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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에는 상아탑의 정의가 있는가"

재임용 탈락한 이성형 교수 복직 대책위 결성돼

석연찮은 이유로 이화여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이성형 교수(정치외교학과)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6일 결성되어 활동에 들어갔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단체들과 이화여대 동료 교수, 정치학계 교수들은 이날 오전 이대 정문 앞에서 '이성형 교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강의 평가 6학기 연속 1위 교수의 탈락

중남미 정치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이성형 교수는 지난 2005년 이대 비정년 교원으로 임용됐다. 2년 계약기간이 끝난 2006년 말 이 교수는 재임용 심사를 신청했으나 학교 측은 비정년 교원 1년 연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1년을 더 근무한 뒤 2007년 10월 임용 종료 통보를 받은 이 교수는 2008년도 신규 임용에 지원했고, 정치외교학과에서는 만장일치로 채용 1순위로 올렸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난 해 12월 31일 채용 탈락을 통보했다.

이 교수의 수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달되고 SCI(과학논문 인용 색인)급 논문이 없어 탈락시켰다는 것이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탈락 사유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손꼽히는 비교정치학자인 이 교수는 외국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로 강의를 했을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학자였다. 그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도 학교에 제출했다. 또한 SCI 논문이 필요하다고 알려 주기만 했어도 얼마든지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지만 학교가 그같은 사실을 고지한 적이 없다는 게 이 교수 측의 설명이다.

또 이 교수는 이대 재직 3년 동안 연 평균 3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 실적을 900% 충족시켰고, 번역서 1권을 출간했으며, 강의 평가에서도 과내에서 6학기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대 정외과가 BK21 사업을 유치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 실적이나 학과 기여도에서 임용에 탈락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임용 비대상자'라더니 '심사 신청 안 했다'로 말 바꿔

이에 이 교수는 지난 2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19일 이 교수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이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2008. 1)했고 △사립학교 임용 계약은 사법상 고용계약으로 학교 측의 재임용 심사 의무 불이행에 문제가 없으며 △사직서 제출은 자발적으로 재임용 심의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기각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교수 측에서는 이대 측이 비정년 교원의 경우에도 재임용 심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쓰게 했다며, 학교 측의 기망(欺罔)이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이 교수의 변호사 측에서는 "사직서는 기망에 의해 낸 것이고 소위 '비진위'로 낸 것이므로 법률상 무효"라고 말하고 있다. (☞상세 내용 아래 서한 참조)

그에 앞서 이대 측은 이 교수와 언론에 '비정년 교원은 재임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지자 이 교수가 재임용 대상이긴 했다고 입장을 바꾼 뒤, 이 교수 본인이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2007년 10월 이 교수에게 임용 기간 만료 통보 확인서와 재임용 심의 신청서를 보내며 재임용 심의 신청란에 사선을 쳐뒀다. 이는 학교 측이 애초부터 이 교수에 대한 재임용 심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이 교수 측의 주장이다.
▲ 학교 당국이 이 교수에게 보낸 '임용기간 만료 통보 확인서 및 재임용 심의 신청서' 오른쪽 두번째 재임용 심의 신청란에는 이미 사선이 그어져 있어 재임용 심의 대상자가 아님을 '고지'했다.

이에 대해 이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재임용 신청 희망란에 사선을 친 것은 3년 임용기간이 끝나서 그랬던 것이고, 그 밑에 본교 인사 규정상 재임용 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임용 신청란에 사선을 그은 것 자체가 재임용 신청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공지 아니냐'는 질문에 "밑에 공지를 했다"고 거듭 말했다.

이대 측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이 교수는 "밑에 공지를 했다는데 그런 서류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재임용 심의 신청서 하단에는 "빈 칸에 직접 서명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 교수는 재임용 신청란에는 사선이 그어져 있어 빈칸이 아니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월 11일 이상호 교무처장은 이 교수에게 보낸 메일에서 "계약교수는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자연 퇴직이 된다"라며 "이 교수는 재임용 심사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교수단체 "개인 차원 문제 떠났다" 공동 대응키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5개월 동안 정치학계에서는 430명이 이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는 등 그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3월 5일부터 이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6월 16일 현재 1822명의 네티즌들이 서명했다.

이날 결성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남미 전문가로 열정적인 강의로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학자"라며 부당한 인사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이대 측에 촉구했다.

공대위는 "아카데미의 정의와 사회적 정의가 시험을 당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라며 "이 교수의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늘부터 이대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 교수는 학교의 조치에 대한 불복의 뜻으로 지난달 하순부터 연구실에 출근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연구실의 열쇠를 바꿔 놓아 연구실 출입을 차단했다. 이 교수는 18일부터 '에너지의 지정학'을 주제로 '열린 강의'를 하는 등 학생들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이 교수가 지난 5월 24일 교내 교수들에게 돌린 공개서한 전문이다.

존경하는 선생님께.

지난 3년 동안 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를 했던 이성형 교수입니다. 지난 주부터 다시 연구실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과 오랜 만에 이야기를 하니 참 기분이 좋더군요. 학생들도 방을 떠나지 않고 세 시간 동안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습니다. 먼저 본의 아니게 여론에 노출되어서 동료 교수님들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지난 12월 이후 제 동정을 간단히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1. 저는 2005년 3월부터 비정년 교원으로 정치외교학과에 3년간 근무하였습니다. 전임 총장님은 2년 뒤 재임용 심사를 해서 정년 트랙으로 전환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2년이 지난 2006 연말에 재임용심사를 신청했고,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실적을 충분히 쌓았지만, 이상하게도 비정년 교원 '1년 연장'으로 결정되어 나왔더군요. 계약 시의 '을'이란 불리한 입장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년 뒤에 좋은 결과로 보상을 받겠지 하는 생각이었고, 같은 과 소속 교수님들도 "억울하겠지만 꾹 참고 있으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2. 2007년 10월에 임용 종료 통보와 함께, 재임용 심사 신청란에 사선을 그어서 해당사항이 없다는 표시를 해왔더군요. 이미 학과장으로부터 신규임용에 응모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니까요. 비정년 교원은 '재임용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래서 신규임용에 응모했고, 과에서는 만장일치로 1위로 올렸습니다만, 이상하게도 탈락했습니다.

3.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3년간 연구실적이 900%나 되고, 강의평가도 과내에서 1위를 했고, BK 사업도 유치했는데, 뭐가 부족한지 한참 머리를 싸매었습니다. 학과장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이유로 탈락을 했느냐고요. "모르겠다"는 것이 되돌아온 대답이었습니다. '이화여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누군가 음해를 한 것 같다' '술을 많이 마신다'는 식의 삼류 괴담소설 같은 이야기도 흘러 나왔습니다.

4. 저도 처음에는 이화여대와 인연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모두 정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동료 교수들이 본부 측에 어필을 하기 시작했고,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알아보니, 제가 받았던 절차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정년 교원에게도 재임용 심사의 횟수를 제한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사립학교교원법 관련 지도공문을 누가 건네주더군요. "세상에 신규임용을 두 번씩 하는 대학교가 어디 있느냐"며 물러서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 와중에 정치학계에 제 소식이 전달되어 몇몇 동료 학자들의 청원 서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그냥 물러서지 않고 소청위 심사를 청구하고, 나아가 사법적 대응을 하리라 맘을 먹었습니다.

5. 정치학회 회원들의 청원서명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언론에 노출되었습니다. 학교 측이 저에게, 언론계에 배포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비정년 교원은 재임용심사 대상이 아니다." "이 교수는 사직서를 자발적으로 내었다." "절차적으로 실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6. 전혀 자발적이지 않았던 사직서를 취소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청위 심사를 청구한 이후에 학교 측은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재임용 심사대상은 맞는데, "본인이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강변합니다. (1) 아무리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재임용심사 신청란에 사선을 그어놓고(동봉 파일을 보십시오. 명백히 해당자가 아니라는 표시입니다), 제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기는데, 122년의 명문사학의 행정에 이런 억지가 웬 말입니까 ? 소청위 결정문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소청위는 학교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중립적 기구로서 신망을 잃었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작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학교 측은 입장을 번복하면서 그동안의 오류를 시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화여대에서 계신 비정년 교원 여러분들은 다시는 신규임용을 두 번씩 받지 않을 겁니다. 혹시 재임용 심사 신청난에 사선이 그어져 있더라고, 반드시 어필하여서 재임용 심사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2) 소청심사위에서 교무처장님이 답변한 내용을 보고, 제가 2006년 재임용 심사를 신청했고, 학교측이 재임용 심사를 궐석 상태에서 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저는 당시 연구, 강의, 근무연한 등의 심사 기준을 충분히 채웠고, BK 21 사업까지 유치한 성과를 올렸는데, 왜 정년 전환이 아니라 '비정년 1년 연장'으로 결정되었는지 본부 측은 저에게 아무런 설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재임용 심사기준, 정년 전환이 거부된 이유를 본부 측은 공개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왜 2년 차에서는 재임용심사 신청을 허용했다가, 왜 3년차에서는 거부했는지, 그러다가 본인이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논리적 모순을 반복하여 억지를 부리는지, 가면 갈수록 밀실 교무행정에 대한 의혹은 커져만 갑니다.

7. 이제 법정투쟁을 비롯하여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제가 당한 불이익과 불의를 알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정치학계, 사회학계, 경제학계 등의 교수님들 430명이 저를 지지하는 서명을 해주셨습니다. 다음 사이트 아고라(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8854)에는 저를 지지하는 1,800명이 넘는 학생들과 네티즌들이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1천명이 넘는 이화 학생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지난 네 달을 버텼습니다. 이제 더 이상 양떼를 떠난 목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지난 5월 5일, 학부학생 대표 10명은 잊지 않고 스승의 날 행사를 치러주었고, 그 뒤 며칠 뒤에 대학원생들도 따로 행사를 준비하여 케이크와 선물을 전달해주었습니다. 몇몇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기운을 내시라고 말합니다. 사회대 복도에서 만난 여러 교수님들도 힘내시라며 등을 두드립니다. 이제 학교로 돌아와서 학생들을 만나고, 논문지도와 세미나 그리고 상담도 하겠습니다.

8. 저는 이화여대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매년 평균 세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번역서도 한 권을 남겼으며, 강의 평가에서도 여섯 학기 동안 1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교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작성한 프로포절로 BK 21 사업도 유치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지난 6년간 중앙일간지에 계속 정기칼럼을 기고한 반쯤 언론인이기도 하니 학교 홍보를 저만큼 한 이도 많지 않을 겁니다. 본부 측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어와 스페인어로 외국에서 강의를 한 경험이 있고, 프랑스 Le Monde 신문을 매일 보며,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신문과 논문도 읽을 수 있는 저더러 standard 아래라니요? 저는 제 또래에 비해 항상 over the global standard 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겁니다.

9. 이제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저를 응원하시는 교수님 여러분들께 감히 아룁니다. 학자로서의 명예를 위해서, 그리고 저의 강의를 열렬히 바라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평안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Dona nobis pacem, pacem!

정치외교학과 이성형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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