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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프간 내세워 파키스탄 '응징'?

아프간 대통령 "탈레반 소탕 위해 국경 넘을 수도"

대테러 정책 협력을 둘러싼 미국과 파키스탄의 갈등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은둔하고 있는 탈레반이 국경을 넘나들며 아프간 교도소를 폭파해 수감된 탈레반 동료들을 대거 탈출시키는 등 수시로 공격하자,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자위권 차원에서 탈레반 반군을 섬멸하기 위해 파키스탄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탈레반 소탕을 명분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탈레반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밝혀 국경 분쟁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군 등 아프간 주둔 연합군 5월 전사자, 이라크보다 많아

아프간 군과 미국이 주축이 된 연합군에 대한 탈레반의 공세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월 한달 동안 아프간 주둔 미군과 연합군 사망자 수는 미군 14명, 연합군 5명으로 19명에 달했다. 월별 사망자 수로는 처음으로 이라크 주둔군 전사자 수를 앞질렀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5월 한달 동안 이라크에서는 미군 15명, 연합군 2명이 전사했다.

게다가 지난 2월 총선을 통해 들어선 파키스탄 신정부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든든한 파트너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무력화시킨 데 이어 의회에서 탄핵해 축출하겠다고 나서는 등 미국을 크게 자극해 왔다. 이에 따라 카르자이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을 대신해 파키스탄 신정부에 대해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파키스탄 국경을 넘는 공격이 탈레반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탈레반 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와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를 아프간 군이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때문이다.

물론 파키스탄 정부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우리는 그 동안 다른 나라의 문제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다른 나라가 우리 일에 간섭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어떤 형태의 국경 침범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란드 라인' 분쟁 재연되나

전문가들도 카르자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프간 군이 국경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이 국제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두란드 라인(1883년 영국이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대의 파슈툰족을 분열시키기 위해 그어 놓은 국경선)을 둘러싼 분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측은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병사들을 사살하는 작전을 여러 차례 감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페샤와르에서 50㎞ 떨어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파키스탄 병사 11명이 숨졌다.

미국은 즉각 오인 사격이었다고 사과했지만, 파키스탄 측은 "어처구니 없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건 발생 시기가 미묘해 미국의 해명은 수긍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탈레반 세력과 평화협상을 진행하던 중 파키스탄 국경 초소에서 대치 중이던 아프간 정부 군이 철수한 직후 미국 항공기가 이 초소를 폭격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미군의 잇단 공격으로 올해에만 50여 명이 사망, 반미정서가 파키스탄에서도 특히 거센 곳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이번 공격으로 대테러 전쟁에서 미국과의 공동 군사작전 등 협력관계가 훼손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아프간 정부에게도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탈레반은 최근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틈타 지난 13일 파키스탄 접경 지역인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의 사르포사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되어 있던 탈레반 반군 450여 명을 포함해 죄수 1150여 명중 대부분을 탈출시켰다.

탈레반 반군 30여 명이 두 차례의 자살폭탄 등으로 교도소 담과 정문을 부순 뒤 로켓포 등 중화기를 이용해 간수 15명을 사살하고 죄수들을 탈옥시킨 것으로 아프가니스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탈옥 사건이었다. 사건 발행 후 아프간 정부는 모든 교도소를 대상으로 긴급 치안 점검을 실시하고 칸다하르 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아프간 정보기관은 지난 1월 발생한 아프간 최고의 안전지대로 꼽히는 수도 카불 소재 세레나 호텔 습격 사건, 4월에 발생한 전승 기념식장에서의 대통령 암살기도 등도 파키스탄 내 탈레반 세력에 의해 자행됐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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