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모습인 세로획 하나는 가로획 하나인 一과 대비된다. 처음에 기본 숫자들을 一·二·三처럼 가로획 수로 나타냈다면, 한 단위 위의 숫자는 세로획으로 나타냈음직도 하다. 또 중간의 점을 새끼매듭(結繩)의 흔적으로 볼 수도 있다. 20은 卄(입), 30은 卅(삽), 40은 卌(십)으로 쓰는 것도 그런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 역시 확신을 주지는 못하는 추측들일 뿐이다.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十의 처음 모습이라는 丨은 이미 보았듯이 '곤' 발음의 글자고 이는 申(신)·巾(건) 등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十이 들어 있는 針(침)의 발음이 申·巾·丨의 언저리에 있다고 보면 十 역시 이들과 관련이 있는 글자일 수 있다. 처음 모습은 '곤'자를 가차한 셈이고, 나중에 점이나 가로획이 더해진 글자꼴은 巾이나 이들과 같은 글자였을 것으로 보이는 中(중) 등과 비슷하다. 十 형태는 또 千(천)이나 百(백)의 경우처럼 두 글자인 '一丨'을 합친 형태일 수도 있다.
그런데 十은 또 甲(갑)의 옛 모습이었다고 한다. 갑골문 시대에는 '10'은 丨으로 쓰고 '갑'은 十으로 썼다가 '10'이 十으로 바뀌자 '갑'은 테두리(囗)를 씌워 田으로 쓰고 다시 '밭 전'과의 구분을 위해 가운데 획을 밖을 빼내 甲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좌충우돌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십'과 '갑'의 발음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둘이 같은 발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같은 글자가 모양을 달리하면서 가차 의미들을 차고 나가 독립했다고 볼 수 있다.
甲의 경우 갑옷의 미늘 네 조각을 이어붙인 모습이라거나, 거북 등딱지의 모습, 해시계 같이 시간을 재는 도구 등 여러 가지 상형설이 있지만 대체로 甲 형태를 염두에 둔 것들이어서 十이 본래 모습이라는 얘기와 다소 괴리가 있다. 초기 모습이라는 十은 '십'과, 나중 모습인 甲은 十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申과 거의 같은 모습이어서, 甲 역시 申=十의 여러 변형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七(칠)은 나무 같은 어떤 물건(一) 한가운데에 표시를 해서 그것을 끊음을 나타냈다거나, 옻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흠집을 낸 모양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다. 후자는 '옻'인 漆(칠)의 발음이 七과 일치하는 점 또는 汁(즙)자의 오른쪽을 七로 보고 거기서 유추해낸 얘기들이다.
이 七 역시 옛날엔 十 형태였다. '십'이나 '갑'에 비해 가로획을 좀더 길게 그어 구분했다는 설명이지만, 그런 미세한 차이로 별개의 글자가 되는 것은 후대의 일이고, 초기 한자에서 그런 식으로 글자 구분을 하지는 않았다. 소전체에서 <그림 2>처럼 아랫부분을 굴곡지게 바꾸고 다시 지금 모습으로 이어졌지만, 금문 이전에 이런 변형 없이 '십'이나 '갑'과 헛갈리지 않고 썼다는 얘기는 믿기 어렵다. 七 역시 十의 단순한 변형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보면 상형자라는
이제 <그림 4>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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