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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출)/各(각)/谷(곡)/去(거)/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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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출)/各(각)/谷(곡)/去(거)/吉(길)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52>

出(출)은 山(산)을 겹쳐 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山과는 관계가 없는 글자다. 出은 총5획인데,
(철)과 凵(감)의 두 요소로 나뉜다.
과 出의 발음이 비슷해 그것이 발음기호가 아닐까 생각될지 모르지만,
은 <그림 1, 2>를 보면 발의 모습인 止(지)의 변형이어서 우연일 뿐이다. 구덩이(凵) 즉 주거지에서 나오는 발의 모습을 그려 '나가다'의 뜻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상형적 설명은 신빙성만 떨어뜨린다. 그냥 止만으로도 '나가다'의 뜻은 충분히 나타낼 수 있고, 그렇다면 凵은 발음기호로 봐야 한다. 발음이 다소 많이 변했을 뿐이다. 특정한 발음이라는 조건이 제시됐기 때문에 굳이 '주거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의미를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凵 발음(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의 말 가운데 발 동작과 관련된 것'이라는 메시지다.

<그림 3>은 <그림 1>에서 凵이 口(구)로 바뀌고 止가 거꾸로 된 모습이다. 出은 아래 凵이 口인 글자꼴도 있고, 전에 봤듯이 凵=口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止의 방향만 반대다. 옛 글자에서 방향이 반대라 해서 별개의 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림 3>은 <그림 1>의 이체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各(각)이라는 별개의 글자로 본다.

各은 각자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라 해서 '각각'이나 '이르다'가 본뜻이라고 한다. 止의 방향이 정상인 出은 '나가다'고 그것이 뒤집힌 各은 '들어오다'의 개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옛 글자의 특성을 무시한 억지 설명이다. 各은 出과 같은 글자였고, 그렇게 본다면 현재 各에 남아 있지 않은 '이르다'의 뜻은 허구고 格(격)이라는 파생자의 것을 빌려온 것에 불과하다. '각각'의 뜻은 出의 의미와 연관시키자면 각자 집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 데서 파생된 의미로 봐야 한다.

谷(곡)을 보면 各과 매우 닮았다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우선 발음이 매우 근접해 있고, 모양도 윗부분이 조금 다르지만 필획을 놀리기에 따라서는 거의 같은 모습이 될 수 있을 정도다. 윗부분이 골짜기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 또는 산등성이의 모습이고 口는 그 입구라 해서 상형적으로 설명하나, 믿기 어려운 얘기다.
谷에는 '길'이라는 생뚱스런 의미가 있는데, 이는 出의 '나가다'와 통하는 의미다. 거기서 물길인 '시내'와 '골짜기'로 파생됐다고 보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면 골짜기의 모습을 상형해 글자를 만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

去(거)는 土 부분이 大(대)의 변형이고 厶(사)는 口의 변형으로 설명된다. 사람(大)이 어떤 구역(口) 밖으로 떠나간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의미 내용은 出과 똑같다. 大로 인식됐던 부분은 <그림 4> 같은 去의 옛 모습을 보면 谷의 윗부분과 구분하기 어렵고, <그림 5>를 보면 谷의 윗부분과 완전히 일치한다. 去=谷=出이다. 去를 구성 요소로 지니고 있는 却(각)을 본래 卻으로 썼던 것도 去=谷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 된다.

吉(길)은 갑골문에서 <그림 6> 같은 모습이 많고 이것이 점차 <그림 7> 형태로 정리된다. 지금의 '士+口'의 구조는 <그림 7>의 모습이다. 士(사)를 도끼의 모습으로 보는 사람들은 무기를 받침대 위에 모셔두고 있으니 '태평하다'의 뜻을 나타낸 글자라거나, 축문 위에 무기를 올려 놓아 주술을 거는 모습에서 '상서롭다'의 뜻이라고도 한다. 士를 남성 숭배물로 보고 '길하다'의 뜻을 끌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 7>에서도 어느 정도 자취를 찾아낼 수 있듯이, 士는 大의 변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吉은 去의 변형이고, 거슬러 올라가면 出과 같은 글자가 된다. 寺(사)나 志(지)의 윗부분은 止의 변형이라는 사실이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吉의 윗부분 士 역시 止의 변형인 것이다. '좋다'라는 뜻은 出의 파생 의미인 '뛰어나다'와 연결될 수 있고, 역시 出의 '나타나다'라는 뜻에서 '吉兆(길조)'의 의미를 끌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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