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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론노조와 KBS노조의 '이상한' 관계정상화

KBS노조, '밀린 조합비' 내고 '反정연주 노선' 인정 받아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 집행부와 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KBS 노조는 6일 발행된 노보에서 "KBS 노조와 언론노조가 1년여 동안 계속돼 온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완전 정상화하는데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에 집중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전국언론노조 집행부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대립해왔다. 또 KBS 노조는 지난해 7월부터 언론노조 회계부정 사태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조합비 납부를 거부해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KBS노조가 방송 장악에 나선 이명박 정권의 의도와 같이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 운동을 벌이고 그간 조합비를 내지 않는 등 의무이행을 하지 않았다"며 "이달 말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중징계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KBS 노조는 지난 4일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언론노조 관계 정상화 방안과 노동조합의 투쟁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언론노조와 KBS 노조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기도가 노골화 되고 있는 때 언론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KBS 노조는 미납된 조합비를 전액 납부하고 언론노조 집행부는 KBS 노조의 '반 정연주 노선'을 존중하기로 했다.
  
  KBS 노보는 "지금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사수하는 투쟁에 집중돼야 한다"며 "KBS노조와 언론노조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 투쟁 전선에 혼연 일체된 모습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공공성 사수 투쟁에 연대가 먼저"
  
  그러나 전국언론노조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이 KBS 노조의 '반 정연주 노선'을 묵인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KBS 노보는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관계 정상화 이후에도 KBS본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에 따라 KBS본부는 언론노조 내부 및 시민단체를 상대로 정 사장의 실체를 알리는 활동도 적극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언론노조는 원칙적으로 지, 본부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고 KBS 노조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KBS 노조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재 위원장은 "전국언론노조 차원에서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을 함께 하지는 않는다"면서 "KBS 본부가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에만 올인하지 않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부분적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잘 풀어나갈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은 "외부에서는 우리가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에만 매몰됐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상급 단체인 언론노조와의 단절로 차기 사장 선임 문제나 방송구조 개편 문제에 대응하는 내부의 에너지가 바깥으로 전해지지 않은 것일 뿐 '올인'한 적 없다"며 "이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규 위원장은 향후 KBS 노조의 투쟁 방향을 두고 "비유적으로 정연주 퇴진 운동, 차기 사장 선임, 방송구조 개편에 대응하는 내부 역량을 '3:3;4'로 간다'고 말한다"면서 "정연주 사장 퇴진 문제는 때에 따라 집중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며 다만 바깥의 시각에서 정연주 사수가 공영방송 사수인 것처럼 활용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KBS노조를 소외시켜서는 안된다"
  
  KBS노조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도 강화하기로 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도 방송의 공공성 사수 투쟁을 위한 연대 강화와 KBS 본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KBS 노조가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반대,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반대, 국가기간방송법상 예산통제 반대, 공영방송 민영화 저지 투쟁' 등 방송공공성 수호 4대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KBS 노조를 고립시켜서는 안되며 미디어 운동에 전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개인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며 언론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을 가한다면 얼마든지 비판성명 등을 낼 수 있다"며 "KBS 노조에 언론연대나 전국언론노조에 정연주 퇴진운동에 지원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연주 사장이 퇴임한 이후 이명박 정부가 시도할 '낙하산 인사'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는 문제다. 양문석 사무총장과 함께 KBS노조와의 대화를 이끌어낸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이후의 일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방법적으로 고민을 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의 총체적 위기에서 KBS 노조라는 쪽을 절대 소통불가능하거나 상종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찬 소장은 "'종속변수'에 불과한 '정연주 프레임'이 언론운동 진영 전체를 좌지우지해온 것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퇴진, 공영방송 사수'가 프레임이 되어야 하고 그에 KBS 노조도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가 잘못된 길로 가면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이러한 합의를 두고 언론운동 진영 내부에서는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전국언론노조 등의 결정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타협적으로 나가게 되면 언론운동진영에 대 혼란이 일어나고 '공영방송 지키기'라는 명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동익 위원장을 비롯한 각계 원로 151명은 지난달 27일 '공영방송 독립성 수호 및 공영방송 지키기' 각계 선언을 내고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사장 조기 퇴진 압박을 비판하면서 "정 사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동익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는 눈에 가시 같은 정연주 사장을 밀어내고 차기 사장을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려하는 마당 아니냐"며 "KBS 노조가 외부의 낙하산 인사를 수용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1991년 KBS 민주화 투쟁으로 쟁취한 명예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외부 단체도 그런 원칙이나 명분을 잊어버리고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KBS 노조가 잘못된 길로 가면 언론운동 진영에서는 따끔하게 지적하고 다른 길로 가도록 설득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 KBS 노조가 힘이 있다고 그에 굴복하고 같이 야합까지 한다면 언론운동 전체의 도덕성에 먹칠을 하게 되어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며 "이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걸 언론운동 지도부가 바로 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연대를 빙자해서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을 묵인하자고 결정한 것 아니냐"며 "과연 그간 정연주 사장 쫓아내기에만 올인해온 KBS노조와 연대할 내용이 있을지, 과연 그간 KBS노조가 언론공공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한 전직 언론노조 간부는 "정연주 사장의 잘잘못에 대한 비판과 정연주 사장이 지금 물러나야 하느냐는 문제는 전혀 별개"라며 "KBS 노조에는 정파성만 있을 뿐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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