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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세계 1위 <가디언>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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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세계 1위 <가디언>의 성공비결

[화제의 신간] 블로그와 커뮤니티 경영 전략

영국의 <가디언>은 신문의 미래 혹은 대안을 제시한 모델 케이스로 꼽힌다. 종이신문으로서는 영국의 유력 전국지 11개 중 발행부수 35만 부로 <인디펜던트>(22만 부)를 제치고 10위에 머물고 있지만, <가디언> 온라인(www.guardian.co.uk)은 세계 인터넷 신문 중 순 방문자 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영국의 전자발행부수 공사(ABCe) 집계에 따르면 <가디언>의 월 순방문자 수는 1970만 명에 달한다.

인터넷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웨비 상(The Webby award) '세계 베스트 인터넷 신문' 부문에서는 2005년부터 연속 3년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러한 <가디언> 온라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블로그와 커뮤니티 경영전략>(최은숙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출간)은 영국 현지에서 <가디언> 관계자들과 미디어 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다양한 관련 자료를 분석해그 비결을 다각도로 정리하는 한편, <가디언> 온라인의 특징이자 참여 저널리즘을 가능하게 한 '지적인 유저 커뮤니티'에 대해 소개해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독특한 경영구조, 75년 동안 에디터 5명 배출

<가디언> 온라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가디언 미디어그룹의 독특한 경영구조를 꼽을 수 있다. <가디언>은 영국에서 유일하게 트러스트 형태의 공익법인이 소유한 매체로, 공영방송 <BBC>와 함께 독립적이며 진보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로부터 2030년까지 공익법인으로 승인된 '스콧 트러스트'는 경영진으로부터 편집권의 독립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트러스트가 한 번 에디터를 임명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해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립자 존 스콧이 죽은 1932년부터 2007년 현재까지 단 5명의 에디터만 임명할 정도다.

현재 에디터 앨런 러스브리저는 1995년에 임명된 이래 13년째 에디터를 맡고 있다. 이처럼 트러스트의 편집권 독립 보장과 에디터 종신 고용 전통은 <가디언>과 <가디언> 온라인의 장기적 비전 수립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가디언 미디어 그룹 전체는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가디언>, <옵서버>, <가디언> 온라인이 속한 가디언 뉴스 & 미디어 부문은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 블로그와 커뮤니티 경영 전략

이에 대해 가디언 미디어 그룹 총수 캐럴린 맥콜은 2007년 경영회계 보고서에서 "<가디언>과 온라인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계속 적자를 보고 있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가디언>이 세계를 선도하는 진보적 목소리가 되려는 열망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 온라인 대표 에밀리 벨에 따르면, 향후 3년 간 온라인에서 흑자를 기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광고 수입이 3년 째 매년 60% 이상 증가 추세이지만, 수익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영국 최초로 1994년 온라인 신문을 출범시킨 <텔레그래프>에 비해 5년 늦은 1999년 1월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불과 2년만에 영국에서 가장 방문자 수가 많은 온라인 신문으로 자리 잡았다.

종이 신문보다 온라인 게재가 우선

법인의 든든한 지원이 바탕이기는 하지만, <가디언> 온라인이 온라인 신문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올라선 비결은 무엇인가.우선 '웹 우선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온라인 유저 확대와 영향력 강화가 가져올 디지털 비전을 확고히 믿고 있는 에디터 러스브리저는 무료 컨텐츠 제공 노선을 지켜오는 한편, 지난 2006년 '중요한 뉴스를 신문이 나올 때까지 미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구성원들에게 던졌다.

이에 가디언의 해외 특파원 95%가 웹에 실시간으로 먼저 기사를 올리는 것을 전폭 지지했다. 심지어 종이 신문 광고주들조차 웹 우선 전략을 신문이 가야 할 다음 단계로 인정하고, 리스크를 함께 떠안겠다고 나섰다.

물론 신문업계 전반에 걸쳐 웹 우선 정책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인디펜던트>의 에디터 사이먼 켈너는 "다음날 종이 신문에 실릴 기사를 온라인에 먼저 올리는 건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혹평하며 "종이 신문이 우선이고, 웹사이트는 그 다음이다. 웹사이트가 돈을 번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돈만 낭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자 입장에서도 따로 마감시간 없이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업데이트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게 된 것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가디언의 웹 우선 전략을 옹호하는 측은 "인터넷에서 뉴스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조금이라도 뒤늦게 기사를 싣는 것은 마치 사람들이 이미 뉴스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때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격"이라면서 "가디언은 이를 알아차리고 최전방에서 토론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마감시간을 없앴다는 것에 대해 "뉴스가 완성된 제품이 아닌 과정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가디언의 뉴스룸 통합은 <텔레그래프>와는 성격이 다르다. 텔레그래프는 모든 기자가 텍스트,오디오,비디오를 겸하는 기술적 통합을 급진적으로 추구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거의 모든 섹션의 에디터, 논설위원, 해외특파원들이 해고되거나 퇴사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 시티대학교 저널리즘학과 교수이자 파워 블로거인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텔레그래프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다"면서 "뉴스룸 통합은 종이 신문 식의 뉴스룸 문화가 뿌리채 바뀌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유저들에게 뉴스룸 회의 내용 매일 공개

<가디언>의 독특한 뉴스룸 문화로 대표적인 것은 회의 과정이 유저와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10시 가디언 뉴스룸 회의실에서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회의가 열린다. 그날 발행된 종이 신문과 온라인 사이트의 뉴스 의제나 유저 피드백을 공개 토론하는 자리다.

회의 결과는 정오가 되기 전에 <가디언> 웹사이트의 에디터 블로그에 '아침 회의'라는 제목으로 상세하게 공개된다. 유저들에게 <가디언> 뉴스룸의 생생한 토론 과정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으로 영국의 다른 미디어 웹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블로그 포스트이다.

유저의 로열티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가디언> 온라인은 이를 위해 눈에 보이는,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술을 활용한다. 첫째, 정책과 정보 공개의 원칙이다. 둘째는 환경이나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해결 노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회사 정책을 수시로 공개하며 유저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가디언>의 전략은 때로는 회사와 유저 간 '분쟁'으로 비쳐질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5월 10일 사이트의 프런트 페이지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꾸었을 때 가디언 온라인 대표 에밀리 벨은 뉴스 블로그에 프런트 페이지 개편에 대한 이유와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유저들에게 그 반응을 묻는 포스트를 올렸다.

이 포스트에 유저들은 찬반 양론으로 격렬하게 갈리기도 했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저들의 반응은 가디언 웹사이트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충성도'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공개의 이익이 어떤 고통의 대가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디언> 에디터 러스브리저는 "독자에게 문을 여는 것이 뉴미디어의 도그마라고 비난하든 말든 나는 공개의 이익이 어떤 고통의 대가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믿는다. 독자에게 더 많이 공개하면 할수록 독자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더 믿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가디언>은 2003년부터 <현존하는 우리 가치>라는 50~60 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를 일반인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책자는 그룹의 경영 상태, 현재와 미래의 전략, 회사가 중시하는 가치와 성과, 보도 태도에 대한 비판과 법적 분쟁 사례, 유저와 직원 서베이 결과, 노조의 입장 등을 낱낱이 밝히는 일종의 회계감사보고서이다.

웹 2.0시대에 <가디언> 온라인의 핵심 전략으로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받는 것은 '지적인 유저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 신문의 생존 키워드가 될 '네트워크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개인 블로그에서 힌트를 얻은 미디어 커뮤니티는 이제 전 세계 네트워크 사이트로 컨텐츠를 퍼뜨리며 브랜드 가치를 전파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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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자비스는 "2020년 신문의 모습은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뉴스를 모으고, 나누고, 의미를 부여하게 됨으로써 진정한 '네트워크 저널리즘'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엘리트만의 공간'?

<가디언> 온라인은 이미 4000여 명의 블로거들이 활동하는 대규모 유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가디언> 블로그는 일반 블로그와는 많이 다르다. 우선 아무나 <가디언> 블로그의 필자가 될 수 없다. <가디언>이 임명한 사람들로 한정된다. <가디언>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 해당 분야의 유명 필자나 유명 블로거 등이 <가디언>이 선택한 필자들이다.

또한 필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를 올린다고 해도 즉시 가디언의 웹사이트에 뜨지 않는다. 블로그 에디터의 통제를 받아 선별되는 것이다. 그룹 블로그 포스트의 50~60%는 종이 신문 칼럼이며, 이밖의 포스트 중 상당수는 에디터가 청탁한 것이다.

그렇다고 블로그 기고가 종이 신문 칼럼과 겹치는 경우를 제외하면 블로거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예는 드물다. 댓글도 횟수나 기간이 제한된다. <가디언>의 블로그에 포스트가 올라간 후 3일 동안만 유저가 댓글을 달 수 있으며, 그룹 블로그 '코멘트는 자유'에는 30분마다 1번씩만 댓글을 달 수 있다. 이는 에디터가 댓글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정책이 전세계 소수 엘리트들만의 공간을 제공하려는 <가디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정한 '공동체 커뮤니티'의 정신에 비춰볼 때 '엘리트 저널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인터넷 신문'이 '네트워크 저널리즘'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의 논란을 제공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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