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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격, 누가 훼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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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격, 누가 훼손하고 있나

[기자의 눈] '촛불'이 반미가 아닌 까닭

한미 정상회담에 관한 백악관의 일방통행은 외교적으로 무례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잠정 합의한 7월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발표했던 것이나, 8월에 한다고 밝힌 것 모두 일방적이었다. (☞관련 기사 : 美, 또 부시 방한 여부 일방 발표)

'정상회담 일정은 양국 동시 발표, 시차가 있으면 초청 측 우선 발표'라는 외교 프로토콜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청와대는 백악관 발표자 개인의 실수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같은 일이 두 번 연속 반복되는 데에는 은밀한 외교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사태의 전후 관계를 엄밀히 따져 보면 미국을 향해 왜 한국을 무시하느냐고 따질 일만은 아니라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이 6월 24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7월 답방이 무산됐다고 일방적으로 말해 버렸던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발표에 앞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7월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잠정 합의한 7월 답방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던 때다.

23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측은 시위 가능성이 높은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한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제의하는 등 7월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갖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백악관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고, 같은 날 페리노 대변인은 "우리는 아직까지 (부시 대통령의) 방문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페리노 대변인의 발표는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7월 답방을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이는 한국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는 편이 사실에 가까웠다.

백악관 불만의 뿌리는?

백악관이 이런 식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은 단지 답방 문제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에 관한 양국 정상의 통화 때에도 청와대와 백악관은 이미 한 번의 갈등을 겪었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6월 7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전화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금지에 합의했다"고 기정사실화했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백악관은 "수출입 업자간 합의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 부대변인의 발언을 사실상 반박했다. 통화내용을 왜곡해 발표한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었다.

백악관이 2일 부시 대통령의 8월 답방을 또 다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처럼 청와대가 그간 보여준 무리한 태도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물론 그 기저에는 국민들이 원치 않는 '파격적인' 조건의 쇠고기 협정을 호기롭게 합의한 뒤 보인 이명박 정부의 오락가락 태도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이래도 반미운동인가?

요컨대, 굴욕적인 상황을 자초한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란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한국을 무시하는 미국을 비난하기에 앞서 이명박 정부를 탓할 수밖에 없다.

촛불집회는 반미운동이라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주장은 이렇게 또 한번 기각된다. 촛불집회는 검역주권과 국민들의 건강권을 제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 등 정치적 목적을 챙기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운동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이미 맺은 협정을 백지화하는 것은 국격(國格)을 훼손한다'는 논리를 폈었다. 그러나 정말로 국격을 무너뜨리고 있는 장본인은 백악관에 의해 두 번 씩이나 무시당하는 상황을 초래한 이명박 정부다.

이미 다 알려진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부랴부랴 발표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 걸작이다. "미국은 지금 새벽이기 때문에, 내일 (발표)되겠죠. 우리가 좀 먼저 하는 거예요."

이 정부는 언제까지 이렇게 국민들의 자존심을 유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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