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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자율규제' 허점은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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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자율규제' 허점은 '난 몰라'

버시바우 한국민 비하 발언 보도 않고 미국 선처만 요청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 "정부는 여기서 또 잘못하면 모두 물러날 각오해야"에서 "정부는 협정문을 고치기보다는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출자율규제(VER)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면서 "그렇게라도 되면 국민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되지 않는 것이니 실질적 효과는 거두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지면에서도 '자율규제'가 '30개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서 최선의 대안인 것처럼 포장하는 데 공을 들였다.

1면에서도 "국민이 걱정하고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든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수출업자'도 '국내 수입업자'도 합의 어렵다"

그러나 이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지는 이날 <조선일보> 지면만 봐도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이번 조치에 "실질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은 '자율규제'도 아닌 '월령 표시'에만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날 <조선일보>는 "미, 일단 명확한 태도 안 밝혀"라는 기사에서 자율규제에 난감해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따 "미 쇠고기 수출업자들에게 자발적으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출하도록 요청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어 법리 검토 중"이라고 전하면서 "미 수출업자들끼리 알아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출해야 하는데, 수십개의 쇠고기 수출업체를 상대로 획일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령 표시제'를 유명무실한 조처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내 수입업체들도 마찬가지. 이 신문은 "국내 수입업체들은 팔짱만"이라는 기사에서 "우리나라 수입업체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햄버거 패티 공장이나, 소시지 공장에 납품하는 소규모 업자들은 값싼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군소업체들은 자율결의 가능성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 신문은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체들은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월령 표시를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쇠고기 수입 업체들을 비난했지만 미국의 수출업체들은 '월령 표시'만 하겠다는 것일뿐 수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한국의 수입업체가 '이명박 정부 대신'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억지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가 그간 누차 주장해온 것에 따르면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목표는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들 업체가 <조선일보>의 광고처럼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수입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상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날 지면을 살펴보면 <조선일보>로서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자율규제'에 기대할 만한 구석은 오로지 딱 한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 '30개월 이상' 수출 자율규제 가능성"이라는 기사에 나온 대로 "30개월 이상이 들어올 경우 미국산 쇠고기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점을 양국 업계가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수출입 물량의 5%에 불과한 30개월 이상에 매달려 시장전체를 잃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 뿐이다.

버시바우 "한국민 과학적 사실 공부하라" 발언은 보도 안해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 모든 허점들을 알면서도 모든 기사에서 '자율규제'가 최선의 대안인 것처럼 띄우는데 집중했다. 이날 사설 "미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에서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

이 신문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미 상호 서명까지 한 협정을 다시 고치자고 하는 것이니 흔쾌히 응할 리가 없다",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공인하는 게 될까봐 더 내키지 않을 것이다", "쇠고기 무역을 국제기준대로 하겠다는 미국의 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라며 미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 한국민들이 더 배우기를 바란다"고 말해 외교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쏙 빼놓은 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버시바우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비판하는 대신 "미국은 숨을 고르고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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