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이들의 보도는 지난 달 3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를 시작으로 불교, 개신교 등 종교계가 동참하면서 촛불 시위가 평화적인 양상으로 바뀌었을 때에도 언제든 '폭력시위로 바뀔 수 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들 신문이 '시민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던 것과 달리 지난 5일 촛불시위에는 지난 6.10 촛불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인 50만 명(광우병국민대책회의 추산)이 모였다. 또 이러한 규모에도 이들 신문이 우려 혹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폭력 행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5일 50만의 촛불은 이명박 정부와 이들 신문이 내세워온 "이명박 정부의 '추가협상'에 시민들이 납득했다"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전문 시위꾼'과 시민들이 분리됐다"는 '선동'의 허구성을 보여준 셈이다.
<중앙일보>의 '폭력 시위' 예고?
<중앙일보>는 5일 "일부 네티즌 '피 흘리는 사람 많이 나와야'"라는 기사를 냈다. 소제목으로는 "오늘 대규모 집회…대책회의는 '평화시위 할 것'"이라고 달았다. 제목이 보여주는 대로 이 기사는 대책회의의 '평화시위 방침'보다 대책회의 홈페이지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폭력 행사 주장'을 더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날 있을 촛불 시위가 '폭력적 양상'으로 나타날 것을 '전망'하는 내용이다.
이 신문은 "시위대 내부에서 '평화 시위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어 5일 집회가 평화 기조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라며 "대책회의 홈페이지에는 '사제단 때문에 '50일간 쌓아놓은 금자탑이 무너지고 있다. 대책회의가 나서세요'라는 글이 올랐다. 다음 아고라에는 '부상자와 피를 흘리는 시민들이 많을수록 (정부가) 겁을 먹고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다'는 글도 등장했다"고 했다.
대책회의 홈페이지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수많은 비폭력, 평화시위 주장 글 중에 '폭력 효용론'을 주장하는 글을 찾아내 부각시킨 의도성 짙은 기사다. 이에 한 다음 아고라의 한 누리꾼(ECHOES)은 "아무리 찾아봐도 (다음 아고라에) 그런 글이 없더라"며 "기자분들은 이상한 글 찾지 마시고 제발 아고라 베스트 글부터 보시길 바랍니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보도는 상당히 '노골적인' 경우지만 이날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다른 신문들의 보도도 경향은 비슷하다. 이날 이들 신문은 "청와대 진격 투쟁지침 마련 등 불법시위 초기부터 기획·주도"(<조선일보> 4면), "'국민토성 쌓아라' '청와대로 나가자' 대책회의-진보연대 시위 기획"(<동아일보> 1면) 등의 기사에서 4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가 불법시위를 기획, 주도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크게 실었다. 경찰의 주장를 그대로 인용한 기사임에도 제목에 인용을 뜻하는 큰 따옴표 등도 없이 이들 단체가 불법 시위를 기획, 주도한 것이 명백한 사실인 것처럼 쓴 일방적인 기사다.
물론 이들 신문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전문시위꾼이 시위를 주도하고 시민들은 일탈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3일 "궁지 몰린 시위대, 종교계에 'SOS'" 기사에서 "대책회의가 종교계를 향해 손을 내민 것은 사면초가에 몰렸기 때문"이라며 "극단적인 폭력 양상을 보인 시위에 시민들이 갈수록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회 규모가 커지면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고?
<조선일보>는 이미 지난 2일 사설에서 종교계 가운데 처음으로 시국미사를 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판하면서 촛불 시위가 폭력화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종교계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면서 촛불 시위가 평화적으로 바뀌고 다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촛불 시위의 평화 가능성을 미리 자르고 나선 것이었다.
이 신문은 2일 '종교와 정치'라는 사설에서 사제단을 맹비난하면서 "일부 종교인들은 비폭력으로 집회를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집회를 강행하려 한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집회 규모가 커지면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 종교가 그때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인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날 이 신문의 '엄포'로 볼 때 만약 5일 촛불 시위에서 약간의 폭력사태라도 났다면 이 신문이 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에 얼마나 비난을 쏟아냈을지 짐작이 간다. 이 신문의 예언과 달리 5일 촛불은 집회 규모가 커졌음에도 스스로 비폭력 기조를 유지했고 그 누구의 통제도 필요 없었다. 언제쯤 이 신문은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과 수준을 같이 하게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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