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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낙점, 최시중이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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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본홍 낙점, 최시중이 주도했다"

[인터뷰] 현덕수 YTN 노조위원장 "YTN 장악 시도는 공공성 정면 도전 "

연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데 이어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 씨가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YTN에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스카이라이프, 아리랑국제방송,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에 일제히 '언론특보'를 임명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분위기다.

현덕수 YTN 노조위원장은 "'YTN 독립성 사수 투쟁'이 전국민적 투쟁으로 확대되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YTN노조는 지난 9일 '낙하산 사장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17일부터는 회사 정문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YTN 집회'를 시작하는 등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YTN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청와대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23일부터는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시작으로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 박정윤 한국경제TV 노조위원장,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송대갑 EBS 노조위원장도 1인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다.

현덕수 위원장은 1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YTN에 낙하산 인사를 심으려고 하는 것은 YTN의 위기일 뿐아니라 공공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방송의 '연합뉴스'에 해당하는 YTN을 장악해 언론 보도의 초기 의제를 장악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 위원장은 "언론사에 대선 캠프에 참여한 '언론 특보'가 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방송사에 일제히 언론특보를 보내는 것은 일말의 염치도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이 YTN을 '정권의 방송'이라고 낙인 찍게 되면 언론사로서 YTN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공기업과 정부투지기관이 대주주로 있는 YTN의 향후 미래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소유 구조를 유지하되 정권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자사의 촛불 시위 보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진보냐 보수냐의 논조의 문제를 떠나서 2008년 상반기 가장 큰 이슈가 벌어진 촛불 시위에 충분히 결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현장을 중시했던 언론사인만큼 촛불 시위를 생중계하는 '1인 미디어'의 역할을 YTN이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YTN 사옥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YTN 집회'를 여는 YTN 직원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구본홍 내정, 배후엔 최시중"

프레시안 : 돌이켜보면 YTN이 사장 공모를 시작하기 전부터 구본홍 씨 내정설이 나와서 논란이 일었다.

현덕수 :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된 것이 5월 초인데 4월 초부터 구본홍 씨가 스스로 'YTN 사장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주로 구본홍 씨가 30년 가까이 있었던 MBC 후배들이 '구본홍 선배가 YTN 사장으로 간다고 직접 말하더라'고 전하는 식이었다. 언론학자들을 통해서도 구본홍 씨가 직접 'YTN 사장으로 간다'고 직접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현안을 해결하겠다'며 YTN 구성원들을 만나기도 한 모양이다. 취임 전부터 '줄세우기'를 하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원래 구본홍 씨는 연초에 사장 공모가 있었던 MBC 사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MBC 내부의 반발이 거셌고, 정권 내부의 조율 과정 등을 통해 MBC 사장에 응모도 못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MBC 사장을 하지 못하고 '와신상담'하다가 YTN 사장 선임 국면이 되니까 본인이 YTN 사장으로 간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구본홍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주도로 언론특보단 사이의 조율이 이뤄졌고 그를 바탕으로 구본홍 씨가 YTN 사장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 구본홍 씨가 아무런 바탕도 없이 어떻게 공모 전부터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구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문에 이 문제는 YTN 만이 아닌 언론 전체의 문제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언론재단, 스카이라이프, KBS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나같이 언론특보로만 도배질 할 수 있나.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사람이라면 염치도 있고, 혹시 국민들 눈에 이렇게 비춰지지 않을까 고민도 할텐데 언론특보로만 보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을 결정하는 데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다. 구본홍 사장 뿐 아니라 KBS 사장 내정설이 나도는 김인규 씨도 이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 현덕수 YTN 노조위원장. 가슴에 '낙하산 반대' 뱃지를 달고 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노조위원장으로서 구본홍 씨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나?

현덕수 : 지난 5월 28일 사추위 면접 때 사원대표로서 질문을 던진 것이 다다. '본인의 언론특보 경력 때문에 YTN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YTN의 내부 인사와 만나 '줄세우기'를 시도한 것이 맞느냐' 등을 물어봤다. 그는 "나는 이제 경영에만 힘쓸 것이고 보도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기에 큰 문제될 것 없다", "YTN 사내에 20년 지기가 있어 YTN 사정도 알아볼 겸 만난 것"이라고 했다.

면접 이후에는 사측에서 한번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나는 만나서 구본홍 씨에게 할 말이 없다. 구본홍 씨가 가지고 있는 공정방송의 비전과 YTN 현안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고 노조가 수렴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만날 수 있겠으나 우리는 건널 수 없는 강의 양쪽에 있다. 구본홍 씨가 들어오면 YTN의 정체성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YTN이 쌓아온 위상, 신뢰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다. 그가 만약 사퇴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만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주고 받을 이야기가 없다. 이미 이런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프레시안 : 차기 사장이 해결해야할 YTN의 '현안'이 뭔가?

현덕수 : 일단 신문-방송 겸영 허용 문제가 있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문제도 있다. YTN의 소유구조상 한전KDN과 KT&G, 한국마사회 등 정부투자기관과 공기업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만약 이들 기업이 민영화되면 YTN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존립하게 될지 우려가 있다. 그간 YTN이 소유관계에 큰 변화가 있거나 지분관계가 불안정해진 적이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일부는 SBS처럼 민영화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하는데, YTN은 보도 등 공공성을 최선의 가치에 두기 때문에 공기업, 또는 공공 성향의 기업이 주주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기업이 왜 공기업인가. 기업으로서의 이윤추구가 아니라 공공적인 성격의 일을 하기 때문에 공기업 아닌가. 그 논리를 그대로 끌어오자면 공기업 또는 공기업 성격의 회사들이 안정적 주주로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일부의 주장처럼 민영화가 된다면 기업의 이익에 따라 모든 보도가 이뤄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여론 형성과 사회적 실리를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보도채널로서의 정체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물론 SBS 같은 경우 민영방송이긴 하지만 SBS는 뉴스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드라마, 예능 등을 함께 하는 종합채널이고 또 SBS는 뉴스 보도에서 만큼은 자신의 자본, 지분구조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편집권 독립 장치를 고민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보도 전문회사에서 민영기업이 그런 것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할 것은 YTN이 공공성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공기업이 주주로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이지 정부가 공기업에 입김을 넣을 수 있고, 그 입맛대로 하라고 공기업이 주주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에 입김 씌우는 데만 열중해서 사장으로 특보를 내려보내고 하는 것 아닌가.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다. 모든 제도는 정부가 얼마나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충실히 하느냐에 따라 공공성을 지키느냐. 혹은 정부의 입맛대로 쓰이는 비수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것 아닌가. YTN의 지배구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자기 사람을 심겠다고 달려드는 것이 YTN 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에의 정면 도전이 되는 것이다.

"언론사가 '정권의 방송'으로 낙인 찍히면…"
▲ YTN 사옥 내에 붙어 있는 공채 3기 성명서. 이들은 구본홍 사장 내정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보도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구본홍 씨를 사장에 내정해가며 YTN을 장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덕수 : YTN은 24시간 내내 뉴스만을 전달하는 보도전문 채널이다. 특별한 논조를 내세우기보다 '텍스트'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연합뉴스'가 기존 언론사에 기본적인 팩트를 전달하는 '텍스트' 역할을 하는 것처럼 YTN도 그렇다. 때문에 YTN은 초반 의제를 선정하는 강점을 갖고 있고 이명박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YTN 내부적으로는 '구본홍 사장 선임 반대'에 의견이 일치되어 있나?

현덕수 : YTN 사원들이 최근 연이어 기수별 연쇄 성명을 내고 있다. 기수별 선언은 그야말로 YTN 직원들이 자신의 처지에 입각해서 내는 성명이라고 볼 수 있다. 구본홍 씨나 이명박 정부는 YTN 노조의 반대 운동을 두고 '노조야 원래 그런 것 아니냐. 그러나 사원들은 힘있는 사장 원한다'는 식의 참주 선동을 하는데 기수별 성명은 그런 왜곡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수별 모임에는 노조가 관여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기수별 성명은 '구본홍 씨를 반대한다'는 주장이 YTN 전체의 목소리 임을 보여준다.

프레시안 : YTN 노조는 '구본홍 사장 반대'를 명확히 내걸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힘 있는 낙하산 인사'가 오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는데?

현덕수 : YTN도 힘 있는 인사가 사장으로 와서 YTN의 현안을 해결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이 크냐, 아니냐도 있을 수 있지만 공정방송으로서 정치적 독립에 대한 의지가 강하느냐도 잣대가 되어야 한다. 구본홍 내정자는 '힘'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를 지냈다는, 언론사 사장이 되어서는 안되는 결격 사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언론사로로서의 정체성에 타격을 주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 아무리 힘 있는 이사가 와서 돈을 잘 벌게 해준다고 한들, 공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사가 국민으로부터 '정권의 방송'으로 낙인찍히게 되면 수많은 광고가 들어온들 무슨 의미인가. 사상누각일 뿐이다.

구본홍 씨는 보도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하나 역사적으로 보면 이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어떤 형식으로든 사장의 의지는 보도에 전달될 수밖에 없다. 또 시청자들은 보도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YTN 개별 기자의 이름은 모르나 사장이 누군지는 안다. 정치적 편향을 가진 사장을 그대로 둔채 YTN 보도를 믿어달라고 하면 시청자들이 믿어줄 것인가. 벌써부터 구본홍 씨 내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제 YTN 볼 필요 없다', '정권의 방송이 됐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판이다. 사장으로 확정되면 어떻게 될까. YTN 보도는 신뢰성의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이 YTN에 보내온 화환.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프레시안 : 벌써 누리꾼 사이에서는 '<돌발영상>이 심심해졌다'는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현덕수 : 구본홍 씨 내정에 따른 이미지 탓일 것이다. <돌발영상> 팀장도 그대로이고 문제의식도 그대로다. <돌발영상>은 제작 시스템상 다른 기사에 비해 데스크 기능이 약하고 동시에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서도 더 자유로운 특성이 있다. <돌발영상>은 매일 아이템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매번 방송시간에 거의 다 되어서야 편집을 끝내는 경우가 많아 물리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이걸 내보내면 회사에 불리한 것 아니냐'는 식의 압력이 가해지기 어렵다. 때문에 해당 기자의 문제의식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변한 것이 없다. 다만 <돌발영상>도 매번 '센' 아이템만 다룰 수 없고, 또 '구본홍 사장이 온다더라' 하는 이미지 작용으로 인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촛불 시위, YTN이 생중계 했더라면"

프레시안 : 촛불 시위가 일어나던 초기에 YTN 보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여론이 꽤 있었다.

현덕수 : 지금은 반응들이 달라졌지만, 그러한 반응에는 YTN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24시간 뉴스만 하는 YTN에서 촛불 시위 상황을 정확히 알려달라는 그런 기대 또는 요구가 있다. '지금 촛불 시위 어떻게 됐나 YTN 한번 틀어보자'라고 보는데 기대와 달리 안 나오거나 혹은 나와도 집회 참여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너희가 뉴스 전문 채널이냐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또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아는 사람들은 '너희가 이명박 특보 받더니 이렇게 논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노조의 투쟁 등이 알려지면서 그런 반응들이 줄고 이제는 '힘내라', '열심하 해라'고 격려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프레시안 : YTN 노조 공정방송위원회에서는 촛불집회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현덕수 : 사실 공방위도 구본홍 사장 선임 저지 투쟁에 뛰어들어 제대로 모니터링은 못하고 있는 상황이나 내부적 문제의식을 전하자면 이렇다. 이번 촛불 시위에서 두드러진 사회적 현상 중 하나가 1인 미디어의 등장, 집회 생중계 인데 어떻게 보면 그것은 정말 YTN이 해야할 일이기도하다. 그분들은 아마추어인데도 하루에 수십 만명의 시민이 보는 방송을 하는데 YTN은 '프로'이고 더구나 현장을 중시하는 매체다. 우리가 촛불 시위 생중계를 한다면 채널의 위상이 놀라가고 보도 채널로서의 존재 이유, 가치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한다.

이것은 논조를 떠나서의 문제다. 2008년 4월부터 6월까지 한국사회에서 촛불 시위만큼 큰 이슈가 없었다. 사안이 벌어지는 현장에 철저히 결합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간부진의 소심함 등 때문에 결과적으로 YTN 채널 위상을 높일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최근 KBS 앞에서는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집회가 연일 벌어진다. YTN 노조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시급한 상황인데?

현덕수 : 사실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 지난 주말 이후로 노조 사무실에 'KBS처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대체로 'KBS의 양심적인 PD들이 신문에 광고를 냈다. KBS 지키기 촛불 시위는 이에 호응하는 측면이 있다. 당신들도 두 달간 싸웠다는데 아무도 모른다. 알려야 국민이 호응할 것 아니냐'는 제안들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입장은 우리가 올바른 관점과 원칙을 가지고 투쟁하면 누군가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또 옳고 바른 길이기에 반드시 승리한다고 생각해왔다. 또 최근 YTN에 관심 갖는 시민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역시 지난 두 달 여의 과정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이 있어 YTN의 위상과는 다르고, 또 KBS가 그간 해온 방송 민주화 투쟁이 KBS 직원 뿐아니라 국민의 민주화와 결부되기 때문에 YTN보다 KBS에 국민들이 더 쉽게 다가오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YTN 역시 사회적 여론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언론사인만큼 같은 의미에서 YTN도 지키자는 여론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 YTN의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지원하고자 찾아온 촛불시민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프레시안 :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 시위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구호가 '어용노조 물러가라' 인데,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KBS 노조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현덕수 : 일부 오해가 있을 답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문제는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다를 수 있다. 지금 KBS 노조 집행부는 '정연주 퇴진'을 걸고 당선된 노조고 그래서 줄기차게 정연주 퇴진을 외쳐왔으며 그 와중에 전국언론노조, 시민단체 등과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묘하게 정권이 바뀌며 정연주 사장이 '공영방송의 사수자'인 것처럼 이미지화 되면서 기존에 반대해온 노조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제3자의 입장에서 KBS노조가 맞다, 혹은 시민사회단체나 촛불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말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양측 너무 규정지으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KBS 노조는 한나라당 이중대다, 어용노조다' 라거나 '정연주 퇴진만이 선이고 최선이다' 등은 서로 자신의 명분만을 중시하다 보니까 같이 연대할 부분을 찾아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조합은 정치투쟁도 해야 하지만 조합 투쟁도 해야 하는데, KBS 노조로서는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것은 자신을 노조 집행부로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 이 문제가 지대하게 크기 때문에 정연주 퇴진 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KBS 노조도 투쟁에서의 선후를 고민하고 시민사회단체나 KBS지키기에 나서는 시민들도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주장만으로 어용으로 몰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주장이 '공자님 말씀' 같이 들릴 수 있겠으나 서로의 명분만을 주장한다면 KBS를 장악하려는 무리들, 정치집단의 선동과 이간질에 더 어려운 싸움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KBS노조를 어용으로 몰아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서로 이야기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인터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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