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영화아카데미 박재옥 감독입니다. 박재옥 감독은 1980년 인천 출생으로 2006년 서울대 디자인학부를 졸업했고 지난해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 전공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제61회 칸 국제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애니메이션 'STOP'으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늦었지만 축하드리겠습니다. 칸영화제에서 시네파운데이션 단편영화 부문 3등상 받으셨는데, 늦긴 했지만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재옥 : 이렇게 분에 넘치는 상도 받고 좋은 영화제 가서 많은 사람들 만나고 영화제 구경도 하고 저한테는 되게 뜻깊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시네파운데이션이 학생경쟁부분이라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전 세계에서 몇 개 작품이 모여서 어떻게 상을 받게 됐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박재옥 : 시네파운데이션은 전 세계 영화학교에서 제출된 졸업작품을 가지고 심사하고요. 1200여 편 정도의 작품 중에서 15,16편의 작품을 선발해서 칸영화제 기간 내에 상영하고 세 작품을 시상하게 됩니다.
박인규 : 15,16 작품이 본선에 올라간 거고 그 중에 3등상인데 1등 2등은 어떤 작품들입니까?
박재옥 : 1등은 이스라엘의 엘라드라는 분이 만든 작품이고, 2등 작품은 클레어버거 폴 바흐 작품입니다.
박인규 : 1,2등 작품도 애니메이션인가요
박재옥 : 1,2등은 영화작품이고요
박인규 :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으로서는 1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이번에 본인의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상영됐으니까, 가셨죠? 가보니 어떻던가요?
박재옥 : 일단 해변가에 위치해서 되게 경관이 좋았고요. 영화제 기간 내에 해외의 유명한 여배우나 이런 사람들 보는 그런 게 저한테는 신기했고. 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은 같은 시네파운데이션 감독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나라의 영화산업이라든가 영화에 대한 생각 이런 것들을 엿보고, 칸이라는 영화축제 기간 내에 영화에 대한 문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좀 제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어떤 다른 세상을 갔다 온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인규 : 한 마디로 세계 영화에 대한 견문을 넓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에 상을 받은 stop이란 작품 어떤 내용입니까?
박재옥 : STOP이라는 작품은, 제목이 STOP이지 않습니까. 자기를 제외한 모든 다른 대상의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시계가 나오고요. 치매 걸린 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 속에서도 어머니를 구출하는 중년 가장의 멈추고 싶은 욕망. 자기가 겪고 있는 순간을 멈추고 싶은 욕망. 욕망에 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있고 생명에 위협을 받습니다. 이 아들은 어머니를 구출해야 되는 기로에 놓이고요. 어머니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되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 상황에서 아들이 어머니와 자라왔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구출하게 되고. 하지만 또 어머니를 구출하고 나서 어머니의 치매 걸린 행동이 다시 재발되면서 아들이 또 다시 시간을 멈추는 내용입니다.
박인규 : 완전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군요.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어떤 거였습니까?
박재옥 :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전체적인 내용은 이야기 중심으로 생각하고 기획했고요. 다만 이 이야기 안에 담고 있는 저 개인의 경험이나 이런 것들은 저희 어머니께서 건강이 안 좋으실 때가 있었고요. 그때 제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박인규 : STOP이란 작품이 시네파운데이션에서 상을 받게 된 요인이랄까요? 어떤 거였습니까? 수상하면서 발표를 하나요?
박재옥 : 시네파운데이션에 올라간 작품들을 상영하고, 상영하고 나서 맨 마지막날 시상하고요
박인규 : 상은 어떤 요인 때문에 받게 됐다고 생각하세요
박재옥 : 우선 관객들 반응이 좋았고요, 반응이 좋다는 건 외국인들도 제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자체에 흥미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연출하는 방식에서 시간이나 대상에 시간을 배분하고 이런 것들에 자신이 있고.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잘 어필됐다고 보고. 기본적으로는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안에서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것들을 전달했기 때문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전체 분량이 6분인가, 그리 길지 않다고요. 대사가 거의 없다고 하던데요 오히려 그게 더 강점이 된 건가요?
박재옥 : 대사가 많이 나오지 않고요, 이야기의 중심은 중년 가장의 행동에 의해서 진행되고요. 제가 느낀 건 우리나라에도 좋은 작품이 많은데 대사가 많은 경우에는 좀 문화적으로 아무래도,
박인규 :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삶을 좀 이해하기 어렵다.
박재옥 : 네. 대사가 많게 되면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나오게 되면, 예를 들어 우리나라 문학작품 같은 것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런 것들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리고 이 작품이, 우리가 보통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컬러에 입체영화를 생각하는데, 무채색이고 선과 면으로 된 2차원 애니메이션이라던데요. 그렇게 만든 건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겁니까. 아니면 제작비 때문인가요?
박재옥 : 제작비 때문에 맞고요. 시간이 충분했다면 채색도 하고 이랬겠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이걸 완성하는 데 있어서 취사선택이라고 보거든요. 저는 내용과 전체적인 호흡이나 연출에 중점을 뒀고, 색깔은 시간이 있어서 칠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굳이 칠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박인규 : 말하자면 전반적인 스토리의 얼개를 만들어 놓고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자금으로 만들다 보니 무채색에 2차원이 됐다고 하셨는데. 이 작품이 한국영화아카데이 졸업작품이라고 하셨는데요. 스스로 감독을 하셨으면, 감독이 하는 역할은 어떤 겁니까?
박재옥 : 감독이 하는 역할은 아무래도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걸 이야기에 적절히 반영시키고 그런 것들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박인규 : 그럼 작품을 만들 때, 우리가 보통 영화를 하면 각본, 연출 다 다른데 그림 같은 것도 직접 그리시나요?
박재옥 : 네.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직접 그렸습니다.
박인규 : 혼자서 다 하신 겁니까? 여럿이 같이 한 겁니까?
박재옥 : 이번 작품은 그림을 저를 중점적으로 도와준 친구가 한 명 있고요, 동화라고 해서 단순한 작업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서도 몇몇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박인규 : 동화는 움직이는 그림 말씀하시는 거죠? 실례지만 이 작품 만드는 데는 제작비가 얼마 정도 들었습니까?
박재옥 : 이 작품은 학교에서 지원받았고 2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박인규 : 저렴하게 만든 거네요. 박재옥 감독 보시기에, 애니메이션 감독을 아직 공부하시는 과정에 있으신 거죠? 애니메이션과 극영화하고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어떤 겁니까?
박재옥 :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매력의 차이라면,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움직임을 영화처럼 실제 리얼한 움직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고 그 움직임을 창조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왜곡한다거나 공간이나 이런 것들을 상상력을 갖고 만든다거나, 여러 가지 것들이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영화보다 폭넓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영화에 비해서 애니메이션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크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중심적인 주제가 어떤 거예요?
박재옥 : 아직 시작 단계라서, 제가 수십 년 후에 제가 만들었던 작품들을 돌아보면서 내 주제는 뭐였구나라는 걸 말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우선 솔직한 작품을 만들려고 해요. 제가 겪었던 일이나 이런 것들이 토대가 돼서 이야기가 출발하지 않으면 산으로 가는 경향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 제 나이대에 만들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고요
박인규 : 이번 칸영화제 가서 본선에 오른 작품들 감독들도 다 왔을 거 아닙니까. 대화도 나누고 작품을 봤을 텐데, 어떻던가요 느낌이
박재옥 : 우선 1등을 한 작품은 대단하다고 느꼈고요. 그런데 나머지 작품들 같은 경우는 우리 한국의 단편영화들보다 특별히 월등히 뛰어나다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좀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고. 왜냐면 한국의 단편영화 같은 경우는 제가 가서 느낀 거지만 그 나라의, 외국의 예를 들어 스페인이나 프랑스, 그 나라의 학생단편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고 그런 것들이 서로 교류가 없는 반면에, 그쪽에서 만난 남미라든가 미국, 아니면 유럽에 계신 작가분들은 굉장히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에 작품이라든가, 또 한국작품도 많이 알고 있고 굉장히 영화문화가 세계적으로 하나가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한국은 약간 고립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인규 : 아까도 대사가 많이 들어가면 한국적 정서를 외국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작품들이 국내에서는 통용이 돼도 이른바 세계대회에서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데 장애 같은 게 있는 건가요?
박재옥 : 아무래도 그쪽의 심사위원단이 서양 분들이다 보니까, 그들은 자기가 살아온 것들을 가지고 삶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17개 작품 중에 순수 동양에서 온 작품은 제 작품 하나였거든요.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인규 : 이번에 상을 받은 STOP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은데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박재옥 : 아, 영화제 홍보로 들어가는데, 미장센 영화제랑,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가 조금 있으면 개막하는데 그때 오시면 보실 수 있고요
박인규 : 부천영화제는 제가 아는데 언제 시작하죠?
박재옥 : 다음달
박인규 : 미장센 영화제는 어디서, 그것도 국내에서 하는 겁니까? 그것도 수상을 위한 경쟁부분에 나가는 건가요?
박재옥 : 네. 그렇죠.
박인규 : 그 외에 인터넷이나 이런 걸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박재옥 : 인터넷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저작권 문제 때문에 좀
박인규 : 일단 박재옥 감독의 STOP을 보려면 국제영화제나 미장센 영화제를 기다려야겠네요.
박재옥 : 그렇습니다.
박인규 :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이 국제적인 영화제에 나가서 3등상을 받으셨으면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으로서는 굉장히 기분 좋은 출발을 하신 건데요. 박 감독은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진출하셨어요. 원래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박재옥 : 저 같은 경우는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생각했고요. 중간에 꿈이 조금씩 변질된다거나 다른 걸로 잠깐 갈 수도 있었겠지만, 대학교를 진학하려고 했을 때는 내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학한 거고요. 그때만 해도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이 거의 없었고, 그때 아마 영상원이 처음 생겼는데 제가 지방에 살다 보니 그런 정보를 잘 몰랐고요. 아무튼 저는 디자인이 좀 그나마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고 나름대로 생각했고요. 그래서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고, 대학교 들어와서는 디자인을 하다보니 디자인도 나름대로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때도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 감독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박재옥 :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하는 만화영화를 되게 재밌게 봤어요. 그 만화영화들을 보면서 그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저런 거 만들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나름대로 했을 것 같고요. 나름대로 만화책 같은 것도 되게 좋아했고요. 그런 것들을 따라 그려보면서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만화 그리고 이런 것에 대해서. 중학교 올라오면서 만화도 많이 그리고 미술도 관심이 많았고 그러면서 이걸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 데를 들어가셨는데, 이곳은 영화에 대한 실무를 가르치는 학교인가요?
박재옥 : 영화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고요. 과정은 크게 영화연출, 애니메이션 연출, 촬영, 프로듀서. 이렇게 네 가지 전공으로 나눠져 있고요. 그 안에서 1년 동안 단편을 만들게 되고,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1년 동안 장편을 만들게 되거든요. 저는 장편을 만드는 제작연구과정에 있고요.
박인규 : 단편과정은 끝냈고 그 다음 과정에 들어가신 거군요. 한국영상원과는 어떻게 달라요? 그곳도 영화와 관련된 실무적인 걸 가르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박재옥 : 영상원은 정규 대학이고요. 학위가 주어지게 되고, 여기는 1년 과정이고 학위를 받는 대학은 아니고요. 보통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 오게 되기 때문에, 실무현장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지금 1년 과정을 끝마치고 제작연구과정, 장편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단편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이번 과정을 졸업하기 위한 장편을 만들고 계시겠네요. 혹시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박재옥 : 영화는 세 명이 같이 연출하는 작품이고요. 내용은 엄마 아빠를 바라보면서 대체 이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박인규 : STOP은 6분짜리니까 제작비도 200만원밖에 안 들었지만, 장편으로 만들려면 상당히 제작비가 많이 들 것 같은데요
박재옥 : 그렇죠. 학교에서 지원받아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박인규 : 아, 필요한 제작비를 지원해 주십니까? 우리나라도 상당히 애니메이션 강국이란말을 하지만, 실제로 상업영화로 상영되는 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랄까요? 지금 공부하시는 입장에서 봤을 때 앞으로 나가서 활동하시기에 좀 여건이 잘 돼 있습니까?
박재옥 : 요새 한국영화 어렵다고 하는데 애니메이션은 옛날부터 어려웠기 때문에, 타개책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직까지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환경을 극복하고 좋은 감독이 나오지 않으면 이 환경이 계속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박인규 : 박재옥 감독처럼 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연출해서 졸업하신 분들이 꽤 많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 분들이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 수 있습니까, 아니면 지금 어떻게 진출하고 계세요?
박재옥 : 전국에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이 50개가 넘습니다. 대부분 학생졸업작품으로 해외 페스티벌에 진출하고요, 자그레브 페스티벌에도 29작품이 올라왔다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3위권 내에 드는, 한국에 굉장히 좋은 인력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졸업하고 실제 들어갈 현장 자체가 마땅치 않고, 그 정도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산업적인 환경은 안 돼 있는 상탭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꾸 진로를 다른 쪽으로 바뀌고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진로를 바꾸고 이러다 보니 애니메이션이 계속 학생작품들만 나오고
박인규 : 열심히 배웠는데 사회 나가서 써먹을 수 있는 기반은 없는 거군요. 말하자면,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산업이 확립돼서 유능한 인력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요?
박재옥 : 우선 좋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져야겠지요. 그 부분이 첫 번째인 것 같고 다만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부분에서 여러 가지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지원책이라든가. 아니면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극장 아니면 방송국에서 틀어지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방송국이나 극장 관련된 제도라든가 이런 것들도 개선돼야 될 거예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차피 작가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극장이나 방송국에서의 지원책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박재옥 : 애니메이션을 지원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어요. 다만 그 안에서 지원되고 있는 것들을 가만 보면 지원되는 제작비 안에 작가 개인의 생계에 대한 문제는 빠져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1년 동안 감독은 백수인 거예요. 스탭들은 월급을 받지만. 이제 1년 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고 성과를 얻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감독 같은 경우는 굉장히 생활이 계속 어려운 상태거든요. 작품을 꾸준히 만드는데도. 외국과 비교를 해서 좀 그런데, 외국 같은 경우는 그렇지는 않아요. 작가가 작품을 만든다면 당연히 작가의 생활에 대한 보조가 이뤄지고, 그런 부분들이 평생 작품을 할 수 있는 기반이거든요. 그렇지 않고 젊은 한 때 만들고 다 난이 들면 그만 둔단 말이에요
박인규 : 국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지금 같은 단편은 영화제에 나간 건데, 영화관이라든가 방송으로 방영되는, 상업적으로 수입을 얻어내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있습니까?
박재옥 : 애니메이션이 산업적인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런 부분들이 같이 가야 된다고는 생각해요. 다만 좀 지금 한국에서 그나마 만들어지고 있는 어떤 작품들 같은 경우는 좀 너무 그런 쪽으로 지나차게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그런 쪽이라면 상업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박재옥 : 네. 반면에 학생들은 굉장히 실험적인 자세를 갖고 작품을 하고요. 그 두 가지가 전혀 섞이지 않고
박인규 : 이른바 예술성과 상업성이 서로 결합이 안 되는 거군요
박재옥 : 네. 회사는 회사대로 그런 쪽으로 쭉 가버리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그렇게 되고. 그런 학생들이 회사에 가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회사의 조직적인 구조 때문에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인규 : 반면에 우리가 애니메이션 산업이 일부 있다고 한다면 외국 작품의 하청을 해서 그림만 그려주는 단순작업들. 그런 게 꽤 많다고 들었는데요, 최근에 미국에서 성공한 쿵푸 팬더라고 합니까? 그쪽에 사시는 분들이 와서 그런 말씀 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스토리텔링이 약하다. 창조적인 각본이 없다. 그런 말씀도 하시는데, 우리 인력에서의 문제점은 없습니까?
박재옥 : 스토리텔링 부분에서는 예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다만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전문적인 인력을 배출하는 곳은 좀 드문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대학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대학들에서는 학생들 개인적인 이야기나 개인적인 작품 정도에서 그치고 있고, 아무래도 대학교 학생작품은 짤막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게 마련인데 영화 같은 경우는 각본이 있고 그 각본을 토대로 작업하게 되는데, 영화가 발전되면서 그 축적된 노하우들이나 영화에 대한 지식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애니메이션 학교에서는 그런 것들을 잘 모르고
박인규 : 제가 듣기로는 극영화를 만들 때도 줄거리가 있으면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작업을 많이 한다는데. 애니메이션은 말하자면 그런 스토리텔링을 좀 더 세련되게 하고 살 붙이고 이런 부분들이 아직 부족한 모양이죠?
박재옥 : 그걸 잘 하시는 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한국에도, 전문적인 인력화가 되지 않았고요
박인규 : 하나의 전문직업으로 확립돼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박재옥 : 네. 애니메이션만 가지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부분들을 공부하고 자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산업으로 자리잡으려면 갈 길이 멀군요.
칸영화제에서 이번에 상을 받으셨으니까, 앞으로 정부나 관련 업계에서도 나름대로 지원책을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고요. 이제 장편영화를 만드신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박재옥 : 우선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그게 애니메이션이면 좋겠고요. 만약에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은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만화라든가 혹은 다른 그림을 그린다거나, 이런 작업들을 꾸준히 하고 싶고, 그런 것들을 이제 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졸업작품이 상을 받으셨고 장편 만드시는 것도 앞으로 성과를 거두시기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재옥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한국영화아카데미 박재옥 감독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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