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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 대통령 가족이 먹으면 안전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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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 대통령 가족이 먹으면 안전해지나

[기자의 눈] <조선일보>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구호 중 하나가 "미국산 쇠고기 너나 먹어라"는 외침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변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중·동에게 던지는 일침이다.
  
  하지만 이 말은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싫다'는 주장이지 '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그 안전성을 믿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설사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 후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쇼'를 벌인다고 해도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구나', 하고 믿어줄 시민이 없다.
  
  "대통령 시식으로 국민에게 충정을 보여라"
  
  <조선일보>가 연달아 대통령이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8일에는 양상훈 논설위원이 기명 칼럼에서 "대통령은 손자 손녀들에게도 30개월 이상된 미국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30일엔 사설에서 공무원까지 끌어들여 미국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30일 '대통령·총리·장관·공무원부터 미국 쇠고기 먹어야'라는 사설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식단부터 미국산 쇠고기로 바꾸고 청와대·정부 청사와 국회 구내식당, 대법원과 각급 법원 구내식당과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구내식당 메뉴에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신문은 "대통령부터 각급 공직자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가정 밥상 자리에도 미국산 쇠고기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정부의 논리' '관의 입장'이 '시정의 감정' '민의 정서' 앞에 무릎을 꿇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충정"을 내보이는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8일 '양상훈 칼럼'에서도 "가장 먼저 대통령과 장관들이 미국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 살코기 뿐 아니라 국민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내장탕, 뼈 국물로 만든 설렁탕과 곰탕도 먹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30개월 넘은 쇠고기만 골라서 먹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대국민 소통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양 논설위원은 "1회용 시식행사는 반감만 더 살 뿐이다. 앞으로 1년 이상, 매달 두세 차례 이상 먹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가능하면 가족들도 함께 먹어야 한다. 대통령은 손자 손녀들에게도 30개월 이상 된 미국 쇠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가족부터 美 쇠고기를 먹어보지?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은 이 신문이 여전히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금 거리로 나온 시민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를 감정적으로 거부하는 게 아니다. 시민이 촛불을 든 진짜 이유는 국민의 건강·생명을 무시한 채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일방적으로 수입한 이명박 정부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더구나 그간 정부와 일부 관변 전문가를 제외한 많은 양심적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 유럽 등 세계 어느 나라의 쇠고기보다도 광우병 위험이 크다. 대통령, 공무원의 몇 차례 '쇼'로 이런 위험이 덮어지리라는 인식이야말로 '비과학적' 인식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 1990년 영국의 당시 존 검머 농무부 장관은 '영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자기 딸을 데리고 두꺼운 다진 쇠고기가 든 빵을 전 국민 앞에서 먹었다. 5년 뒤인 1995년 영국은 인간 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vCJD) 증상으로 19살 청년이 최초로 사망하는 일을 겪었고, 현재까지 인간 광우병에 걸린 이들 중 90% 이상이 영국인이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총리·장관·공무원들이 제 몸을 먼저 던지는 모습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정부의 얼굴을도 보기 싫다는 마음 감정을 식힐 디딤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충고만 할 게 아니라 이 신문이야말로 사주를 비롯한 전 직원과 그 가족들이 "매달 두세 차례 이상씩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선언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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