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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느낀 <조선일보>, 뒤늦은 '여론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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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느낀 <조선일보>, 뒤늦은 '여론 따라잡기'

시민들 분노에 논조 바꾸나…여전히 '갈팡질팡'

지난 주말 연이어 벌어진 대규모 촛불시위가 <조선일보>에게도 심상치 않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조선일보>는 2일 그간의 '괴담론', '배후론' 등에서 벗어나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례적으로 이번 촛불시위를 '국민의 분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유지해온 논조 탓인지 이날 <조선일보>는 지면 내에서도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 왜곡보도에 '조중동 폐간 운동'까지 벌인 시민들의 분노를 뒤늦게서야 감지하는 모양새다.
  
  칼럼에선 "미국과 추가협의", 사설에선 "가능성 없다" 갈팡질팡
  
  <조선일보>는 이날 내용상 충돌하는 사설과 칼럼을 냈다. 칼럼에선 정부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연기할 수 있도록 추가협의 하라'고 촉구하고 사설에선 "자칫하면 우리 얼굴에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딱지가 붙는다"며 재협상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영신 경제부 차장대우는 이날 '조선데스크'에 실린 "'30개월' 문제 더 고민하라"는 칼럼에서 "문제해결의 순서는 역시 발화점인 미국산 쇠고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30개월' 문제다"라며 "이런 상황에선 정공법 외에 방도가 없다. 우선 미국과 재협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추가 협의를 다시 해서 일단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수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윤영신 차장대우는 "어차피 우리나라에 판매할 쇠고기 중 30개월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5%미만)은 얼마 안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30개월 이상을 고집하면 너희들에게 손해다'라고 미국정부를 설득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낸 사설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다시 뒤집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사람 확 바꾸고, 대운하도 깨끗이 정리해야"에서는 "국민이 바라는대로 정부가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지금 대선 중인 미국이 인기없는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자칫하면 우리 얼굴에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딱지만 붙는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33.2%는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었다"면서 "국민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이 정부라고 해도 정부에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정책을 수립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시위는 진압의 문제가 아니다"
  
  또 <조선일보>는 이날 "청와대 코앞까지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 사설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애매한 '양비론'을 썼다. 맨 몸으로 나선 일반 시민과 방패와 장갑, 물대포로 무장한 경찰의 물리력이 같을 수 없고, 일반 시민의 저항과 공권력이 자행하는 폭력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 등은 깡그리 무시했다.
  
  이 신문은 "정부가 불법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청와대 코앞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밤새도록 시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이제 취임한 지 석달이 겨우 지난 대통령을 향해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나 지금 시대에 '독재타도'를 외치는 것도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가 경찰의 무력 진압을 비판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 신문은 "시위 진압에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경찰도 문제가 있다"면서 "경찰특공대는 88올림픽 때 테러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경찰이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일반 시위대에 맞서게 한 것은 지나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신문은 "경찰은 물대포도 작년 3월 FTA 반대 시위 이후 처음으로 동원했다"며 "시위 해산에만 급급한 진압이 어떤 역작용을 불러올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번 시위는 진압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분노를 어떻게 진정시키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은 물대포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풀어 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신경질 부리는 <동아일보>, 무엇을 두려워하나
  
  <동아일보>는 2일 사태의 본질과 상관없는, 상당히 신경질적인 사설을 냈다. 이 신문은 '쇠고기 촛불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아니다'라는 사설을 내 이번 촛불시위를 6월 민주항쟁에 비유하는 이들을 맹비판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항쟁의 역사적 의의와 젊은 학생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검역 조건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를 결코 동렬에 놓을 수 없다"며 "그것은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마치 이 신문이 '6월 민주항쟁'의 뜻을 높이 받들기 때문인 듯하지만 그 속내는 다음 단락에 나타난다. 이 신문은 "심야에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탄핵', '정권 타도'라는 구호가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쇠고기 촛불시위를 6월 민주항쟁으로 몰아가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국민 건강을 위협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신문이 '국민 건강을 위협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이라고 묘사한 '일부 단체와 언론' 중에는 <조선일보>도 들어간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31일 사설에서 "주부와 고등학생들의 시위참여는 전두환 정권 시절 6.10 직선제 개헌 시위 이래 처음보는 일이다"라며 "그 시위로 그 정권이 어떻게 됐는가를 알면 이 정권이 지금 어떤 위기에 부닥쳐 있는가를 절절히 느껴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했다.
  
  결국 <동아일보>의 '신경질'은 이번 촛불시위와 닮아있는 6.10민주항쟁의 결과 전두환 정권이 막을 내렸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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