를 길게 내민 모양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주변의 점들은 침을 표시한 것이라는데, 이 점들이 없거나 윗부분이 Y자 형태로 단순한 글자꼴들도 있다.

그런데 이 혀의 모양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림 4>의 경우는 가지가 여럿 쳐져 있고 그것을 Y자로 단순화한대도 혀끝이 갈라져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뱀의 혀를 그린 것이라거나, 남쪽 변방 사람들의 혀가 갈라져 있다는 <산해경>이라는 책의 얘기를 끌어오기도 한다. <설문해자>는 이것을 발음기호 干(간)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습은 干자처럼 보이지만 止(지)의 변형으로 볼 수도 있다. '止+口(凵)'라면 바로 出(출)자다. 舌은 出의 변형이며, 出의 의미와 연관짓자면 '말을 입밖에 내다' '말하다'의 의미인 셈이다. 거기서 '혀'의 뜻으로 옮겨간 것이다.

曰은 舌과 의미가 일치하는데, 口의 간략형이랄 수 있는 凵을 떼어내면 二 또는 윗부분 一이 ㄴ이나 乙 형태로 바뀌는 부분이 남는다. <그림 5>는 出의 옛 모습 가운데 하나인데, 이렇게 세 획 정도로 간단하게 그린 것 가운데 하나가 <그림 3>과 같은 曰자라고 할 수 있다. 曰=甘 역시 出=舌의 변형인 것이다. 甘의 '달다'라는 뜻은 역시 出의 변형인 吉(길)의 '좋다'와 연결되니, '달다'는 처음엔 미각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言(언)은 辛(신)과 口를 합친 글자로 본다. <그림 6> 같은 갑골문이 영락없는 '辛+口'여서 다른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잘못이 있을 경우 형벌(辛)을 감수한다는 맹세(口)를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봤듯이 辛을 형벌과 연관시키는 것은 辛의 잘못된 글자풀이에 근거한 것이어서 믿기 어렵다. <그림 6>을 <그림 4>와 비교해 보면 言=舌이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音(음)은 '立+日'처럼 보이지만 言과 관련되는 글자다. 言에 획을 하나 추가해 별개의 글자로 독립했다는 설명인데, 획수 개념이 분명치 않았던 옛날에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추가획 얘기는 그리 미덥지 않다. 言과 같은 글자에서 파생 의미를 떼어내 독립했다고 볼 수 있다.

曰·舌·言과 마찬가지로 '말하다'의 의미 영역을 지니고 있는 글자로 告(고)가 있다. 牛(우)와 口를 합친 형태여서, 告의 유래 설명은 '소'가 등장하는 소설 경연대회다. 소를 희생으로 바치는 제식, 소의 입을 묶어 곡식을 먹지 못하게 한 것, 외양간, 짐승 잡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쇠뿔 모양의 표시를 한 것 등 가지가지다.

모두가 지금 모습에 매달려 헛다리질을 한 것이다. <그림 7>과 같은 告의 모습에서 윗부분은 牛로도 볼 수 있지만 士(사)와도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告는 吉=出의 변형이다. 같은 出의 변형인 舌의 옛 모습(<그림 4>)과도 거의 비슷하다. 의미가 舌과 일치하니 告=舌인 것이다.

古(고)는 口 위에 十(십)을 올려 놓은 글자다. 열 사람의 입이니 10세대 전의 '옛날'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있다. 두 부분으로 나누지 않고 전체가 투구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몇 가지 주장들이 있지만 '거기서 거기'다.

<그림 8>이 古의 옛 모습이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겠다. 그러나 이는 告의 옛 모습이다. 牛 부분에서 아래 가로획이 빠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告자인 것은 口=凵이기 때문이다. <그림 8>은 '屮(十)+口'가 아니라 '㞢(牛)+凵'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古 역시 '十+口'로 볼 것이 아니라 '士+凵'으로 본다면 이는 吉=告=出과 같은 글자다. 出의 또 다른 변형 去(거)는 '가다'의 뜻인데, 지나간 날 즉 '옛날'이 바로 古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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