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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구성원들은 '웰빙 투쟁'을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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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구성원들은 '웰빙 투쟁'을 끝내라"

[토론회] "'공영방송 지키기'가 아니라 '공영방송 세우기'다"

"우리는 능동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왔다. 공영방송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 접선할 것인가"

프레시안, 공공미디어연구소,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행동' 등이 주최한 23일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그리고 미디어 공공성' 토론회를 <참세상>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한 누리꾼이 올린 질문이다.

이 질문은 공영방송에서 종사하는 구성원보다 일반 시민이 공영방송에 대한 의식 수준이 더 높다는, 지금의 아이러니한 '역전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KBS 노조가 선도적으로 방송 민주화 투쟁을 이끌면서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던 1990년 4, 5월과 비교해보면 거의 정반대의 상황이라 할만 하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상파 방송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시작된 촛불이 다행히 '공영방송 지키기'로 옮겨 붙긴 했으나 전면적 열기가 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공영방송의 방임과 신뢰도 하락 등에서 근거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40여 일간 진행된 촛불 시위가 이명박 정부 초기의 '1회성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공영방송이 포함되는 한국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재검토와 보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의 문제에서도 그 '추'를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촛불은 공영방송 종사자의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원한다"

발제를 맡은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 공세에 대응하는 핵심은 '공영방송의 민주적 책임성 확립'"이라며 "공영방송, 전체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의 각오와 눈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도 이러한 진단에 동의하면서 "지금 '공영방송 수호'가 구호로 나오고 있지만 과연 지금의 방송이 공영방송다운 방송이냐"며 "전두환 정권 당시 방송이 전두환을 닮았던 것처럼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도 방송은 이들과 똑같았다"고 비판했다.

손석춘 원장은 "한미FTA에 반대하여 허세욱 씨가 분신 자살할 때 KBS나 MBC는 어디있었나. 농민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도했나. 도시 빈민들이 집단 자살할 때 KBS나 MBC는 어디 있었나"라고 거듭 물으며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민주 시민들 앞에 공영방송 종사자가 해야할 일은 뼈저린 반성이며 성찰이다"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현 상황에서 KBS나 MBC가 오판할까 걱정"이라며 "그간 KBS나 MBC가 당연히 해야할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제대로 하나 한 것이 제대로 걸려 공영방송의 체면을 살린 것"이라며 "진작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어야 함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FTA가 체결됐고 4대선결조건이 타결됐다. MBC와 KBS는 여전히 비판받아야 함에도 워낙 못하는 데가 많아서 한국 공공미디어의 모범인양 들떠있다. 참혹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촛불 시위를 전하는 공영방송의 보도태도를 두고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최상재 위원장은 "규모나 방송 프로그램의 질의 측면에서는 지상파 방송이 여타 방송매체에 따라잡힌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우위는 '신뢰도'였다"며 "그러나 인터넷 방송이 현장을 그대로 비추는 현재로서는 지상파 방송이 그 신뢰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그리고 미디어공공성' 토론회 2부 '공영방송의 재민주화, 사회화 전략'에 참여한 토론자들. ⓒ프레시안

이에 더해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공영방송 위기의 원인을 한국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찾기도 했다. 김승수 교수는 공영방송이 존립, 발전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6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제도적 확고한 보장과 신뢰 △집권층의 견제 세력에 대한 포용력 △야당의 비판적 견제력 △건강한 중산층과 다양한 노동자 계급의 지원 △'공영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을 안정적인 자본주의 경제 성장 △공영방송과 공영방송을 규제, 통제하는 기구의 민주적 인사 정책 등이다.

김승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 제도적 신뢰가 취약하고 심지어 대립적인데다 집권층인 정부 여당이 견제세력을 포용하기는커녕 장악할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견제할 야당 세력은 매우 협소하다"며 "게다가 신문사나 기업 등은 다들 돈벌이가 어려워 '방송이 아니면 돈벌데가 없다'고 할 지경이며 계층적으로도 공공영역을 지탱할 건강한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KBS와 MBC, EBS가 정치적 독립성, 공영성을 지키려 해왔는지,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공성을 지킬 의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공영방송은 실제로 위기이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정권에서도 공영방송을 위협하려 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공영방송을 수호하는 운동은 사회 공공성과 삶의 질을 새로이 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노조, 공영방송 수호가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 이익만 추구"

공영방송의 신뢰도 하락은 비단 방송 프로그램의 민주성과 질적인 측면에서만 초래된 것이 아니다. 재정의 투명성 미흡, 경영의 방만함 등으로 이명박 정부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도 큰 문제.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감사원의 특별 감사 등으로 숨통을 죄어오는 이명박 정부 등 보수 진영에 맞서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깔려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지상파 방송의 '웰빙 투쟁'은 끝내야 한다. 엄청난 연봉과 제작비로 지상파 방송은 무엇을 했느냐"며 "이런 점에서 지상파 방송이 정신차리려면 이명박 대통령 만큼이나 멀었다"고 비꼬았다. 그는 "지상파 방송 종사자들이 고임금을 받는 것은 국민들의 분노와 상식을 반영하라고 보장한 것"이라며 "스스로 '국민의 방송'이라고 말할 것이라면 그 명령을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김승수 교수도 "국민들이 공영방송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정을 마음대로 쓴다'는 것"이라며 "영국의 BBC같은 경우는 연출료, 제작비 등 어떻게 돈을 쓰는지 세세하게 다 공개된다. 재정적 투명성이 아직까지 문제가 되어 감사원 감사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등을 통해 공영방송의 예, 결산권을 모두 국회가 가지려고 하는 시도를 겨냥해 "방송재정조사위원회 등을 만들어 방송 예산의 독립성과 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언론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최용익 MBC 논설위원은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집행부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했다. 최용익 위원은 "아무도 KBS 노조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KBS 노조는 정연주 사장을 두고 도덕성, 경영능력의 문제 등을 이유로 들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정연주 씨가 KBS에 와서 제일 먼저한 팀제 개편으로 부장이나 국장 자리가 줄어든데에 근본적인 불만이 쌓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은 "공영방송 수호가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 이익만을 추구하는 노동조합을 그대로 둬야 하느냐. KBS노조의 반동적 성격과 그를 이끄는 집행부의 명확한 실체를 드러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만약 KBS노조가 한국 제1의 공영방송을 담지할 능력이 없다면 노조는 바뀌고 집행부는 물러나야 한다. 아니면 이 사태의 결말을 예측할수는 없으나 지금 폭발되는 촛불 시위 열기에 타의로 퇴출되는 사태가 일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재원 문제, 이념적 편향 논란 있어" … "공론장을 열어주라는 것"

그러나 PD연합회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박건식 MBC PD는 지상파 방송의 현실적 한계 등을 들어 이들의 논리에 반박했다. 박건식 PD는 "공영방송 종사자의 의식 부족의 문제가 가장 크다"면서도 "그러나 바깥의 시각도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와 준거가 너무 높아 책임과 의무만을 강조할 뿐 재원에 대한 고민은 적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박 PD는 "방송사가 재원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하는 것이 공영프로그램의 사각지대화, 주변 배치이며 그 다음 수순은 폐지"라며 "MBC의 경우도 이번 봄 개편에서 공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공익존'을 배치했으나 불과 2주만에 시청률이 안정적 3위로 내려앉았고 다음주에는 안정적 4위가 될 것이다. 과연 가을 개편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재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책무를 지키라는 요구는 헛바퀴가 될 수 있다"며 "공익 프로그램 발전기금 마련, 공공 콘텐츠 발전기금 마련 등이 머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건식 PD는 '그간 사회적 이슈에서 공영방송이 보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MBC는 진보적 가치를 충실히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으나 반대편에는 좌파방송의 이미지와 10배 이상의 반발이 있다"며 연평도 서해대전이나 북한 인권에 관한 보도와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에 관한 MBC의 태도를 비교했다.

이에 대해 다른 토론자들은 '방송의 공영성'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핵심은 시민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공간을 열어 주라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상식선에서 서해대전을 다루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도 다루면 시청자들이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판단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PD가 제기한 재원문제에 대해서도 "이제껏 시민사회가 수신료 인상 문제에 외면한 적 없다"며 "수신료 인상이든 중간광고 허용이든 지금의 지상파로서는 안된다. 공공성, 공익성을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 않느냐는 지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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