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 권고 결의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던 KBS 임시이사회가 20일 열렸으나 결의안 상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정연주 사장의 조기 퇴진 문제를 두고 이사들간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기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권혁부, 박만, 방석호, 이춘발, 이춘호 이사 등이 소집해 열린 이날 임시이사회는 오전 10시부터 KBS 신관 회의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이사회에는 해외에 나가있는 김금수 이사장과 사퇴 압력을 받아온 신태섭 이사를 제외한 9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KBS 이사회 대변인인 이기욱 이사는 임시이사회가 끝난 직후 "(정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을)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는 일부 이사의 주장은 있었으나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를 소집한 이춘발 이사는 "애초에 결의안 자체가 안건으로 올라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사의 4분의 3은 조기 퇴진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정연주 사장의 조기 퇴진 여부가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발 이사는 "정연주 사장 거취 문제가 이슈로 부상한 지난 4~5개월 간 이사회에서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가 논의된 적이 없었다"며 "21일 정기이사회 전에 이 문제를 한번 논의해보기 위해 소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일부 과격한 주장도 나왔지만 각 이사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이성적인 분위기에서 논의가 됐다"고 이날 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그것만 주장할 수 없다는 의견 등이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기와 방법에 의견 차이는 있지만 이사 11명 중 4분의 3 정도는 이 상태로 내년 임기 종료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시이사회에 불참한 신태섭 이사(동의대 교수)는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인데다 오늘 거론될 안건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불참 이유를 밝히면서 "정연주 사장 퇴진에 찬성하는 이사가 6명을 채우지 못해 결의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현재 이사회에서 명시적으로 '정연주 사장 조기 퇴진' 의견을 밝히고 있는 이사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5명. 방송법상 이사회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는 재적 과반수 6명에 못미치는 숫자다.
21일 정기이사회에서 이어질듯
이날 임시이사회에서는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계속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1일로 예정된 정기이사회는 '2008년도 1/4분기 예산 집행 실천 및 경영수지 전망 보고', 'KBS 경영평가 보고서 채택' 등을 안건으로 하고 있고 정연주 사장을 비롯한 주요 집행간부가 참석할 예정이라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춘발 이사는 "현 KBS의 상황에 CEO는 책임을 지고 이사회는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내일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난 15일 KBS가 <뉴스9>에서 "신태섭 이사가 KBS 이사직을 사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KBS 이사진 일부가 정연주 사장의 사퇴 권고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추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이사들은 이날 임시이사회에서도 "이사회가 하는 활동에 집행기관인 KBS가 논할 수 있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발 이사도 "이사회에서 정확한 결의도 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이사회에 칼을 겨누고 반으로 쪼개자는 것 밖에 더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본관 앞, '이사회 퇴진 권고' 찬반 팽팽
한편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KBS 본관 앞에서는 이에 찬성-반대하는 단체들이 연달이 1인시위-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진형 모니터 부장과 '이명박탄핵국민운동본부', '정책반대시민연대' 등 누리꾼들과 김희봉 전국축협노동조합 대전충남본부장은 'KBS 이사회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에 들러리서지 말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KBS 이사회의 올바른 행동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은 10시부터 같은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첫걸음으로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킬 것을 KBS 이사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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