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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상징' 영변 냉각탑,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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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상징' 영변 냉각탑, 역사속으로

미 국무부 관계자들 현장에…'위기' 상징에서 '비핵화' 상징으로

북한 평안북도 영변군에 있는 원자력 단지 내 원자로 냉각탑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MBC>는 28일 오후 5시 5분 북한이 냉각탑을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30m 높이의 냉각탑은 폭약이 하단에 장착되어 있어 아래쪽부터 무너졌으며 곧바로 상단 부분이 쓰러져 완전히 파괴됐다.

북한은 폭약을 준비하는 등 폭파 행사 전체를 주관했다. 성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등 미 국무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은 냉각탑에서 1km 떨어진 임시 관람대에서 폭파 장면을 지켜봤다.
▲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순간 ⓒ연합뉴스

성김 한국과장은 폭파 직후 "북핵 불능화의 매우 중요한 단계"라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원자력총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폭파는 6자회담이 한단계 진전되고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MBC>는 북한 관계자들이 "나머지 불능화 작업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과장과 방북한 미국 관계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폭파 장면을 담았다. 폭파 후 현장에는 잘려나가거나 구부러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들만 남았다. 폭파로 발생한 연기는 주변 야산으로 번졌다.
▲ ⓒ연합뉴스

이날 폭파는 한국의 <MBC>, 미국 <CNN>과 <ABC>, 중국의 <신화통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일본의 <교도통신>과 <TBS> 등 5개국 7개사 외신 취재진 21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폭파 장면은 전세계에 생중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영변 지역에 위성을 송출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순차적으로 녹화 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냉각탑, 무엇인가?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은 약 30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핵분열 때 발생하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장치이다. 바닷물을 끌어올 수 없어 냉각수가 부족한 내륙 지방에서 원자로를 가동할 때 이용된다.
▲ 원자로가 가동중일 때 냉각탑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 ⓒISIS 홈페이지

핵분열이 일어나면 원자로가 뜨거워지며 이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따라서 냉각탑에서 증기가 발생한다는 것은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착안해 미국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이 가동을 중단한 뒤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방식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냉각탑에서 증기가 발생하는지를 수시로 감시했다.

냉각탑은 또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추산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자로에서 연기가 나오는 기간을 통해 원자로의 가동 시간을 추정해 플루토늄 추출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역이용해 북한은 일부러 마른 종이를 태우며 연기를 피워 미국을 교란하기도 했다는 설이 있다.

북핵 위기의 상징이었던 냉각탑은 오늘 20여년의 생을 마감함으로써 이제 북한 핵문제의 진전을 상징하는 기억 속의 시설물이 됐다.

김계관-힐-천영우 공동작품

냉각탑 폭파는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3월 미국을 방문해 아이디어를 내고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받아들임으로써 성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한국 수석대표였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적극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폭파 전 냉각탑 하부 모습 ⓒ로이터=뉴시스

냉각탑 폭파는 북핵 문제가 진전됐음을 과시하고자 하는 부시 미 행정부의 의지와 핵 폐기 의지를 전세계에 천명하고자 하는 북한의 뜻이 어우러져 이뤄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최고지도자의 동의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어서, 협상만 잘 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을 밝히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러나 영변 원자로가 이미 사실상 불능화 상태에 있는 상태에서 벽돌 덩어리에 불과한 냉각탑 폭파를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 "냉각탑 폭하는 불능화 11개 조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의미를 과대포장할 필요도 없지만 굳이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고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27일 폭파에 앞서 "북핵 문제의 진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냉각탑 파괴 비용은 전액 미국이 부담한다"고 전했다.

<CNN>은 냉각탑 폭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존 울프스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냉각탑은 영변 핵시설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냉각탑이 없으면 원자로는 가동하지 못하고 더 이상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징성 외에 비핵화의 실질적인 의미도 있다는 말이다.
▲ 영변 원자력 단지(왼쪽)와 파괴 전 냉각탑 모습 ⓒ로이터=뉴시스

냉각탑 폭파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불능화를 위한 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북한이 '플루토늄 사업'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하지만 이것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2년 동안 영변에 서 있던 핵 시설의 냉각탑이 불과 몇 초 만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봤다"며 "그러나 비핵화에는 아직도 멀고 먼 길이 남아있다"면서 핵 신고의 검증과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北, 폭파 소식 없이 "테러지원국 해제 환영"

한편 북한은 냉각탑 폭파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공식 논평도 없었다.

다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가진 문답에서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중단을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해제 조치가 "앞으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게 전면적으로 철회하는 데로 이어져야 한다"며 "그래야 비핵화 과정이 자기의 궤도를 따라 순조롭게 진척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도 이미 공약한 경제보상 의무를 제때에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한, 미, 일, 중, 러 5개국이 분담하게 될 중유 95만 톤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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