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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3차 세계대전으로 가고 있다"

[인터뷰] 레바논 정치학자 아마드 무살리

레바논의 각 정파 지도자들이 21일 거국내각 구성을 골자로 하는 정국 안정방안에 합의하면서 내전 위기로 치달았던 레바논 사태가 수습 국면을 맞았다.

레바논의 여야 정파 대표 14명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거국내각 구성, 새 대통령 선출, 선거법 개정 등 3개 핵심 쟁점에 대해 타협했다.

이로써 친서방 레바논 정부가 지난 7일 야권의 주축인 헤즈볼라의 통신망을 불법화하면서 벌어진 유혈사태는 봉합됐다. 헤즈볼라는 정부의 조치는 자신들에 대한 전쟁행위라며 즉각 행동에 나서 베이루트 중심부를 장악하는 등 불과 수시간만에 정부를 무력화했다. 이번 사태로 100여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났다.

헤즈볼라는 지난 2006년 11월 집권 정파가 자신들에 대한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결의를 지지하자 거국내각에서 뛰쳐나와 1년 6개월 동안 정부와 대치해왔다. (☞ 관련 기사 : '평화 전도사' 부시?…중동 순방에 아랍권 '분노')


▲ 레바논 각 정파의 지도자들이 지난 21일 카타르 도하에서 정국 수습안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번 도하 합의는 헤즈볼라의 승리로 평가된다. 헤즈볼라는 거국내각 탈퇴 당시의 요구였던 내각 11석 배분을 따냈다. 레바논 정부는 합의에 앞서 헤즈볼라 통신망 불법화 조치를 철회하기도 했다.

'중동 갈등의 압축판'인 레바논의 대립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한편으로 하고 이란, 시리아 등을 다른 한 편으로 하는 국제 갈등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레바논의 집권 세력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레바논에서 실제로 내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바로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벌이기 위해 레바논 내전을 부추긴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도하 합의는 작은 불씨 하나로도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 사태를 거치며 레바논 내 시아파와 수니파간 증오심이 커졌기 때문에 국제정치적 요소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내전이 발생해 국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레바논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아마드 무살리(50. Ahmad Moussalli)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AUB)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도하 합의에 대해 "갈등을 없앨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그 가치를 낮게 봤다.

무살리 교수는 지난 1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레바논에서 전쟁이 시작되어 중동 전지역으로 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레바논이나 이라크에서 수니파와 시아파를 분열시키는 정책을 쓰는데 그것은 이란을 중심으로 반미 세력을 단결하게 했다"라며 중동에 새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정책이 중동 문제를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무살리 교수는 최근 발간한 <미국의 대외정책과 이슬람 정치>(American Foreign Policy and Islamist Politics) 등 16권의 책을 저술하며 이슬람 운동, 중동 정치 등의 분야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건국대 중동연구소와 한국중동학회가 공동주최하는 학술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무살리 교수가 설명하는 중동 갈등의 얼개와 해법을 들어보자. <편집자>


레바논 사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 마무드 무살리 교수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현재의 중동 정세에 대한 윤곽을 그려달라.

아마드 무살리 교수 : 이스라엘은 미국의 후원을 받아 중동 질서의 중심이 되려고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그런 구상에 반대하고 있다. 중동에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고자 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등 레바논 일부 세력,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이라크 마흐디군 등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반미 벨트의 중심에 있는 이란은 체제 자체가 강력한 반미 성향을 띠고 있지만 이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같은 갈등은 내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친미적이지만 헤즈볼라는 친이란이기 때문에 헤즈볼라는 정부와 싸우고 있으면서 동시에 중동 갈등과 관련되어 있다. 헤즈볼라는 이슬람의 자유를 원하고 있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원하는 하마스를 도우려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반대하지만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친미적이고 이스라엘에 협조적이다. 이라크에서도 말리키 정부는 친미지만 시아파인 마흐디군은 거의 절대적으로 이란에 충성하고 있다. 시리아에는 강한 운동 단체가 없지만 정부의 일반적인 외교정책이 강력한 반미·반이스라엘 성격을 띠고 있다.

반미 세력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미국의 신중동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일어난 레바논 사태은 어떤 갈등인가?

무살리 : 이번 레바논 사태는 친서방적인 시니오라 정부가 헤즈볼라의 자체 통신망을 폐쇄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그 통신망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헤즈볼라 입장에서 정부의 조치는 전쟁선포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헤즈볼라는 저항했고 수니파·기독교도 등 부유층이 사는 지역과 베이루트 일부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레바논 군대가 정부의 입장과 달리 헤즈볼라와의 내전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고, 헤즈볼라도 결국 점령했던 지역을 반환했다.

아랍연맹이 레바논의 모든 정파 및 종파 지도자들을 카타르 수도 도하에 모아 대통령 선출, 거국내각 구성, 2009년 국회의원 선거 관련법 등에 대해 종합적인 해결을 모색했다. 합의가 이뤄진다면 레바논의 갈등을 없앨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될 것이다.

"레바논에서 3차대전 시작될 것"

프레시안 : 일단 안정되지 않을까?

무살리 :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지역은 전쟁으로 가거나 안정을 찾거나 할 텐데, 내가 보기엔 안정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서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라고 했을 때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다. 근본적인 문제,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레바논에서 전쟁이 시작되어 중동 전지역으로 퍼질 것이다.

반미의 주축인 이란과 시리아는 물론이고 헤즈볼라와 마흐디군, 하마스 모두 중무장되어 있다. 거기에 슈퍼파워인 미국과 지역 강국인 이스라엘이 한 편이 되어 맞붙는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무살리 교수와의 이날 인터뷰는 고려대에서 중동정치를 강의하고 있는 박찬기 박사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전쟁이 난다면 어떤 양상을 띨까?

무살리 : 미국은 엄청난 해·공군력을 중동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그런 무장력을 동원한다면 해상 봉쇄 같은 걸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 시리아, 마흐디군, 헤즈볼라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지상전에 유리하다. 또한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군대이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 싸우는 미군과 달리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국가 기반시설 4000곳을 겨냥할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그런 공격을 이겨내고 사우디에 있는 미 공군기지, 바레인에 주둔하는 미 해군, 이란과 쿠웨이트에 주둔한 미군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이란은 1분에 1만1000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을 만큼 화력이 막강하다.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유가와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다. 또한 러시아나 중국 등 다른 강대국도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반서구 기치를 들고 싸운다면 이슬람 문명권과 서구 문명권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9.11 사태 이후 그런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프레시안 : 갈등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무살리 :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침공이 가장 컸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가 무슬림들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일을 계속 저질렀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해놓고 60년간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여자들을 붙잡아 두고 해산까지 하게 한다. 관타나모에서 재판도 없이 사형을 시키는 일,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라크에서 미군이 저지르는 만행, 3000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란의 핵개발을 문제 삼는 이스라엘, 9.11 이후 무슬림들의 입국까지 어렵게 만드는 서방 국가들의 태도 등이 그러하다.

최근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코란을 타깃으로 놓고 사격연습을 한 일이 있었다. 무하마드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 사건도 있었다. 그같은 일들이 무슬림들의 서구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고 있고, 그 주도 국가인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문제의 핵심에 이란이 있다고 본다. 중동 지역의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세력들을 지원하고 핵개발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는 특히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란을 돕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다. 미국이 레바논이나 이라크에서 수니파와 시아파를 분열시키는 정책을 쓰는데 그것은 이란을 중심으로 반미 세력을 단결하게 했다.

반복되는 미국의 실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군사 공격을 할 수 있을까?

무살리 : 문제는 계속된다. 이란은 군사적으로 공격을 받지 않는다면 3~4년 후에는 핵보유국이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걸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못한다면 매케인 행정부 초기에 공격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인들은 아직 흑인을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매케인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화당은 오바마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 매케인을 당선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란에 대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작년에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파타 알 이슬람이라는 세력이 등장해 레바논군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인가?

무살리 : 헤즈볼라에 대항하기 위한 수니파 과격단체들의 연합니다. 2006년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성공적으로 저항하면서 헤즈볼라의 영향력과 명성에 대항하기 위해 레바논에 있는 수니파들을 지원하는 세력이 뭉쳤다. 전쟁 후 수니파들은 시아파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급진파들을 지원하게 됐다.

파타 알 이슬람에는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게릴라도 있지만 사우디 사람들도 많고, 레바논의 수니파 세력도 참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알카에다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사우디와 미국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1979년 아프간에 침공한 소련과 싸우기 위해 알카에다를 육성했던 것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현재 헤즈볼라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력은 결과적으로 반미 저항단체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수니파와 시아파를 분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란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실수다.

프레시안 : 해법은 없나?

무살리 :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등 서방세계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영향력을 행사해 그런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
▲ 최근 벌어진 레바논 사태는 베이루트 외에도 주요 도시에서 일어났다. 사진은 지난 11월 레바논 2대 도시인 트리폴리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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