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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힘 있는 언론사'에만 즉각 '사과 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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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힘 있는 언론사'에만 즉각 '사과 후 배상'

부상 시민에 대한 대응과 대조적…"기자들 포섭하려는 거냐"

경찰이 최근 촛불 집회 진압 과정에서 폭행당한 기자에게 폭행 및 취재 방해 등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즉각적인 배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어청수 경찰청장 등이 시위대 강경 진압 등을 두고 "폭력 시민이어서 강경 진압했다"며 경찰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인 셈. 특히 경찰은 한국방송(KBS) 신봉승 기자에 대한 폭행을 두고도 '밀려 넘어진 것 아니냐'며 역시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배상만 서두르고 있어 '여론 무마용'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밀려 넘어졌겠지"라며 배상은 서둘러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일 경찰의 기자 폭행에 항의차 방문한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회장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현장 지휘관과 전경을 교육시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하고 상해, 기물 파손 등에 즉각적인 배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이정남 사무국장은 "한진희 경찰청장이 사과했으며 상해, 기물 파손 등에 대해서는 추후 각 회사에 공문을 보내 배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홍보계는 이날 성명에 거론된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KBS 신봉승 기자가 전경에게 폭행당하는 장면. '밀려 넘어진'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뉴시스

그러나 경찰은 이날 기자 폭행도 '사고'로만 처리하고 덮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한 청장은 'KBS 신봉승 기자가 폭행당할 당시 전경이 우발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라 기자임을 알면서도 가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위대에 가까이 있다보니까 넘어져 다친 것일 것"이라고 부인했다.

경찰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손해 배상만 서두르는 셈. KBS 신봉승 기자는 "이미 사진으로 당시 정황이 나와 있지만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주먹과 방패를 동원해 의도적으로 폭행했다"며 "경찰은 이러한 점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치료비 등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취재 중인 기자를 폭행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으며 즉각적인 배상 조치도 당연한 일. 그러나 경찰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어 논란이 된 여대생을 제외하고는 시민 폭행, 물대포 진압의 불법성 등은 시종일관 부인하면서 기자들에게만 서둘러 배상하고 나선 것은 파문을 차단하려는 '꼼수'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진희 경찰청장은 이날 항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도 "최근 시위가 계속 이어져 경찰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나도 잠을 못잤다. 시위 기간이 더 길어지면 경찰이 어떻게 시위대를 막을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이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찰의 행태에 당시 촛불 집회에서 경찰에 의해 카메라가 파손된 한 기자는 "폭행 책임을 인정한다기보다 KBS 신봉승 기자가 다치면서 논란이 되니까 서둘러 배상해 덮으려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찰의 폭행을 당한 다른 한 기자는 "담당자 전화가 왔기에 폭행당한 시민들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공격적인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라"며 "경찰이 기자들을 구워삶아보려고 그런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분이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특히 경찰은 이번 기자 폭행이 논란이 되기 전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다른 매체 소속의 기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이번의 재빠른 배상이 '여론 무마용'임을 방증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폭행을 당한 '민중의 소리' 기자는 경찰 측의 연락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경찰이 민중의 소리 측의 배상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의 소리' 측은 "KBS 신봉승 기자가 폭행당한 이후로 타사 기자들에게 배상 연락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 "우리는 그런 연락을 받은 적도 없고 오히려 배상 요구를 묵살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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