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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기 협상의 진수"…북핵·북일관계 '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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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기 협상의 진수"…북핵·북일관계 '서광'

테러지원국 해제 걸림돌 제거…핵 신고 가시화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 협조와 대북 경제 제재의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하면서 꽉 막혔던 북일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특히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 재조사를 천명하고 나섬으로써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걸림돌이 어느 정도 제거됐다. 이는 곧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로 이어져 북핵 2단계의 종료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합의 내용 : 北, 납치 재조사…日, 일부 제재 해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조(북)일회담 진행 결과와 관련한 보도문'을 발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납치문제의 재조사를 실시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요도호 관계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력할 용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또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조치로 "일본국은 이번에 현재 취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부분해제로 인적왕래의 규제 해제, 전세비행기편의 규제 해제, 인도주의적 지원관련 물자수송목적의 공화국 국적선박의 입항허가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북일 양국은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7일 비공식 실무회의에 이어 11~12일 6자회담의 하위 협의체인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

같은 시각 일본도 이같은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요도호 문제 협력과 납치 재조사 수용을 '일정한 진전'으로 평가하고, 일본 정부는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가운데 인도적 물자 수송에 한해 북한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고 인적 왕래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일본의 대북 제재란?

일본은 2006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뒤 화객선 만경봉호 등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와 북한산 물품의 수입 금지 등 인적·물적 교류를 전면 단절하는 초고강도 제재조치를 발동했고, 그 후 6개월 간격으로 제재를 연장해 왔다.

이번 제재 해제에 따라 조총련의 방북 루트로 활용되어 온 만경봉-92호의 운항이 2년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향후 납치 문제의 진척 사항에 따라 제재를 추가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일본인 납치 문제와 요도호 사건이란?

일본이 납치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는 수는 17명이다. 그러나 북한은 피해자가 13명이며 그 중 8명은 사망했다고 밝혔고, 생존자 5명은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송환했다. 일본은 귀국한 4명을 제외한 12명에 대해 생존을 전제로 전원 송환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해 왔다.

요도호 문제는 1970년 북한으로 망명한 일본 적군파 요원 9명 중 생존자 4명을 일본으로 송환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일본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송환을 요구했으며 북한은 2004년 7월 '귀국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지난 11일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베이징에서 북한의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담당대사와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회담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의미 : 테러지원국 해제 명분 줘…핵 신고도 이뤄질 듯

이번 합의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북핵 폐기 2단계로 불리는 '10.3합의'는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6자회담 참가국의 경제·에너지 지원, 핵 프로그램 신고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동시행동'으로 연계된 구조다.

그 중 불능화와 에너지지원은 약간의 보폭 차가 있지만 비교적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해제는 납치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일본과 미국 내 일부 세력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이미 내용이 합의된 핵 신고도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4월 30일 발간한 '2007년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의 요도호 관련자 보호와 납치 해결 불충분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남겨두었다.

그러나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바꿈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가 용이해 졌고, 이는 핵 신고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등으로 이어져 10.3합의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수 있게 됐다.

■ 평가 : 北은 실리 日은 명분 챙겨

마치무라 장관은 "(북한이 납치 문제는) 해결이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바꿨다. 생존자를 발견해 귀국시키기 위해 조사의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했다"며 조사 방법은 "북한 단독으로 할지, 일본과 공동으로 할 지 앞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기존의 입장을 바꿈으로써 테러지원국 해제와 일본 제재의 일부 해제라는 실리를 챙겼다. 또한 북미관계와 북일관계를 풀면서 이명박 정부를 외교적 고립에 빠뜨리는 정치적 효과도 얻었다.

반면 일본은 '납치 문제가 일부 진전됐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또한 일본이 납치 문제를 고집해 6자회담에 걸림돌이 되고 외톨이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북일 양국이 앞이 보이지 않던 납치 문제에서 제재 해제를 고리로 극적인 타협점 찾자 '주고받기(give-and-take) 협상의 ABC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 결정을 위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다. 향후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구체적으로 착수할 때 일본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은 대북 경제·에너지 제공에는 여전히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한·미·일·중·러 5개국이 참여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위한 최종 계획표 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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