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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없는' KBS노조, '외부 연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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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양보 없는' KBS노조, '외부 연대' 가능할까

"이명박 정부 차기 '낙하산 사장' 선임 못할 것" 장담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집행부와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레이첼카슨룸에서 만나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서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했다.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KBS노조와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사장 퇴진 압박을 비판해온 시민단체들 사이에는 좀처럼 좁히기 힘든 간격이 있다.

이 자리를 제안한 양문석 연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 자리는 교집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헤어져야 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말그대로 위험한 자리인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떨린다. 제발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생산적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KBS노조와 언론관련 시민단체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저지 투쟁에 공동 보조를 맞추는 것은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시민사회단체 측에서는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한 분명한 합의가 나올 때까지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 주장을 미뤄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중재안을 내놨으나 KBS노조는 "동의한다"면서도 "정연주 사장을 더 효율적으로 밀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또 박승규 KBS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이날 간담회에 대거 참석한 KBS노조 집행부들은 그간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투쟁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에 섭섭함을 드러내면서 '정연주 사장을 연임시키는 데 시민사회단체가 한 몫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고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오해'라고 맞받으면서 서로간의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KBS 차기사장 선임 구조 합의되면 정연주 퇴진 운동 가능?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을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최시중 퇴진이 더 시급한가, 정연주 퇴진이 더 시급한가'라는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 소장의 질문에 "방송구조개편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생각할 때 최시중을 몰아내는 것이 더 큰 과제"라면서도 "그러나 '최시중 퇴진'은 전국언론노조 차원에서 해야 할 몫이고 '정연주 퇴진'은 KBS 구성원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한발 물러서 중재안을 제시했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해 선출방식 등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나올 때까지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론을 미뤄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강혜란 소장도 "차기 사장선임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나서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수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KBS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해 논의해왔다. 정연주 사장 퇴진에만 매몰되지 않았다'고 맞서면서 KBS노조가 구상 중인 차기 사장 선임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과거식의 사추위는 청와대가 원하는 사장을 보내는 억압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소수만을 대표하는 사추위는 곤란하다"며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 도덕성 등의 큰 기준을 제시하고 사추위원을 50명 혹은 100명 등 국민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가칭 '국민참여형 사장추진위원회'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규찬 소장의 중재안에 "순서의 문제는 유연하게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당장 사장 퇴진을 주장하지 않아도 된다.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된 안을 먼저 만들고, 안이 확정되면 그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연주 사장이 자리를 비키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당장 KBS 노조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KBS노조 김성하 총무국장은 "단순히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아예 미뤄두자는 이야기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순서를 유연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차기 사장 선출에 관한 확정된 답이 나올 때까지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은 안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며 "정연주 사장을 효과적으로 퇴진시키기 위해 바꾼다는 의미다. 차기사장 선출 구상을 확정짓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구상을 먼저하고 정연주 퇴진 주장을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간담회는 시민사회단체에게 '합의할 만한 차기 사장 선임 구조가 확정되면 KBS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에 동참할 것이냐'는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 KBS 낙하산 사장 시도 못할 것"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은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나지 않자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연주 사장의 퇴진 이후에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막아낼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박승규 위원장은 이날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도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원하는 낙하산 인사를 KBS 사장 자리에 앉히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박 위원장은 "솔직히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정연주 사장이 나가고 나면 '낙하산 인사'를 막아내기가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봤으나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촛불시위까지 겪으면서 힘을 많이 잃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이 원하고 구성원도 원하는 사장을 선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차기 사장으로 거론하는 이들의 약점도 많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망에 시민사회단체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강혜란 소장은 "정권이 내려찍은 사람이 아닌 사장을 쟁취할 가능성은 '0'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물론 상황이 닥치면 KBS 노조가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완벽하게 이길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하나"고 반박했다.

노영란 시청자단체연대 운영위원장도 "방송을 둘러싼 관계자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디서 그런 자신감의 근거를 찾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또 한국기자협회 이희용 부회장도 "아리랑국제방송, 스카이라이프, YTN 등을 볼 때 이명박 정부가 낙하산 인사 심기를 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의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희용 부회장은 보다 미묘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대부분의 공기업이 이중적인 고민을 갖고 있다.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면서도 기왕 올 것이면 정권에 말 잘 통하고 정권에 입김 있는 거물 낙하산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KBS노조의 조합원들도 상당수가 이번 표적수사로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정연주 사장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말 잘 통하는 사람이 오면 이런 감사를 막아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물론 KBS 내에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노조의 입장은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사장이 오면 KBS는 하나하나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게 될 것이고 공영방송으로 위상에 큰 짐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와 KBS노조, 삐걱대는 '관계 정상화'?

한편 전국언론노조 집행부와 KBS 노조는 '관계정상화' 이후에도 서로간의 앙금을 털어버리지 못한 모양새다.

전국언론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칙수를 비판하는 'KBS 정치적 표적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날 전국언론노조 명의로 나온 성명에 "정연주는 당장 퇴진해야 할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경영자임에 분명하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한 낙하산 중의 낙하산 정연주는 걸어나갈 수 있을 때 스스로 KBS를 떠나라"고 촉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성명서를 KBS 노조가 작성하면서 이런 논란이 생긴 것.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어제 전국언론노조 집행부가 KBS노조더러 성명서를 쓰라고 하기에 내가 직접 '정연주 사장 퇴진 집어넣어라'라고 했다"며 "감사원으로부터 표적감사를 받는 게 정연주 사장 때문인데 우리가 정연주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감사 반대 운동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이후 이런저런 말이 많았으나 나는 '당신들이 쓰지 왜 나더러 쓰라고 했느냐'고 했다"며 "이것은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성명서를 쓴다면 정연주 사장 문제를 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분석할 때는 그렇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언론노조와 KBS노조가 사전 조율을 거치지 못한 상황에서 성명서가 배포됐다"며 "성명 내용 중 KBS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부분은 언론노조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한 언론노조 간사는 "전국언론노조가 KBS 문제에 적극 결합하겠다는 뜻에서 잡은 기자회견이었는데 '관계정상화'를 하자마자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또다른 간사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푸념했다.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도 "11일 성명서를 보고 과연 KBS노조를 믿을 수 있겠는가. 과연 같이 대화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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