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공공미디어연구소,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신자유주의반대 공영방송 수호행동 등이 주최한 23일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그리고 미디어공공성' 토론회에서는 촛불 시위가 촉발시킨 '아고라' 등 새로운 미디어 공론장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또 조·중·동의 의제 설정력 약화와 반격,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정책 등을 분석하고 향후 시민사회의 대응 전략 등도 논의했다.
"아고라의 폭력성? 보수언론의 사기 · 조작보다 덜 위험"
이날 '촛불 시위와 미디어, 민주주의'간의 관계를 되짚는 1부 토론회에서 '촛불집회의 대중문화, 매체정치(학)적 평가' 발제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의 이영주 책임연구원(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여론광장(아고라)과 휴대폰 통신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적했다.
이영주 연구원은 보수 언론이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인터넷 여론의 폭력성' 등의 주장을 놓고 "그들의 말은 일부분 맞다"며 "인터넷 아고라는 문학적 교통의 장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고 주장하는 언론관을 무력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개인이 자신의 삶과 경험 자체로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의 해결책을 요구하는 이 공간에서 삶과 주장, 경험과 언어의 거리는 매우 좁다"며 "따라서 그들의 언어는 더 진솔하고 직접적이며 따라서 폭력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 도취와 과잉은 거짓이나 사기, 조작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거짓, 사기, 조작은 지배 언론과 지배 집단의 것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영주 연구원은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는 기존의 확립된 사회영역에 대항하는 공공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며 "또 사회적 주변 집단과 전통적인 미디어로부터 배제당하는 집단의 목소리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미디어에서 보다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나타나 국가-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한편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가 정치적 계몽과 투쟁을 위한 가장 적합한 미디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인터넷의 광범위한 정치 집단은 소수 집단으로 정보가 독점되는 것을 막고, 정치적 논쟁들을 명확하게 하며, 국가-지구적 정책 결정들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행동을 좌절시키거나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는 기술을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의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를 가지게 됐다"며 "바로 이 상황에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유를 확장하는 보다 더 풍부해진 소통 문화의 발전은 문화 산업의 급진적인 민주화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영주 연구원 발제문 전문 보기)
"이명박 정부의 '신권위주의적 언론통제' 펼쳐"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1부 2차 토론회 "2008년 6월 한국사회의 미디어 공공성 위기현실 진단"에서 촛불 시위가 기성 미디어의 저널리즘 권위와 규범을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시민들로부터 '찌라시' 등의 비난을 받고 있는 조선·중앙·동아·문화 등 보수언론의 영향력 약화는 물론 시민들로부터 '공영방송 지키기'라는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는 KBS, MBC 등도 촛불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촛불 시위를 생중계하는 '아프리카' 등 인터넷에 밀리는 경향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 아고라'로 대표되는 인터넷 공간이 신문과 방송의 일방적인 소통 체제를 극복한 새로운 공론장으로 부상하면서 생겨난 현상. 이창현 교수는 다음 아고라 등을 "참여자의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장"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여 환경 변화에 생물학적 적응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민들이 많은 미디어와 채널을 갖고 다양하고 빠른 의사 소통"을 하고 이것이 "허위 정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보수신문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 이창현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매스미디어 시대의 종언을 가져오는 현상"이며 "네트워크를 통한 직접적 소통 시대의 개막"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주도로 새로운 미디어 공론장이 형성되는 것과 정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공공미디어를 통제, 위축,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언론 통제를 위한 신권위주의'와 '공공성을 훼손하는 신자유주의'로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부내 조직으로 바꾸고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선임한 데 이어 각 방송사에 언론특보등 을 내정하는 등 일련의 방송 직접 장악 정책을 펴왔다. 이는 방송의 정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신권위주의적 언론통제 정책'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또 내용적으로도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을 빌미로한 통신 공간 규제, 농림수산식품부의 MBC의 <PD수첩> 고소, 아프리카 TV를 운용하는 나우콤 문용식 대표 구속 등 방송 및 통신의 내용 규제를 강화해왔다는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 KBS의 '국영화' 꾀하나"
이에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시민사회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공영방송 재민주화 · 재사회화 전략'이라는 주제의 2부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은 미디어 지형 자체를 전면 재구조화 시키려 하고 있다"며 "국가기간방송에 관한 법률(국방법) 제정은 이의 첫번째 도미노"라고 짚었다.
조준상 부소장은 국방법의 내용을 "△KBS, EBS만을 공영방송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을 따로 규제 △KBS와 EBS의 예산과 결산을 국회에서 승인 △KBS의 현 이사회 폐지 및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영위원회 구성 △ KBS 사장과 감사는 경영위원회가, EBS 사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 △KBS의 광고 수익은 전체 재원의 20% 이내가 되도록 수신료 현실화"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핵심인 재원 문제에 정치권이 직접 관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며 이는 공영방송의 국영화 혹은 관영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특히 수신료 등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방송, 즉 KBS와 EBS만을 '공영방송'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MBC를 상업 방송으로 분류하거나 상업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MBC에게 '이 법의 적용을 받을 래, 아니면 상업방송으로 가래'라며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KBS에 대한 감사원 표적 감사로부터 '국방법' 추진의 1차 동력을 얻으려 하고 있다"며 "KBS의 방만함과 비리를 최대한 들춰내 촛불이 '공영방송 지키기'로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고 근본적인 수술의 필요성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결과에 대한 대응의 문제는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임기응변에 그쳐선 안된다"며 "대응의 핵심엔 '공영방송의 민주적 책임성 확립'이 있는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 구성원들이 중심이 되어 공공성을 사고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KBS 예산 편성권을 일부 수정해 인건비 예산 편성은 공공기관 지침 준용 △ KBS 내부적으로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은 불가능한가' 논의 △무료 보편적 방송인 KBS가 계열 PP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을 지배하는데 대한 재평가 △KBS2TV 분리가 갖는 의미 분석 △방송발전기금의 용도 재평가 △공영방송 사장 후보 추천과정의 비국가적 제도화 등을 제안했다.
( ☞ 조준상 부소장 발제문 전문 보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