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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실상 재협상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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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실상 재협상이나 마찬가지"

조중동 "광우병 논란 접고 FTA 처리해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문화일보 기자를 동아일보 기자로 착각해 "미국 언론들이 우리 <동아일보>같이 정확하게만 보도를 한다면"이라고 말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질문한 기자가 문화일보 기자임을 알고 곧 "우리 언론같이"라고 주어를 수정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보는 '정확한 언론'의 잣대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라고 인정한 <동아일보>를 비롯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거대신문들은 21일 일제히 "양국 정부가 할 만큼 했다"며 "이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은 그만두고 한미FTA 처리 문제를 처리하자"는 주장을 내걸고 나섰다.
  
  <조선>, 논란은 외면, 미국산 쇠고기 홍보만
  
  <조선일보>는 이날 '사실상 재협상이나 마찬가지'라는 억지 논리를 펴면서 이명박 정부가 강조한 '성과'만 보도할 뿐 그외 논란이 된 부분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한미 양국이 '광우병 발생시 즉각 수입 중단'을 명문화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재협상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른 나라와의) 문제 때문에 '재협상'이란 말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재협상'을 주장하는 통합민주당을 "'재협상'이란 단어에만 집착하는 것은 자칫 문제 해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신 이 신문은 그간 가장 논란이 됐던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부분은 그대로라는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의 전제조건이 됐던 미국의 '동물사료조치'는 기존 규정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협의 의제에도 올리지 않았다. 이날 <조선일보>에는 이러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또 이 신문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즉각적인 수입 중단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일절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사설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게 됐다"고 사실을 오도했다.
  
  이 신문은 전날 1면 머릿기사 "한미 '광우병 차단' 명문화"에서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번 외교문서는 이미 인정된 국제적 권리를 다시 거론한 것일 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한다'는 내용이 명문화 된 것도 아니다. 또 김 본부장의 설명을 봐도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 측의 1차 조사와 한국의 2차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한국이 '건강권 위협'을 입증할 때에만 수입 중단 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는 이러한 '입증 책임'과 관련한 내용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이날 정부 발표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하는 대신 "현장에서 본 미 쇠고기 도축·유통 과정"이라는 뉴욕 특파원 기사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동아> "한미FTA 성사되면 쇠고기 문제 해결에 도움된다"?
  
  <동아일보>는 이번 정부 발표를 "상당한 수준의 보완 대책", "실질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면피용 협상'이라고 비판하는 야당에 "꼭 재협상을 해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은 한미FTA가 성사되면 오히려 쇠고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며 "FTA에 위생검역 조치에 관한 규정이 있어 이를 근거로 주의 사항에 대한 협의와 조절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폈다.
  
  그러나 양국의 '위생검역및 식품안전' 분야를 다룬 한미FTA '위생 및 식물위생(SPS)조치' 8장은 미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해 체결된 데다 역시 미국의 의견대로 설치하기로 한 '위생및식물위생위원회(SPS committee)'가 미국의 통상 압력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한미FTA가 체결된다고 해서 쇠고기 수입 문제에 한국에 더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논란은 피해가면서 한미FTA 체결만 줄기차게 요구하는 모양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20일 회동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당당하지 못한 대통령, 비겁한 야당 대표"라고 비판하면서 "쇠고기와 FTA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와 연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정당화하던 때와는 입장이 또다시 바뀐 것.
  
  또 이날 일간지 중에 유일하게 이번 논란을 1면에 다루지 않은 이 신문은 6면 기사에서 "쇠고기 검역주권 레터로 보장…기존 합의보다 높은 효력"이라는 기사를 냈다. 이 역시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딴 것이나 재협상을 통해 수입위생조건의 쟁점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서가 한국의 '검역주권'을 확보할 근거가 될지는 미심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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