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촛불, 여기 모여 이제 어디로 가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촛불, 여기 모여 이제 어디로 가나?

[김민웅 칼럼] '대안의 집결처', 시민과 운동세력 합류의 지점으로

지난 2008년 5월 2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제 6월 10일에 이르러 그 정치 문화적 의미를 압축하는 지점에 왔다. 이렇게 치열하고도 유쾌하게 모여들었던 촛불은 이제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논쟁을 계기로 집결하기 시작한 시민들은 그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이 취임 100일간 내놓은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도 아울러 제기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우선 재협상 요구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고 향후의 방향설정에 중요한 기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창의적 소통현장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소통부재에 대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통불능의 권력임을 발견하면서부터 정권퇴진 구호가 나오기 시작하고 집회의 성격은 오늘의 정국이 담고 있는 전면적인 모순에 대한 논쟁과 문제제기로 확대ㆍ심화 되어갔다.
  
  그것은 시민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소통구조였고, 그 소통의 힘이 다채롭게 솟구치는 현장이었다. 그것은 또한 어떤 프로그램이 기존에 존재해서 그걸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도 아니었다.
  
  다시 말해, 현장에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그때마다 적용과 반성과 소통,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배우고 발견해나간 힘이었다. 예를 들자면, 건널목 신호등이 바뀌면서 서로 반대방향에서 오가는 방식으로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한 것은 미리 따로 준비한 것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만들어낸 창의적 운동 형태였다. 시민 민주주의는 그렇게 해서 스스로 역동성과 변화무쌍한 재미를 창출해냈다. 그러면서도 주제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배우고 만들어낸 대안들
  
  이를테면,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 학교현실과, 사교육 시장의 패권이 주도하는 교육환경에 대한 청소년들의 문제제기는 물론이고 공공부문에 대한 자본의 지배를 의미하는 이른바 민영화의 위험도 폭넓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결국 직면하게 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파괴 등, 촛불집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매우 중대한 시민 민주주의의 광장이 되었다.
  
  시민들은 이미 개성적이고 주체적이며, 공동체적 연대를 다양하고 여유롭게 포괄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간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이명박 정권의 등장으로 해서 더욱 그 모순이 깊어지고 해결의 길이 막힌다는 의식이 공유되면서 상황은 보다 급진화 되어갔다. 즉, 이명박 정부의 퇴진이 아니고서는 새로운 해결의 돌파구가 근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명제가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권퇴진 요구 이후의 대안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경우, 그러한 명제가 보다 폭발력 있는 대중의 힘으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이명박 정권 퇴진 자체가 일차 대안이고, 그러한 상황이 일단 만들어진 이후 상황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20년 전 6.10항쟁은.......
  
  20년 전인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상황과 비교해보자면, 당시 정국은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반발과 도전이 응집력을 갖추었고 이후의 상황에 대한 정치적 대안이 이른바 양김에 의해 대표되는 세력으로 존재했다. 또한 문익환 목사 등, 재야 지도자에 대한 대중적 존경이 있었다는 점에서 6월 항쟁 이후의 구체적 구심이 있어 그 뒷감당이 가능했다는 각도에서 오늘의 상황과 비교된다.
  
  지배세력과 미국이 내놓은 타협점인, 대통령 직선제로 응축된 6.29 선언이 대중의 운동력을 일단 흡수하는 데 성공한 이유는 그런 배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요구나 그 대안은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반면에 지금은 이명박 정권 퇴진 이후 상황을 제도적으로 정리해내고 이를 받아 새로운 정치적 질서로 재편할 세력이 대중적으로 승인되어 있지 못하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통합민주당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모두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써 향후의 대중적 움직임에 권위 있는 통합력을 지닌 인물이나 세력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구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시민과 운동권, 합류의 지점으로
  
  대안세력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하는 고민을 가지는 것 역시 낡은 정치적 발상과 접근일 수 있다. 시민 민주주의의 직접행동이 보인 위력과 그 방향에 대해 믿고 그 안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창출되는 대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모색하면서 그 다음을 내다보며 준비하는 것이 옳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간 변혁 운동을 해왔던 세력, 지식인, 언론 등이 이러한 현실에 관찰자나 단순 참여자로만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비판적으로 자문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시민 민주주의의 직접 행동에만 맡기고 뒤에 서있는 것 역시 과연 괜찮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시민 민주주의의 운동주체가 일반시민이었고, 그로써 상황의 역동성이 매우 다채롭게 전개된 것이 사실이며 자칫 기존의 운동세력이 앞에 나설 경우, 대중들의 비조직적이며 자발적인 운동력에 훼손이 갈 수 있다는 점을 당연히 우려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는 과정에서 마치 시민들과 운동세력이 서로 합류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하거나 그렇게 몰아간 것은 과연 정당한가 하는 것도 이제는 깊이 돌아봐야 한다. 이 양자 간에 무언가 경계선이 있거나 또는 때로 적대적이기까지 하는 상황이 있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시민 민주주의의 동력을 갈수록 소멸시키려는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동시에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촛불의 위력을 물리적 동력으로만 파악하지 말라
  
  조직되지 않으면서 역동성을 가진 대중과, 조직에 익숙한 동시에 관성에 길들여진 세력은 서로에게 기여할 바가 있다. 시민 민주주의의 직접 행동의 현장은 물리적 성과로만 파악될 수 없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동력은 사라졌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그것은 이명박 정권에게도 그렇고 여타 진보진영에게도 그러하다. 이 촛불집회의 경험은 더욱 내면화되고 도처에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철학적 성찰을 풍부하게 할 것이며 정치적 기반을 변모시켜나갈 것이다.
  
  제도권 정치가 이러한 역동성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는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대안이다, 그 대안의 집결장으로
  
  그와 함께, 거리에서, 대중과 직접 마주하면서 이 과정을 고스란히 감당한 운동세력 역시 이 시민 민주주의의 중요한 주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이 시민 민주주의는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갈 수 있다. 지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이 되는 길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민 민주주의 일상적 주체가 된 이들 역시 이들을 우호적으로 여기고 함께 고민하는 동지요, 대안의 주체라는 점을 승인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의 대안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그 대안의 집결장을 만들 것이다. "우리가 대안이다"라고 외친 이 시민 민주주의의 현장에 무수한 이들이 힘을 모으고 하나가 되는 감격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시민과 운동권을 갈라놓았던 무수한 장벽들이 이제 깨지고, 일상을 돌아보지 않고 희생적으로 역사에 헌신해왔던 이들과 일상에서 변화를 갈망했던 이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견고한 비일상적 의지와 일상의 희망이 하나로
  
  견고한 비일상적 의지와 일상의 희망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열정과 훈련된 조직역량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권력이 의도적으로 갈라놓기도 했고 때로 스스로의 오류로도 만나지 못했던 이들 사이에 진정한 우애와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대안은 이렇게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역사는 지칠 줄 모르는 이에게 결국 승리를 안겨다 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