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테러지원국 삭제는 체니의 굴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테러지원국 삭제는 체니의 굴욕"

뉴욕타임스 "라이스ㆍ힐의 승리…싸움은 계속된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이틀 전(25일) 외교정책 전문가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참석자중 한 명인 뉴아메리카재단의 스티븐 클레몬스 연구원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기로 한 결정의 배경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다.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부 빌딩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30여분 동안 참석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답했던 체니는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얼어붙은 듯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질문자를 몇초간 응시하더니 "나는 이 결정을 발표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국무부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방을 나가버렸다.
  
  백악관도 '과거 정책은 비현실적이었다' 인정
  
  <뉴욕타임스>는 27일 핵 신고서를 제출한 북한에 대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선언한 것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한 편으로 하고, 체니 부통령실을 다른 한 편으로 하는 행정부 내 '중요한 전투(major battle)'에서 국무부가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삭제를 상당히 상징적이고 호혜적인 조치로 설명하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로 이르게 될 기나긴 외교적 과정의 첫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민주당과 상당수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너무 오랫동안 북핵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결국 북한이 핵무기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갖도록 허용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대편의 보수 강경파들은 미국이 너무 작은 성과를 위해 너무 많이 양보했으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과거 취했던 '모 아니면 도(All-or-nothing)' 전략 대신에 '점진적 진행'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음을 시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해들 리가 미국의 모든 요구를 북한이 즉시 들어줄 수 있다는 (과거의) 생각은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이들은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까지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환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힐 차관보와 라이스 장관은 핵실험 즉시 부시 대통령을 설득, 핵실험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으니 북한 및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회고했다.
  
  비판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2002년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함으로써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해 핵 강국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과정을 계속 했더라면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정도로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칼로스 파스쿠얼 외교정책담당 국장은 "2002년의 결정으로 북한에 영변 핵시설에서 국제사찰단을 추방하고 핵폭탄을 만들도록 문을 열어준 셈" 이라며 "이는 부시 행정부 정책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강온파 싸움은 계속될 것"
  
  그러나 신문은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결정이 앞으로 더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미국이 북한에 다시 개입정책을 쓰기로 한 결정은 여전히 행정부를 둘로 갈라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협상가들은 밖에서는 북한과, 안에서는 보수주의자들과 양면의 싸움을 하고 있고, 영변 냉각탑 폭파에 드는 돈을 미국이 얼마나 내야 하느냐 같은 작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갈등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관리들은 냉각탑 폭파에 5백만 달러가 든다고 했고, 미국은 그 반을 제공했으나 보수 강경파들은 그 돈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정말로 슬프고 슬픈 날"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콘디(라이스 장관)의 말을 믿는 모양인데,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한 북한이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하고 언론사까지 초청했지만, 북한의 핵 보유의 정확한 실태는 아직도 모호한 상황이라며, 핵 신고서에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과정이나 여타 국가에 대한 핵기술 전수 범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다른 제재들이 많이 남아 있어 미국 기업들이 북한에서 사업하는 것은 금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에 동결된 북한의 자산 역시 즉각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