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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식량위기, 글로벌 위기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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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의 식량위기, 글로벌 위기의 전조"

[진단]에너지, 식량, 기후의 3중고 종합대책 시급

다음은 존 페퍼 미 외교정책포커스(FPIF) 소장이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글로 최근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톰디스패치> 등에 잇따라 전재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웹사이트의 운영자 톰 엔젤하트는 이 글에 대해 "지난 4월 퓨 리서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미국이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미국인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상황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은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의사의 경고에 해당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존 페퍼는 '지구에 닥친 3중고; 북한은 왜 글로벌 위기의 카나리아인가'(☞
원문보기)라는 이 글에서 에너지, 식량, 기후변화의 3중고는 서로 연결되어서 커다란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므로, 포괄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북한을 정부가 어설픈 대처를 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지금도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곳으로 거론하면서, 현재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식량위기의 본질을 파악해 종합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인류 모두가 '북한 꼴'이 될 것이라는 경고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에너지, 식량, 기후변화의 3중고는 서로 연결되어서 커다란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시에 대처하지 않으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은 전세계의 '조기경보기' 역할을 했다. 당시 북한 인구의 10%가 기근으로 죽었다. 그 비극은 지금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3중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상한 독재자가 지배하는 낡은 경제체제로 인해 초래된 현상으로 치부했다.
▲ 지난 2일 북한에 식량 20만톤 긴급지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종교, 사회 지도자들이 북한에 보낼 긴급 식량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그런 분석은 틀렸다. 북한의 농업이 1990년대에 붕괴된 것은 경작 방식의 후진성 때문이 아니었다. 북한은 아시아에서 기계화된 농업이 가장 발달한 편에 속했다. 북한이 당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값싸게 수입한 연료에 크게 의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저렴하게 연료를 공급해줌으로써 북한의 트랙터들이 대거 동원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80년대말 소련과 중국이 연료 지원을 중단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 수준대로 연료를 수입하게 되자 북한은 충격을 면치 못했다.

북한에 경작 가능한 토지 비율은 전세계의 경작 가능지 비율(13%)와 비슷한 14%다. 비료와 농약을 대량 살포하면서 최대한의 산출을 올렸으나, 1980년대 들어 지력이 고갈돼 생산량이 감소하게 됐다. 에너지 가격도 상승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북한 당국은 경작지를 늘리고자 나무를 베어내고 경사지를 깎도록 했다.

1995년 북한 식량난의 속사정

큰 실수였다. 1995년 폭우가 쏟아지자 이런 무리수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 홍수로 인해 논 경작지 40% 이상이 불모지가 됐다. 급류가 표토를 쓸어가고 그 자리에 돌과 모래가 덮친 것이다. 북한의 경직된 경제체제에서 기상악화, 에너지 가격 상승, 식량 생산 감소라는 3중 타격을 대처할 여력이 없었으며,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적 대응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의 정치경제체제가 특이해서 대기근이 초래된 것은 아니다. 계획경제와 자급자족 능력을 과시한 탓에 현재 북한 이외의 지역에 닥치고 있는 상황에 일찍 취약해졌을 뿐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식량과 에너지 위기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 위기로 더 크게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바이오연료, 유전자조작식품(GMO), 지구공학(geoengineering)도 '도깨비'를 사라지게 하는 마술 지팡이가 될 수 없다.

폭주하는 성장을 지양하고 에너지, 농업, 기후에 대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북한 꼴이 될 것이다.

1970년대 1차 오일 쇼크 때를 제외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2006년까지 식량 가격은 공산품에 비해 하락하는 추세였다. 낮은 식량 가격은 소비자에게는 축복이었겠지만, 세계 빈곤층 대부분 차지하는 생계형 농부들에게는 재앙이었다.

또한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식품가격은 83%가 올랐다. 부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뿐이지만, 수입의 50% 이상을 식료품 구매에 쓰는 빈곤층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식량 가격이 치솟는 원인은 몇가지 있다. 우선 고유가로 인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특히 대규모 농경의 생산비가 올라간 것을 들 수 있다. 최근 바이오연료 생산에 농경지가 투입되고 있다는 것도 원인이다. 전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중 5분의 1이 에탄올 생산에 쓰인다. 이런 변화는 옥수수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게 만들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

기후 온난화도 큰 원인이 되고 잇다. 기후과학자들이 아직 특정한 기후이변이 온난화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세계 곳곳의 기상 이변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온난화가 2020년 경 전세계 GDP를 16%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최근 식량 위기는 기후 변화가 초래할 결과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소득 증가, 식량 위기의 주요 요인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는 또다른 주요 요인으로 주요 개발도상국의 소득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소득이 많아지면서 곡물만이 아니라 고기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이미 10년 전에 이런 경향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세계가 더 잘 살게 된 중국을 먹일 식량을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예측했듯이 현재 세계 최대 인구를 거느린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은 식습관을 바꿔 더 많은 고기를 소비하고 있다.(고기 생산을 위해 더 많은 곡물이 간접적으로 소비되고 있기도 하다)

식량 위기에 대해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이 정부 차원에서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농업 구조조정을 위해 최소한 연간 3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그런 막대한 자금을 내놓을지도 분명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낡은 접근법이다.

새로운 녹색 혁명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식량 생산은 개발도상국에는 그림의 떡이다. 식량 위기를 시장의 원리로 해결하자는 것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세기에 식량 수출에 대한 통제를 없애고 자유무역을 통해 전세계의 농업생산이 촉진되고, 기업형 농업이 발달하면서 식량 가격이 싸졌다고 하지만, 자유무역이 농촌 빈곤층이나 가난한 나라에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기업형 농업이 발달하고 농촌을 지탱한 정부 지원이 없어지면서 소규모 농업이 대거 사라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멕시코에서 130만 개의 농업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미국 국경을 넘는 농부가 급증한 사례가 잘 보여준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식량 순수출국이었던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은행(WB)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책 탓에 오늘날 순수입국으로 전락한 것은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WTO의 '관세 인하' 정책은 겉모습과 달리 아프리카 대륙에 기근을 몰고온 원흉이 되었다.

토지와 수자원 고갈로 식량위기 가중

완전한 시장원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서 부를 빼앗아 소수에게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강자에게 유리해지기 쉬운 시장에서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자금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농업 생산성 저하, 기후 변화라는 3중고를 함께 해결하려는 방식이 아니라면 1990년대 북한에서 보듯 결국 실패할 것이다.

토지, 에너지, 그리고 생태계는 유한한 자원이다. 석유와 온실가스는 세계적으로 논의라도 되고 있다. 그러나 토지와 수자원이 한계에 도달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도 열대우림들이 경작지로 바뀌고 있지만,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인류는 경작가능한 토지를 공급할 수 있는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 생산성 있는 경작지도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작지를 공급할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지구 환경을 대가로 조금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뿐이다.

수자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생활용수가 감소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11억 명은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생활용수의 70%를 사용하는 농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저지대 농경지에 염분이 스며들고, 가뭄으로 농경지가 손실되고 있다. 수산 양식업이 식량위기의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양식업도 땅과 물,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 기후, 토지와 수자원이라는 3중고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안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며, 그 중 어느 한 두가지만 고려한 대책은 실패로 끝날 것이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와 기후 변화에 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옥수수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것은 농업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옥수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식량위기의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경우가 잘 보여준다. 긴급 지원에 힘입어 2000년경 벼랑 끝에 몰린 식량 위기를 극복한 북한은 올해 또다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고유가와 홍수, 흉년이 겹쳤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다시 세계의 카나리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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