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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강박증…"배후세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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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강박증…"배후세력 있다"

보수신문 위기감 고조…'물증 없음'에 오락가락

촛불집회의 배후를 찾으려는 보수신문의 노력이 눈물겹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전날에 이어 27일에도 "촛불집회가 불법시위로 진행됐다"고 맹공하면서 정부에 '배후 찾기'를 촉구했다. 전날 어청수 경찰청장이 "치밀하게 준비된 불법집회"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과 맞닿는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촛불집회', 엉뚱한 세력에 판 벌여줘선 안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실제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다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쇠고기 수입반대와는 관련 없었던 집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집회가 불법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인터넷에선 경찰이 작년 3월 반 FTA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았던 장면이 이번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장면으로 둔갑해 유포됐다"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시위대의 감정을 폭발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신문은 "2002년 '효순·미선이' 촛불집회도 반미 감정을 부추겨 대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배후에 있었다"면서 "모든 사안을 어떻게 해서든 반미 운동으로 연결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과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아예 '그 세력'에게 당부하는 사설을 냈다. 이 신문은 "괴담과 허위 선동, 해도 너무한다"는 사설에서 백골단 동영상, 주저앉은 소 동영상, 공기업 민영화 비판 등을 거론하면서 "근거 없는 괴담과 허위사실을 날조해 선동하는 세력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노리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이 신문은 정부에 "조직적인 허위사실 조작 유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론 분열과 사회적 낭비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며 배후 색출을 촉구했다.

'배후세력' 심증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지만 이날 <중앙일보>의 "몸싸움 2~3분만에 인터넷에 동영상…'자전거 선발대'도" 기사는 '불법시위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보수신문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기사는 25일 서울 서대문 로터리에서 독립문으로 향하다 신촌 쪽으로 방향을 옮긴 시위대 100명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이쪽으로 가면 안 돼요" 하는 외침이 대열 속에서 들려왔다. 선두로 뛰어간 20대 남자는 "이쪽은 경찰이 막고 있다"고 알렸다. 다음 행선지를 놓고 토론이 열렸다. 대열은 결국 "학생들이 많은 신촌으로 가자"는 제안에 따랐다. 갑자기 나타난 30대 남성은 "길이 좁으니 3열로 가자. 플래카드를 일렬로 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기자가 묘사한 이 장면은 연이어 일어난 거리 시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보수신문들의 줄이은 주장대로 '배후세력이 있는 시위'라면 이렇게 즉석에서 토론을 통해 방향을 정하게 될까?

그러나 이 신문은 △경찰을 따돌리는 거리 시위대의 능숙한 '숨바꼭질' △인터넷을 활용한 선전·선동 등을 근거로 배후세력을 의심하는 경찰 측의 주장에 무게를 뒀다. 이와 함께 "최근 촛불집회에 40대 부쩍늘어/ 의도적 폭력사태 유발가능성 주목" 기사를 내 이제 40대가 된 386 세대를 겨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이명박 탄핵' 현실화 될까 두렵나

한편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실정이 범보수 진영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보수세력'이 집결해 진보진영에 대항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거리시위에서 터져나오는 구호인 '이명박 탄핵' 등이 현실화 되는 경우를 우려하는 것.

이 신문은 "'CEO 이명박'의 한계"라는 제목의 '류근일 칼럼'에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권위 실추는 단지 이명박 정부만의 위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며 "그들의 휘청거림은 '대한민국 진영' 전체의 위기로 파급된다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대한민국 진영'은 극우보수세력을 뜻하는 듯하다.

류근일 씨는 이 글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 한 진영은 이명박 정부를 설령 탐탁하게 보아 주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들의 곤혹이 범보수 진영의 위기로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의 좌절'은 바로 반(反) 대한민국 계열의 재(再) 득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밀리면 그를 뽑아준 진영도 한 묶음으로 밀린다"며 "대한민국 진영은 또다시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할지 모른다. '반 보수좌파 헤게모니'냐, 아니면 '비 좌파 보수대연합'이냐의 해묵은 테마가 서울 도심에서 또 분출하고 있으니 말이다"고 보수진영의 대단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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