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爿(편)/片(장)/戶(호)/斤(근)/斥(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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爿(편)/片(장)/戶(호)/斤(근)/斥(척)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43>

'나무'인 木(목)을 둘 합친 글자는 '숲'인 林(림)이다. 그런데 木을 절반으로 쪼갠 글자도 있다고 한다. 바로 자전에서 나란히 부수자로 쓰이는 片(편)과 爿(장)이다. 나무를 장작 패듯 절반으로 쪼갠 글자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림 1>과 같은 木자의 옛 모습을 보면 왼쪽 절반은 爿, 오른쪽 절반은 片으로 볼 수 있다. 片이 '조각'의 뜻이고 爿 역시 '나무 조각'이어서 의미에 이미 그런 내용이 담겨 있는 듯도 하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아닐 것이다. 우선 좌우 대칭인 글자를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일반론으로 보면 爿·片이 같은 글자였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같은 글자라 해도 여전히 木자를 쪼갠 것이라는 주장을 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두 글자가 아니라면 木을 쪼개 爿·片의 두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기에 비해 이야기의 '완성도'가 떨어져 어딘지 궁색함이 느껴진다.

爿=片은 다른 글자의 변형인 듯하다. 외짝의 지게문을 그렸다는 戶(호)가 그 원본으로 보인다. 戶자가 구성 요소로 들어 있는 肩(견)·扇(선)·扁(편) 등은 戶와 발음이 먼 듯하지만 그들끼리는 발음의 맥이 연결돼 있고 결국 戶의 변형 발음으로 볼 수 있는데, 扁이 片과 같은 발음임이 눈에 띈다. 글자 모양은 戶를 조금 손본 것이 片이고 그것을 뒤집은 것이 爿이다. 爿의 발음은 戶 계통의 扇·肩과 연결된다.

발음 부분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고 생각된다면 門(문)자를 보자. 門은 양쪽으로 여닫는, 제법 규모가 갖추어진 집의 대문이다. 戶가 서민의 집 문이어서 외짝인 것과 대비된다. 지금 모습으로는 戶와 門이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림 2>와 <그림 3>을 보면 門은 戶를 둘 겹쳐 놓은 글자임이 분명해진다.

그런데 이 門을 구성 요소로 하는 글자들 가운데 間(간)·閃(섬)·閑(한) 등의 발음에 주목해 보자. 肩·扇·扁과 비슷하지 않은가? 戶 계통의 肩·扇·扁과 門 계통의 間·閃·閑이 비슷한 발음을 나타내고 門이 戶를 둘 겹친 글자라면 門을 포함한 이 모든 글자들의 발음은 戶에 그 뿌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 肩의 위쪽 戶가 어깨를 상형한 것이고 여기에 의미 요소 ⺼=肉(육)을 더했다거나, 扇·扁과 間·閃·閑 등을 회의 또는 '장면 상형'으로 설명하는 자원설들은 모두 꿰맞추기의 혐의가 있다. 그보다는 戶나 門을 발음기호로 하는 형성자라는 게 훨씬 깔끔하다. 戶에 본래 받침이 있었는데 떨어져나간 것으로 보면 된다.

斤(근)은 도끼의 상형이라고 한다. <그림 4, 5> 중 특히 <그림 4>의 모습에서 그런 유추를 한 것인데, 이런 소소한 사물의 상형은 그다지 미덥지 않다. 그보다 斤은 片의 모습이 약간 달리 정리된 듯한 모습이고, 발음도 片이나 肩·間 등 戶-門 계통 글자들과 비슷하다. 역시 片=戶의 변형인 듯하다.

'언덕' '기슭'의 뜻인 岸(안)은 아래에 발음이 비슷한 干(간)이 들어 있어 그것을 발음기호로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윗부분 屵을 별개의 글자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알' 발음이라니 발음기호가 겹친 셈이어서 어색하다. 山(산)은 의미 요소로 매우 적합하지만 그 아랫부분이 낯설어 이런 식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래 厈 부분은 片 등의 변형으로 보이며, 그렇게 볼 경우 山이 의미, 厈=片이 발음기호로 깔끔한 형성자가 된다.

昃(측)의 발음기호인 仄(측) 역시 片=斤의 변형으로 보인다. 모양은 斤과 흡사하고, 발음은 斤 계통의 析(석)과 가깝다. 그러고 보면 析도 斤의 발음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았지만 그 변형 발음을 이어받은 형성자다.

한편 斥(척)은 집을 뜻하는 의미 요소 广(엄) 밑에 屰(역)을 더한 글자라고 한다. 㡿이 본래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글자 모양이야 변할 수 있는 것이지만, 㡿과 斥은 너무 많이 차이가 난다. 다이어트에 성형수술까지 해서 전혀 알아볼 수 없다. 斥의 발음이 仄·析과 비슷하고 모양은 片 등 여러 글자와 비슷하다. 그 변형일 가능성이 높다. 岸의 아래쪽 厈을 갖다 놓고 보면 더욱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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