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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밟고 조르고, 다 밀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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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밟고 조르고, 다 밀어버려!

[김민웅 칼럼] 격돌의 정국, 위험한 권력 앞에서

미국의 경고와 이명박 식 정국 돌파
  
  눈에 뵈는 것이 없어졌다. 이명박 정권 이야기다. 찍고 밟고 조르고. 이번에는 절단기를 입에 장치했는지 손가락을 깨물어 끊어버리기까지 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을 찍은 손가락이나 찍지 않은 손가락이나 모두 조심해야 할 판이다. 국회의원이고 초등학생이고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고 뭐고 없다. 다 밀어버려! 그게 이명박 식 정국 돌파다.
  
  왜 이러는가? 본래 그런 성정을 가지고 있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미국에서 온 경고 탓이다.
  
  '쇠고기 문제 하나 가지고 이렇게 쩔쩔매면서 상황 악화시키는가'라는 눈초리 날카로운 힐난 때문이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한번 협상 끝냈으면 됐지 더는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위기상황에 몰려 있는 것 같아 일단 고비는 넘게 해주겠으나, 예의주시할 테니 빨리 상황 종료하라'는 재촉이 매섭다. 바다 건너 저 멀리에 있는 백악관 발표는 촛불광장의 함성보다 더 크게 들린다.
  
  부시의 방한도 유동적이다가 그만 하루사이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신이 노골적이다. 그래도 딴에는 꽤나 애썼는데 체면이고 이면이고 다 땅에 떨어졌다. 아, 캠프 데이비드의 추억이여. 다급해지니 결국 헌 칼 다시 휘두르기로 했나 보다.
  
  노무현의 추억과 이명박의 따라 하기?
  
  노무현 때였다. 스크린 쿼터 문제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한-미 FTA고 뭐고 없다는 미국의 엄포에 한국 영화는 겨우 세워놓은 무대 하나를 잃었다. 그 결과는 오늘날 한국 영화의 힘겨운 현실이다. 이른바 "선결조건"이라는 방식으로, 이거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 수순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미국 앞에서 노무현 정권은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그 노무현은 지금 봉하인가 어디에서인가 희희낙락이다.
  
  이번에는, 쇠고기 고시게재부터 하면 협상문 서명해서 보내주겠단다. 또다시 "하는 거 봐서"다. 미국 부시정권은 이명박 정권을 그렇게 쥐락펴락 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 쪽 불신이 어쩌구" 하면서 우리 쪽에 잘못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한다. 게다가 기껏해야 논의수준의 내용을, 그마저 잠정적 조처에 불과한 것을 추가협상 운운하면서 한껏 과대포장이다. 냉동 8개월짜리 고기를 누구 입에 집어넣지 못해 이리도 안달일까?
  
  도대체 고시는 무얼 근거로 하는 것일까? 서명도 없는 문서 들고 와서 법적 행동으로 나가려는 정부의 조처는 이미 불법이다. 그걸 지킬 의무는 어느 국민에게도 없다. 아니 그걸 철회토록 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다.
  
  이명박 정권 왈, 재협상하면 국제신뢰가 무너진다고 한다. 질병퇴치를 우선하고 통상하라는데 국제신뢰가 웬 말인가? 이 경우에는, 재협상을 통해 질병 완전 차단하고 통상해야 국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무개 나라에서 조류독감 우려 있어도 그거 대충 검역하고 거기서 닭이니 오리니 들여오겠나? 국민 속이기를 집에서 자기들끼리 한우 스테이크 구워먹듯 하는 모양이다.
  
  다우너 소, 광우병 우려 소 맞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의 <PD수첩> 두들겨 패기도 가관이다. 주저앉는 소(Dower Cow)를 광우병 우려 소라고 했다고 오역이니 한다. 모든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 걸린 소는 아니다. 그러나 광우병 우려가 있는 소라는 것은 맞다. 그래서 미국 식약청 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는 30개월 이상의 다우너 소는 "광우병 우려가 있으니" 애완동물 사료로도 쓰지 못하게 고시했다. <PD수첩>도 수세적으로 해명할 일이 아니다.
  
  이제 정국은 격돌이다. 이명박 정권이 자초한 사태다. 애초에 촛불 하나 들고 질병문제 완전 차단하라고 요구했을 뿐인 이 일을 이토록 크게 키운 것은 누군가?
  
  홍준표 의원, 그러면 안 된다. 민주당은 뭐하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그러면 안 된다. 진보진영에 있는 인사들로부터,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귀엽다는 이야기 듣는 독특한 정치인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 엄청 구겨지고 있다. 멀리 내다보면 지금 이렇게 하는 것, 결코 도움 안 된다. 아니 짧게 내다봐도 이건 아니다. 알고 보니 집권당 원내 대표 정도 하는 것이 꿈이었나보다.
  
  소통 운운하던 대통령이 어디 제대로 소통하는 것 보았나? 맨손의 시민들에게 물대포 쏘고 방패로 찍는 것이 이 정권의 소통이라면 그런 소통, 당-정에서나 하시라.
  
  민주당은 뭐하고 있는 정당일까? 국회에서 농성하는 것 누가 보나?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얻어맞고 터지고 깨지고 끌려가는데, 현장에 나와 시민들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나와 희생적으로 행동하면, 이번에는 밥숟가락 들고 나왔냐고 하는 비아냥 결코 듣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끝내 무기력 정당 된다.
  
  뵈는 것이 없는 권력은 테러
  
  뵈는 것이 없어진 권력은 위험한 권력이다. 그건, 사람들이 가득 있는 인도를 향해 난폭하게 질주하는 차다. 테러다. 제거해야 할 폭발물이다.
  
  답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있어서 불필요한 것은 없는 편이 낫다. 그마저 없으면 어찌하나가 아니다. 대안이 없다고, 없어도 될 것을 끼고 있을 이유가 없다.
  
  대안이 있고 나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서 대안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지금이 꼭 그런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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